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 남서호 박사의 심리상담코너

미국 사회에서는 장모와 사위는 견원지간이다. 그래서 장모와 붙어 다니는 형용사는 잔소리 많은 장모니, 사나운 장모, 오만한 장모, 심술쟁이 장모……. 등 대체로 이미지가 나쁘다. 결혼한 미국 사람의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이혼하고 있고 이혼한 사람의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여자 편에서 이혼을 제기하고 있으며, 이혼을 제기한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꼴로 장모가 뒤에서 조종한다는 것이 상식이 돼 있다. 이 장모와 사위의 불화가 큰 사회문제가 돼 있기에 그 불화를 다소나마 완화하고자 미국 하원에서는 10월의 네 번째 일요일은 '장모의 날'로 제정하기까지 했다.

에덴동산에서 아담은 9백 30세까지 살았고 이브는 8백 세 이상 산 것으로 되어 있다. "어떻게 해서 아담이 그렇게 장수 할 수 있었을까" 하면 "그야 뻔한 일이다. 장모가 없었기 때문이지" 하는 유대인들의 우스개 이야기가 있다. 우리 한국 사람으로서 장모가 있어 단명하고 장모가 없어 장수한다는 이 말을 듣고 웃을 사람은 없을 줄 안다. 하지만 유럽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고 회심의 웃음을 띤다. 반대로 왜 이브가 그토록 장수했을까 할 때 "시어머니가 없었기 때문이지"하면 한국 사람들은 웃었을 것이다. 우리 한국의 친족구조에서 장모와 사위 사이는 최고로 좋은 사이다. 장모는 사위가 곰보나 애꾸라도 예뻐 보이고 사위가 오면 신발 거꾸로 신고 나가 맞으며 씨암탉은 사위 몫이다. 

그런데 그것도 장담하지 못할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드라마에 비치는 내용을 보면 이미 그런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필자도 몇 일 전 장인이 되고 아내는 장모가 되었다. 그런데 사위가 예쁘고 사랑스러웠고 아내에게 물어보니 아내도 그렇다고 했다. 아마 사위가 딸에게 잘하면 긍정적이고 못하면 부정적이지 않겠는가. 오죽하면 잘 키운 아들 장모 아들, 못 키운 아들 내 아들이란 말이 있겠나? 분명한 것은 자녀들을 잘 양육하여 독립된 개체가 되게 하여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경제적으로 자립하게 하고 뒤에서 격려하고 기도하는 것으로 끝나야 한다. 그들의 삶에 일일이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위는 매일 와도 백 년 만에 온 손님 같고 사위 사랑은 장모다. 한데 서양에서 장모에 붙어 다니는 형용사는 잔소리 많은 장모, 심술궂은 장모, 오만한 장모 등 둘 사이가 최악이다. 이 장모 사위의 험악한 사이를 호전시키고자 국가 나서서 장모의 날까지 제정했을 정도다. 

가정에 있어 夫權(부권)이 센 나라일수록 시어머니―며느리 사이가 험악해지고 婦權(부권)이 센 나라일수록 장모―사위 사이가 험악해진다는 건 상식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父權―夫權 중심 사회이기에 姑婦(고부) 사이가 나쁜 나라로 알려져 왔고 지금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들 보고 있다. 한데 근간에 보면 고부 사이는 호전되는 경향이고 그 좋았던 丈 (장서) 사이가 악화해가는 조짐이다. 장모가 사위로부터 딸을 탈환하는 이혼이 잦아지고 있음도 그것이다. 

어떤 장모는 자기 사위의 아버지가 상처한 후 그 죽은 아내의 아우와 재혼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서, 불륜 가문이라는 이유로 자기 딸을 강제로 이혼을 시켰다. 우리 역사에서도 형이 죽으면 그 아우가 형수와 결혼해 사는 兄弟婚(형제혼)이나 언니가 죽으면 아우가 형부와 결혼해 사는 姉妹婚(자매혼)은 역사의 어느 시기까지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었다. 특히 자매혼은 고려 왕실에서 상식이었다. 그 후 근친 결혼을 엄하게 다스리는 차원에서 법적인 제재를 받았으나 형제 혼이나 자매혼은 극히 근대까지 관행으로 남아 있었다. 다만 그만한 일로 사위로부터 딸을 탈환한다는 것은 장모의 힘이 서구화하고 있다는 사회적 척도로서 짚고 넘어갈 일이라고 보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도 장모가 사나워지고 있다는 현실이다.

나사렛대학교에서 교수로 섬기다가 이제는 목회에 전념하고 있다. 그리고 기독교치유상담교육연구원 원장일을 보고 있으며 여러군데 세미나를 인도하고 있다. 늘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일에 관심이 있으며 어려운 문제 함께 의논하고 상담하기를 좋아한다. 미 공인상담사및 코칭 자격을갖고있다.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