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용 교수의 아레오바고 (1)

 

박호용 교수┃대일고 1회, 연세대 철학과(B.A.), 장로회 신학대학원(M.Div.), 연세대 대학원 신학과(Th.M., Ph.D.) 졸업. 대전신학대학교 교수(구약학) 역임. 유라시아 선교회 회장 역임, 총회 파송(예장통합) 선교사[설교집] 《너와 나는 약혼한 사이》,《부르다가 내가 죽을 노래》,《첫사랑의 날카로운 추억》,《예수사랑의 연가》,《감악산의 두 돌판: 요한복음서 강해설교》 [저서] 《야웨인지공식》,《폰 라드: 구원사의 신학》,《요한복음서 재발견》,《요한의 천재성: 상징코드》,《천하제일지서 요한복음》,《창세기 주석》,《출애굽기 주석》,《에스겔 주석》,《요한복음 주석》,《성경개관(한글판, 중국어판)》 와 역서 다수

 

1. ‘노름마치’란 ‘놀음(노름)’과 마치다의 ‘마침(마치)’이 결합된 순우리말로 최고의 명인(연주자)를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다. 곧 그가 나와 한판 놀면 뒤에 누가 나서는 것이 무의미해 결국 판을 맺어야 한다. 이렇게 놀음을 마치게 하는 고수 중의 고수를 ‘노름마치’라 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인류 사상사에서 ‘진리의 노름마치’라고 말할 수 있다.

인류 역사는 진리를 향한 투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리의 싸움은 곧 사상의 싸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진리는 사상이 되고, 사상은 철학이나 예술 등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특히 종교라는 그릇에 담겨 표현될 때 가장 긴 생명력을 갖는다. 공자 사상(유교), 노자 사상(도교), 석가 사상(불교), 무함마드 사상(회교), 예수 사상(기독교)이 그것이다. 그런데 인류가 지금껏 살아온 삶은 “누가 (참) 왕(최고의 존재)인가?”라는 王 사상의 싸움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인류 사상사를 王 사상의 관점에서 보면 셋으로 나누어 말할 수 있다. 天王사상 시대, 人王사상 시대, 神王사상 시대가 그것이다.

2. 첫째, 문명의 기축시대로 일컬어지는 주전 6세기 이전의 세계는 자연(自然)과 신화(神話)에 기초한 천(天)의 세계였다. 고대인들은 자연을 대표하는 天을 神으로 숭배하였다. 이 시대는 천(天)을 본(本)으로 하는 천본시대로써, ‘천왕(天王) 시대’였다. 이 시대는 모든 자연물을 신으로 섬긴 다신교의 세계였다. 하늘 곧 자연은 인간이 극복하기 어려운 힘세고 두려운 신적 존재였다. 그리하여 연약한 인간은 신의 노여움을 달래기 위해 많은 제사를 드려야 했다. 이 일을 담당한 자가 곧 무당(巫)이었고 무당들은 주술(呪術)을 통해 신의 노여움을 달랬다.

3. 둘째, 주전 6-5세기는 위대한 성인(사상가)들이 대거 출현한 문명의 기축시대였다. 동양에서는 석가, 공자, 노자, 서양에서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수많은 소피스트들과 소크라테스가 출현하였다. 석가는 인간이 신이 되는 길(解脫)을, 공자는 인간이 인간되는 길(克己復禮)을, 노자는 인간이 자연 되는 길(無爲)을, 소크라테스는 이성적 존재로서의 자기 발견을 각각 주장하였다. 결국 인간이 주어(主語)요 인간을 중심 문제로 삼았다는 점에서 그들의 사상은 인본주의요 그들은 인왕시대에 속한 인물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인간을 최고의 존재인 왕 삼았다는 점이다.

 

 

4. 셋째, 군웅할거(群雄割據)하던 고대국가 시대를 지나 거대한 제국주의에 이른 주후 1세기는 새로운 사상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시대는 人의 세계에서 神의 세계로, 즉 인간의 노력과 행위에 의한 율법적(구도적) 세계관(율법의 종교)에서 하나님의 은혜와 믿음에 기초한 복음적 세계관(은혜의 종교)으로의 사상의 일대전환이 일어났다. 이 시대는 신(神)을 본(本)으로 하는 신본주의 시대로써 이 시대를 신왕시대라고 부른다. 이 시대는 주어가 인간이 아닌 하나님(신)이라는 점에서 이전시대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바울은 말한다.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갈 4:4) “그 뜻의 비밀을 우리에게 알리신 것이요 그의 기뻐하심을 따라 그리스도 안에서 때가 찬 경륜을 위하여 예정하신 것”(엡 1:9)이라고 말하고 있다. 도도히 흐르는 거대한 인간 역사 속에서 하나님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비밀에 속한 경륜을 가지고 계셨다. 그것은 먼저 이 세상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시고, 이어서 교회를 통해 그 뜻의 비밀을 이어가는 것이었다(엡 1-3장). 이 같은 구원의 경륜에 따른 구원사의 절정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가 이 세상에 오신 주후 1세기였다.

5. 주후 1세기(초대교회 100년)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을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세기로 불리어 마땅하다. 왜냐하면 그 한 세기는 인류 사상의 최대 보고(寶庫)인 구약성경이 완성되고 신약성경이 탄생함으로 더 이상의 새로운 진리가 없는 진리의 종언을 고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예수는 “내가 곧 길이요 진리의 생명이다”(요 14:6)라는 말로 진리의 종언을 고했다. 따라서 예수 이후에 나타난 예언자 무함마드(Muhammad, 570-632)는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뱀의 발, 즉 사족(蛇足)에 불과하다. 복음의 진리, 즉 구원은 율법의 행위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에 의한 선물이라는 진리(엡 2:8-9), 세상 나라의 가이사(권력, 돈, 명예)가 왕(王)이요 주(主)가 아니라 예수(하나님의 아들)가 왕이요 주(主)시라는 하나님 나라(神國)의 진리(요 18:37)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다시없는 세계관과 가치관의 일대변혁을 일으켰다.

주후 1세기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세기로 만든 인물들이 있었다. 예수-베드로-바울-요한(J-P-P-J)이 그들이다. 성령이 주도한 초대교회 4인의 활동은 새 생명, 새 역사를 탄생시킨 위대한 복음의 시대였다. 인간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죄와 죽음의 문제를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을 통한 해결하시고, ‘하나님 나라(神國)의 복음’과 ‘하나님 은혜의 복음’을 말한 그리스도 예수의 진리는 더 이상의 새로운 진리나 새로운 사상이 불필요한 ‘진리의 노름마치’였다.

예수 사상, 예수의 꿈은 이 세상에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는 일이었다. 이것은 결국 세상 나라와 하나님 나라 간의 치열한 영적 전쟁을 동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전쟁은 어떤 사상이 참 진리인가 하는 진리(사상) 전쟁이었다. 주후 1세기 100년의 활화산처럼 분출하는 폭발적 에너지의 근원은 예수 사상(진리)의 힘이었고, 그 결과는 예수 사상(진리)의 승리였다. 예수 사상은 하나님 나라(神國) 사상(진리)으로써, 이 사상(진리)으로 세상 나라를 뒤집어엎고 마침내 승리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진리의 노름마치’가 된 것이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 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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