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배 교수의 구약이야기(99) - 욥기(3)

박신배 교수 / 연세대 구약학 박사 현 그리스도대 구약교수 창조문학 편집위원 한국 평화학회 부회장 한국 구약학회 부회장 KC대 전 총장

 

“여호와께서 사단에게 이르시되 네가 내 종 욥을 유의하여 보았느냐 그와 같이 순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가 세상에 없느니라 네가 나를 충동질하여 까닭 없이 그를 치게 하였어도 그가 오히려 자기의 순전을 굳게 지켰느니라”(욥2:3).

욥기는 인간이 죄를 지음으로 고통이 시작되지 않고, 사단의 시험을 통해 고난이 시작된다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 인간은 탐욕과 무지함, 불신앙으로 죄를 짓고 고통을 당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다(롬1-3장; 롬6:12-23).

그러면 죄는 어디에서 기원하는가? 창세기 1-3장에서는 뱀(사단)을 통해 선악과 유혹에 넘어간 여자와 아담의 죄로 인해 인류에게 죄가 들어온 것으로 말하고 있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창1:5). 죄의 유혹을 끼친 뱀은 저주를 받아 기어 다니는 신세가 되었다는 기원(起源)론적 설명을 한다(창3:14). 반면 욥기는 사단이 욥의 순전함과 경건함, 의로움이 풍족한 환경에서 비롯되기에, 시험을 주면 신앙을 저버리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욥기에서 사단은 죄의 유발(誘發)을 도모하는 시험자로 나타난다. “사단이 여호와께 대답하되 가로되 욥이 어찌 까닭 없이 하나님을 경외하리이까 주께서 그와 그 집과 그 모든 소유물을 산울로 두르심이 아니니이까 주께서 그 손으로 하는 바를 복되게 하사 그 소유물로 땅에 널리게 하셨음이니이다 이제 주의 손을 펴서 그의 모든 소유물을 치소서 그리하시면 정녕 대면하여 주를 욕하리이다”(욥1:9-11).

욥기의 이야기가 발전되는 단계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설명된다. 욥기가 가지고 있는 다른 이야기 성격 때문에 그렇다. 한 가지 견해는 천상의 두 가지 장면(욥1:6-12; 2:1-7)이 나오는데 그것은 후기에 첨가된 것이다. 재산을 거두어 가면 하나님을 부인하리라(욥1:10). 또한 그의 뼈와 살을 치면 주를 욕하리라(욥2:5). 물질 시험 이후에 건강을 치면 신앙을 저버리게 될 것이라 말한다. 이 두 가지 장면에서만 사단이 천상회의(Heavenly Council) 일원으로 나타난다. 이 사단의 시험은 하나님의 허락하심으로 진행된다.

욥이 자신의 신앙이 이기적 유익으로 인한 것이 아닌, 순전한 신앙으로 된 것임을 보인다. 심지어 고난에도 불구하고 굳세게 믿음을 지킬 것인지에 대하여 시험하는 고난의 과정이 전제된다. “여호와께서 사단에게 이르시되 내가 그를 네 손에 붙이노라 오직 그의 생명은 해하지 말찌니라”(욥2:6). 이 고통과 고난의 이야기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병고(病苦)와 질병(疾病), 장애(障碍)등에서 오는 원인론적 이유를 찾게 하며 또 그 고난당하는 자의 위로의 근거가 된다. 인간의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말하며, 하나님의 주권 하에 인간사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사단은 하나님이 욥을 좋게 보시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입증하려고 한다. 사단은 하나님과 대적하는 존재인가. 사단은 영적 세계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거역하고 반항하고 반란을 일으키는 존재임을 성경을 통해 보여준다(욥기, 스가랴). 사단의 말은 “고발하는 자”혹은 "참소하는 자"(대항자)라는 뜻을 가진다. 천사가 교만하여 악한 천사(루시퍼)가 되며 하나님께 반항한다(사14:12-15). 욥기는 그러나 그러한 사단의 의도와 관점이 결과적으로 틀렸음을 보여준다. 결국 하나님은 의로우시고 전지전능하시며 인간의 생사화복을 주장하시는 분임을 보여주고 있다. 사단의 계획에도 불구하고 욥은 하나님의 지혜에 기초하여 시험을 이긴다. 시험은 어쩔 수 없이 그러한 생각에 따라서 시험하는 행동의 결과로 말미암는다. 하늘 천상회의 장면에서 나오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는 필연적 상태가 되었다. 왜냐하면 그들만이 그 이유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욥 자신은 숨겨진 채 당하는 일이 곧 시험인지 왜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모른 채 진행되어야 했다. 왜 의로운 사람이 고통을 받아야만 하는가? 욥은 알 수 없는 고통, 죄의 원인이 아닌 하늘 회의에 의한 괴로움을 당한다. 그로 인한 심한 탄식을 하며 인간이 당하는 고난의 원인을 이해하게 하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여기 이야기가 고난의 단초가 된다.

의로운 사람이 당하는 고난이 무엇인지 보려면 욥(기)에게 와야 한다. 욥기 1, 2장의 이야기는 일어난 그 고난의 일의 해석을 제공하고 있다. 모든 것이 사라지는 순간, 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가로되 내가 모태에서 적신이 나왔사온즉 또한 적신이 그리로 돌아 가올 찌라 주신 자도 여호와시요 취하신 자도 여호와시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찌니이다 하고 이 모든 일에 욥이 범죄하지 아니하고 하나님을 향하여 어리석게 원망하지 아니하니라”(욥1:21). 이것이 욥의 훌륭한 신앙의 모습이며 지혜로운 모습인가. 더욱이 고난이 가중되고 욕창으로 인해 발바닥에서 정수리까지 악창이 나서 죽게 되었는데 신앙을 지키면서 입술로 범죄치 않았다고 한다(욥2:10).

욥기 1, 2장에서 욥은 놀라운 자제력으로 견딘다. 고난의 무게가 천근, 만근 같이 무겁게 짓눌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성자처럼 ‘적신(赤身)으로 왔으니 적신으로 돌아갈찌니라.’ ‘하나님께 복을 받았은즉 재앙도 받지 아니하겠느뇨’고 말한다. 이제부터 욥기는 고난의 무게만큼 탄식해야 하는 존재가 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나의 기운이 쇠하였으며 나의 날이 다하였고 무덤이 나를 위하여 예비되었구나”(욥17:1). “나의 날이 지나갔고 내 경영, 내 마음의 사모하는 바가 다 끊어졌구나 그들은 밤으로 낮을 삼고 빛이 어두운데 가깝다 하는 구나(욥17:11-12).” 이러한 엄청난 고난의 탄식은 십자가 위에서 주님이 인류를 위해 무거운 짐을 지시고 외치는 포효와 같고, 탄식소리와 같다. 이 탄식이 구원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제 육시가 되매 온 땅에 어두움이 임하여 제 구시까지 계속하더니 제 구 시에 예수께서 크게 소리 지르시되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시니 이를 번역하면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는 뜻이라”(막15: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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