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란 무엇인가/ 고경태 지음/ 우리시대 / 문양호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이 시대 변증은 흥미를 잃은 분야 중에 하나다. 출판이나 방송엔 인문학이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고 있고 여러 강사들이 강의를 하며 토론하는 프로그램들이 사람들에게서 인기를 끄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변증이 사람들에게 흥미를 주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모순적이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곰곰이 살펴보면 인문학이 진정 이 시대에 인기가 있는가 하는 것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싶다. 나름 잘 팔리는 인문학 관련 서적들을 보면 인문학 고전들과 읽을 만한 깊이 있는 책들이 대부분 아니다. 그것보다는 여러 이슈와 주제들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것들이며, 책을 소개해도 그 책에 대한 요약과 주제를 보여주는 정도이다. TV나 매체에서 주목받는 강사들을 한번 살펴보라. 그들 중 잘 가르치고 이 시대의 멘토나 스승이 될 만한 분들이 꽤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적지 않은 경우가 말 잘하고 사람들이 듣고 싶은 발언, 즉 사이다 발언 등을 행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의 인문학 강의는 나름 긍정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으나 마치 사도행전 17장에서 등장하는 아덴 사람들, 아테네의 분위기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고 흥미를 끄는 것에 경도되던 사람들.

결국 그러한 분위기에서는 천하의 전도자라 할 수 있는 사도 바울도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회심자를 이끌어 내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시대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의 지식은 높아지고 지식에 대한 갈급함은 꽤나 있어 보이지만 진정 진리의 바다에 깊이 뛰어 들어가고자 하는 이들이 적어 보인다.

이런 현상은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교회에 대한 비판이나 판단하는 이들은 많고 여러 가지 신학서적을 읽는 이들은 적지 않아 보이는데 정작 복음이 무엇이며 기독교인인 우리가 믿고 있는 믿음의 기초는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이들이 많은 듯 보인다.

이런 무진기행 같은 혼돈을 겪고 있는 지금의 세태 속에서 가르치는 이들과 바로 서려는 그리스도인들은 지금 나의 기초가 어디인지 또 무엇을 진정 붙들고 가르쳐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보고 힘써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이러한 노력이 다른 부분에 비해 인기가 없어 보이고 사람들의 주목을 끌지 않은 것처럼 비쳐질지라도 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아덴의 말 잘하던 이들처럼 사람들이 듣기 좋아하는 이야기만 한다면 교회는 커져갈지 모르지만 결국 기독교는 그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복음의 선명성도 혼탁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읽은 고경태 목사님의 ‘기독교란 무엇인가’는 그런 뚝심을 보여준다.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책을 접한 후에 책 사이즈도 작고 분량 면에 있어서도 100쪽을 넘지 않아서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떤 때 진리와 그 기본만을 이야기 하는데 있어서 굳이 몇 백 쪽이 필요할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종종 어떤 책은 수백 쪽을 넘어 몇 권에 걸쳐 한 주제를 다루는 집요함을 보이지만, 정작 그 주제의 핵심과 말해야 할 부분에 있어서는 너무나 조심스럽게 접근해서, 정작 성경은 명백하게 그 여부를 이야기함에도 저자는 모호하고 두리뭉실하게 이야기하고 시류를 따르는 비겁함(?)과 무책임함을 보이는 경우도 자주 있다.

 

하지만 그런 시대일수록 분명하게 알아야 할 부분은 분명하게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기독교란 무엇인가’는 그런 노력을 보여준다. 작은 책이지만 그저 단순하게 기독교 교리를 보여주지 않는다. 학자적 태도로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면서 우리가 보아야 할 기독교적 정의와 교리들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특별히 전반부는 타종교나 과학 등과 기독교가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한편, 천주교를 비롯한 개신교 이외의 타 기독교 종파를 구분 지으며 독자들이 지금 자신이 믿는 개신교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이것은 단순히 기독교의 역사들을 간추리는 것을 넘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의 기독교가 처한 위치와 상황을 어느 정도 짚고 넘어감을 통해 단순한 지식전달이나 현실과의 유리를 최대한 막아주는 장점을 보여준다. 그리고 후반부터는 기독교 기본진리를 각 교리별로 잘 정리하여 핵심적으로 독자들에게 읽게 해줌으로써 유익을 준다. 

이 책은 책 제목에서 풍기는 것처럼 그저 기독교를 알고 싶은 관심자에게도 중요할 수 있겠지만, 갓 기독교에 귀의한 이들이나 새신자, 또는 중직자이지만 아직 신앙의 정리가 부족한 이들에게 좀 더 깊은 단계로 들어가는 입문서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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