우리는 5·18을 가슴에 품고 그 진실을 위해서 애썼던 헌트리(1936-2017)를 기억해야

지난 6월26일은 광주의 어머니이자 조선의 어머니 서서평의 서거 84주년이자 광주의 진실을 알렸던 허철선 선교사의 서거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우리는 5·18을 가슴에 품고 그 진실을 위해서 애썼던 헌트리(1936-2017, 한국이름 허철선)를 기억해야 한다.

1965년에 한국에 온 그는 1969년부터 광주기독병원 원목으로 근무했다. 허철선 선교사는 1980년 5·18 참상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리고 그 사진을 외신에 처음으로 전달했다. 5·18 당시 그의 사택에 많은 시위대(20여명이상)와 영화 ‘택시운전사’의 위르겐 힌츠페터와 외신기자들을 피신시켰다. 또 독일말을 잘하는 허철선 선교사는 독일기자 힌츠페터와 같이 다니면서 취재도 하고 망월묘역에 시신 26-27여구도 묻었다. 그리고 5·18이 끝난 후에 외과수술을 했던 의사의 도움을 받아서, 총알과 엑스레이를 가지고 미국대사관에 찾아가서 광주에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계속 묵살당하고 만다. 헌트리 선교사는1지난 1985년, 미국남장로교 철수정책에 의해 미국으로 돌아갔다.

허철선 선교사의 이러한 노력은 1985년 한국을 떠난 후에도 계속된다. 허 선교사는 부채처럼 가지고 있던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2002년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진들을 5·18기념재단에 보내준다. 허철선 선교사의 이러한 노력은 그가 2017년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도 계속됐다.

2017년 6월12일 오전 ‘오월어머니 상’을 전달하러 간 제자 홍장희 목사와 만난 허철선 목사는 한국에 가고 싶다고 얘기한다. 그 뒤 17일 후인 2017년 6월29일 행복한 가정여행 후에 허철선 목사는 타계한다. 홍장희 목사가 약속한 대로 2018년 5월17일 오전 10시 생전에 그렇게 오고 싶어 했던 광주에서 우리는 허철선 선교사 유해 안장 예배를 드렸다. 허선교사의 부인 마샤 헌트리와 그의 자녀들이 허철선 목사의 유해를 품에 안고 광주에 왔다. 안장식이 끝난 뒤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장식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에게 전하는 말을 남겼다.

“여러분들이 기자이니까 항상 진실을 말하고 사실만을 말하기를 원한다. 이 새로운 세대와 시대를 위해서, 여러분들에게 의존하겠다”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언론인 출신이었던 마샤 헌트리 여사의 애정 어린 조언은 대한민국 언론을 향한 격려였다.

헌트리 여사

지난 5월18일 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서 헌트리 여사는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우리는 지금 38년 전 5·18민주화운동의 희생자, 생존자 및 영웅들을 기리기 위해 이곳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 모였습니다!’라고 시작된 편지에서는 광주민주화운동과 광주 시민들에게서 배움을 얻었다고 했다. 또한 마샤 헌트리는 남편에게 이제 광주는 ‘정의’의 다른 이름이 됐다는 말을 했다. 두 부부에게 광주는 그렇게 자신들의 전부를 나눠줘도 아깝지 않았던 곳이었다. 헌트리 여사는 죽어서도 광주에 묻히기를 원했던 허철선 목사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읽었다. 마샤 헌트리의 낭독은 허철선 목사의 마음을 우리에게 전하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필자도 수피아 여고 재학 시절, 마샤 헌트리 여사의 월요 성경공부에서 영어성경공부를 배웠던 제자였다. 5·18 당시 현장에서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오월의 현장을 목격했던 사람으로 이번 행사는 내 안에 있는 오월의 빚을 갚는 시간이었다. 너무 어려서 한계가 있었지만, 살아남는 자의 부채를 안고 살았던 시간이었다. 1987년 6월 항쟁에서 그 빚을 갚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서 민주주의를 위해서 노력했었다. 그렇게 가슴 한편 남아있는 가신님들에 대한 부채는 38년 동안 광주에서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끝임 없는 질문이었고, 삶의 담금질이었다. 광주를 떠나면서 마샤 헌트리는 “우리의 마음이 같이 있어요!”로 사랑의 마음을 전했다. 멀리 노스캐롤라이나의 캐리에 있는 마샤 헌트리 여사는 이제 우리의 이웃이며, 우리의 가족이다.

홍인화 권사(국제학박사, 전 광주시의원, The 1904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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