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친화적 교회로 준비하라 (10)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신명기 32:7에서 모세는 “옛날을 기억하라”면서 옛날에 대한 ‘기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기억하라’는 말은 히브리어 ‘자카르’(zakar)입니다. 이 단어의 기본 개념은 ‘기억하다’, ‘주의를 기울이다’ 등의 뜻으로 사람의 정신적 활동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때로 이 단어가 ‘권고하다’의 뜻으로 쓰일 경우에는 사람들의 망각을 일깨워 잊어버렸던 사실들을 떠올리고 기억하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경우는 주로 히브리어 ‘사역형’인 ‘히필’(Hiphil) 이란 단어가 사용되었습니다. 따라서 ‘기억하다’라는 뜻의 히브리어 ‘자카르’는 단순히 과거의 어떤 사실을 기억하고 암기하는 정도가 아니라 주의를 기울여 묵상하고 회상하고, 스스로를 권면하여 일깨우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영적 행위를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성경에서 ‘자카르’ 란 단어가 처음 쓰인 것은 창세기 8:1에서 “하나님이 노아와 그와 함께 방주에 있는 모든 들짐승과 육축을 ‘기억하사’ 바람을 땅 위에 불게 하시매 물이 줄어들었고”라는 말씀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옛날 성경에는 ‘권념하다’는 단어로 번역했습니다. 여기서 ‘기억’이나 ‘권념’은 하나님께서 노아와 그와 함께 있는 모든 짐승들을 ‘생각해주셨다’는 것입니다. 같은 의미에서 모세는 옛날을 ‘기억하라’고 명령형으로 지시합니다. 이는 기억에 대한 당위성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로 받아야 합니다.

과거의 수많은 사건 속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영적 교훈을 깨닫기 위해 성도들은 옛날의 일들과 과거 인물들의 삶, 그리고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묵상하고 회상해야 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하나님의 언약을 떠올리거나 나에게 말씀하시는 영적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깨달음의 결과는 때로는 ‘회개’를 불러오는 원동력이 됩니다.

에스겔 6:9은 “기억하고 스스로 한탄하리니”라고 하였습니다. 이방인 중에 사로잡혀간 자들이 하나님을 기억하라는 말입니다. 또한 민수기15:40에서는 하나님의 모든 계명을 “기억하고 행하면 너희의 하나님 앞에 거룩하리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계명에 대한 ‘기억’이 참된 회개를 불러와 하나님 앞에 거룩한 모습으로 서게 해준다는 말씀입니다. 따라서 성경을 읽고 상고하려는 자는 성경을 통해 ‘옛날’을 잘 기억해야 합니다. 그 기억이 나의 과거의 삶을 회상하여 하나님의 말씀과 은혜를 떠올리게 하고 회개할 수 있는 은혜의 바람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들은 세월이 가고 나이를 먹을수록 기억력이 쇠퇴해 갑니다. 기억력을 잃어가는 우리의 모습은 낙심이 되기도 합니다. 본문에서 예레미야 역시 낙심되고 절망적 상황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소망을 찾았습니다. 노년을 지내면서 기억력이 저하된다고 낙심하지 마십시오. 예레미야처럼 하나님을 기억할 때 소망이 있습니다.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을 기억하라(3:22): 하나님은 유다의 죄 때문에 유다를 징벌하시지만, 언약 백성인 유다를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인자란 ‘헤세드’(hesed)인데 이 단어는 언약관계를 맺은 사람들에게 끝까지 사랑을 베푸시는 하나님의 특별한 성품을 묘사하는 말입니다(신 7:9). 이런 사랑의 모습은 종종 하나님의 용서 및 자비와 연관됩니다(출 34:6-7).

비록 죄로 인해 주님의 심판이 비통한 상황을 가져왔지만 결국 하나님은 인자로 인해 하나님의 택하신 백성을 버리지 않으실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아침마다 묵상하라(3:23): 성경에서 종종 밤은 환난의 때를, 아침은 소망의 때를 의미합니다. 절망스럽고 고통스런 밤을 보냈지만 아침에는 소망의 빛을 비추어 주시는 것입니다. 광야에 내렸던 만나와 같이 아침에 은혜가 임합니다. 그러므로 예레미야와 같이 성도들은 고통의 순간에도 하나님의 은혜를 기대하고, 아침마다 묵상해야 합니다. 여호와는 나의 기업이다(3:24): 예레미야는 여호와를 기업으로 삼았습니다. 인간을 기업으로 여기면 노인이 되어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기업으로 삼으면 노년이 되어도 낙심할 일이 없습니다. 아무리 기억력이 쇠하여 질지라도 항상 “여호와는 나의 기업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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