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고 영리한 영화의 기법을 목격하다

2018년 제작된 미국 영화이며, 한국에는 2018년 8월 29일 개봉하였다. 한국계 미국인들의 미국 생활에서, 스터디 그룹을 하겠다며 외출했다가 실종된 딸을 찾는 아버지를 다뤘다. 제 34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으며, 대한민국에서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됐다. 촬영에는 13일 편집에 2년여가 걸렸다.

영화는 우리가 일상에서 다루는 IT 기기의 용도와 활용 방식을 공감있게 그렸다. 윈도우 XP 화면을 시작으로 맥 OS, 구글 검색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장면을 통해 IT 기기와 SNS에 묻혀 사는 우리의 현실을 대입한다. 전반부에는 이러한 일상을 정서적인 드라마로 만들다가, 사건이 본격화되는 중간부터 추리, 스릴러의 도구로 변모한다. 주인공이 마우스를 움직이면서 특정 단서를 발견하고 '되돌리기'로 돌아가는 장면과, 검색을 통해 해당 단서를 하나하나씩 발견하는 과정들이 긴장감을 높여줘 모든 화면을 주의 깊게 바라보게 한다. 

오로지 컴퓨터, 스마트폰과 카메라로 찍힌 장면들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독특한 연출 방식을 사용하였음에도 스토리가 몰입도 있게 잘 진행되고, 관객의 예상을 깨뜨리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치밀한 구성으로 호평받고 있다. 실험적인 촬영기법에 스릴러와 가족의 정서가 무난하게 담길 수 있었던 요인에는 인물들의 모든 행위와 기기 활용에 꼼꼼한 상징성을 부여한 감독의 계산된 연출력과 존 조의 연기가 한몫했다.

직구의 위력을 살짝 줄이는 대신 변화구까지 터득해 '투수'로서의 완성도를 높인 느낌이다. 거기에 적당히 요즘 인터넷 세대들도 비판하고, 너무 억지스럽지 않은 전개가 좋았다. 다가올 거대 자본 영화시장에 맞설만한 인디 또는 마이너 영화의 방향성 제시가 아닐까. 물론 장르적 특성상 지루함은 있으나 깨끗하고 깔끔한 빌드업과 사건 전개는 흠 잡을 곳이 없다. 그간 히어로물이나 조폭영화 등과 같이 매번 비슷한 오락영화만 보다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콘티의 신선함을 접할 수 있는 만족도가 높은 영화다.

현재 한국 영화에서 파다한 과장되고 억지스러운 신파에 불편함을 느꼈는데, 이 영화의 감정선은 정말 자연스럽고 부드러우며 유연했다. .또한 직접적으로 보여지는 잔인한 부분, 사람들이 불편해 할 수 있을 부분이 별로 없어서 가족들과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으니 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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