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이길 수 있을 때만 싸우느냐?”

영화 안시성(감독 김광식, 주연 조인성, 박성웅)은 추석을 맞이하여 개봉한 대표적인 블록버스터 영화이다. <안시성>은 그 제작비로 215억이 들어간 대작이다. 안시성은 9월 19일에 개봉해서, 24일 약 70만 명이 관람했다. 개봉 이후 관람 통계 200만을 넘어섰다.

안시성 전투는 고구려와 당나라의 관계를 결정하는 88일간의 전투이다. 당대의 최고의 정복자 당(唐) 황제 이세민과 고구려 한 성,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의 대결을 영화로 그린 것은, 블록버스터 영화 자체 외에 역사적으로 인문학적으로 가치가 있다.

안시성과 양만춘에 대한 역사 기술은 매우 제약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내용의 대부분은 작가(김광식)의 상상의 산물이다. 그럼에도 고구려의 기마부대(개마무사)의 위용을 재현한 것은 좋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에 반해 “안시성의 기마부대”는 개마무사와 다른 가볍고 신속한 부대의 모습으로 재현했다. 기마부대와 협력하는 여성으로 구성된 석궁부대는 강인한 고구려의 기상을 볼 수 있었다. 영화 <안시성>은 블록버스터 전쟁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여자 배우가 많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두 여배우의 얼굴이 스크린에 등장한 것이 큰 무리 없이 전개되었다. 전쟁의 참혹함과 웅대함을 역으로 드러내는 기법으로 잘 활용했다.

당의 이세민이 안시성을 3차 공격하는 장면을 매우 섬세하게 재현했다. 그리고 안시성에서도 기습공격을 시도한 것으로 구성시켰다. 신녀(정은채 역)가 패배를 예언(고구려의 신은 우릴 버렸습니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열을 강화시켜 항전했고, 신녀가 가져온 고주몽의 신궁을 의지하는 장면은 역설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역사 영화는 전개와 결말을 관객은 이미 알고 있다. 영화 <남한산성>의 결말도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영화 <대립군>은 결말을 침묵함으로 역사를 재해석하도록 했다. 영화 <안시성>은 진행과 결과가 명료하다. 그럼에도 관객을 압도하는 전개와 스크린과 음향 등으로 2시간 동안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영화의 구성은 오마쥬(hommage)가 많이 등장했다. 전쟁 영화의 대명사인 <300>, <반지의 제왕> 등이 오마쥬로 등장했다. 그럼에도 관객에게 큰 거부감 없이 잘 설득했다. 그것은 영화 내용 전개가 매우 긴박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영화 안시성은 웅대한 장면이나 음향이 아닌 대사에서 블록버스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양만춘의 “넌 이길 수 있을 때만 싸우느냐?” 대사는 관객의 마음에 충격을 주었다. 20만 대군 앞에서 선 작은 성 안시성과 5천명의 군사들의 풍랑 앞에서 양만춘의 답은 단순했다. 그리고 항복을 요구하는 이세민의 요구에 대해서 “우리는 물러서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우리는 무릎 꿇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우리는 항복이라는 걸 배우지 못했다!”는 대답은 관객들의 마음을 충분히 사로잡았다. 그 대사를 듣고 싶어서 다시 영화를 볼 수 있을 정도로 긴박감과 압박이 있다.

고구려는 잊혀져가는 우리 역사였다. 그런데 영화 <안시성>으로 다시 우리의 소유가 된 것 같았다. 최덕성 박사는 국가는 영토를 보존하고 확장시킬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국경선은 결정된 것이 아니라 유지되는 것이다. 우리는 천년역사를 하루에 배우고 있다. 천년 역사 안에 있는 하루를 잘 찾지 못한다. 그러나 천년 역사를 이루는 그 하루, 안시성의 88일에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그 하루가 모여 천년이 된다. 오늘 하루가 모여 천년 역사가 될 것이다.

그 하루에 하는 질문, “너는 왜 힘들게 사느냐?”에 대해서 “넌 성공할 때만 노력하느냐?”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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