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11월 셋째주일을 추수감사주일로 지킨다. 이것은 미국선교사들의 영향 때문이다. 미국 선교사들은 자국에서 지키던 추수감사절을 한국교회에 이식한 것이다. 신대륙 미국에서 추수감사절이 시작된 상황은 잘 알려져 있다. 잉글랜드의 청교도들은 잉글랜드에서 분리주의자로 취급을 받아 박해를 받았다. 청교도들은 잉글랜드교회가 로마가톨릭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국왕(헨리8세)를 교회의 수장으로 한 영국국교회를 따르려고 하지 않았다. 잉글랜드교회는 로마가톨릭이 행했던 수많은 교회축일들을 줄였지만 급진 개혁파였던 청교도들은 부활절과 성탄절을 포함하여 모든 교회축일들을 없애려고 했다. 대신에 하나님의 섭리 속에 일어나는 큰 재앙이나 큰 축복의 사건을 경험하면서 금식일과 감사일을 제정하여 지키려고 했다.

스튜어트왕가는 교회질서를 명분으로 청교도들을 크게 핍박하기 시작했다. 이에 청교도들은 1620년에 신앙의 박해를 피해 잉글랜드의 사우샘프턴에서 메이플라워호를 세내어서 타고 신대륙 메사추세츠 플리머스에 도착하여 식민지를 건설했다. 신대륙으로 이주해간 이들 중에 네덜란드로 먼저 이주해간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1608년부터 1620년까지 네덜란드 레이던에 정착하여 생활했지만 그곳 생활에 만족하지 못했다. 신앙의 자유를 얻었지만 네덜란드가 너무 자유로운 나머지 자기 자녀들이 신앙을 지키기가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네덜란드에서 말이 서툴러서 성공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도 작용했다. 그래서 그들은 신대륙에서 개척 노동자를 모집한다는 말을 듣고 잉글랜드로 건너가 메이플라워호에 승선한다.

미국으로 건너간 청교도들이 1621년에 혹독한 겨울을 보내면서 절반이나 되는 사람들이 얼어 죽고, 다음 해 인디언들의 도움을 받아 농사를 지어서 풍성하게 수확했다. 그들은 도와주었던 인디언들을 초청해 3일 동안 추수를 감사하는 잔치를 벌인다. 추수한 곡식과 과일, 야생에서 잡은 칠면조 등을 요리하여 잔치를 벌인 것이 미국 최초의 추수감사절이 되었다. 작금에 미국은 11월 넷째주 목요일(그 다음 날인 금요일도 휴일로 지정하여 토요일과 주일까지 4일 동안 휴일을 갖는다)을 추수감사절로 정하여 대대적인 잔치를 벌인다. 금요일은 ‘블랙프라이데이’라고 해서 상점들이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한다. 사람들은 자기 고향, 가족에게로 돌아가 온 가족이 추수감사절 식사를 나눈다. 이때 호박파이와 칠면조요리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우리가 왜 11월 셋째주일을 추수감사주일로 지켜야 하는가? 추수감사주일은 유대인의 절기였던 ‘초막절’의 성취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그렇게 보아서는 안된다. 유월절은 부활절로 성취되었고, 오순절은 오순절성령강림절로 성취되었지만 가을추수인 초막절을 성취하는 절기는 없다. 초막절의 성취는 열려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미래의 최종적인 추수를 향해 열려있는 절기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추수감사주일을 지키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한국은 농경문화속에 있었기에 가을에 추수하여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이 합당하다. 산업화로 인해 농경문화가 사라졌는데 굳이 수추감사주일을 지켜야 하느냐는 문제제기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왜 하필 11월 셋째주일인가? 청교도들을 본받아야 하기 때문인가? 청교도들의 추수감사절을 토착화시키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우리에게는 고유의 명절인 추석이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하였던 바로 그 명절 말이다. 우리 민족이 지키던 추석이 바로 추수감사절이 아닌가? 추석에 민족대이동을 한다. 도시로 나갔던 자식들이 시골 자기 마을로 돌아간다. 연어가 고향으로 돌아가듯이 사람들이 자기 고향으로, 부모 품으로 돌아간다. 가을걷이한 것을 가지고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낸다. 조상들이 지켜 주셨기 때문에 이렇게 풍성한 것을 추수하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감사한다. 우리는 조상들에게 감사할 것이 아니라 먹을 것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해야 한다. 추석에 먹을 것이 있게 된 것은 하나님께서 하늘로부터 햇빛과 비를 내려주셨기 때문이다. 농사만큼 하늘에 의존하는 것이 없다.

우리가 11월 셋째주일을 추수감사주일로 지키기보다는 추석 가장 가까운 주일을 ‘추석주일’로 지키는 것이 좋지 않을까? 공교롭게도 유대인들의 초막절은 추석과 날짜도 같다. 날자 자체를 미신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지만 추석을 민족의 명절로만 생각하고 버려두는 것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추석주일을 통해 우리 민족이 추석에 하던 그 모든 감사가 하나님께 드려야 할 감사라는 것을 나타내 보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고향사람들과 주위의 이웃을 초청하여 기뻐한다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안재경 목사(남양주 온생명교회, 개혁정론 운영위원) <사사기 룻기 성경공부>, <고흐의 하나님>, <예배, 교회의 얼굴>, <렘브란트의 하나님> 등 다양한 저술과 집필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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