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배 교수의 구약이야기(101) - 욥기(5)


박신배 교수 / 연세대 구약학 박사 현 그리스도대 구약교수 창조문학 편집위원 한국 평화학회 부회장 한국 구약학회 부회장 KC대 전 총장

“그 소유물은 양이 칠천이요 약대가 삼천이요 소가 오백 겨리요 암나귀가 오백이며 종도 많이 있었으니 이 사람은 동방 사람 중에 가장 큰 자라”(욥1:3).

욥기는 고난과 사단, 고난과 지혜를 말해주고 있다. 욥이 살았던 시대가 아브라함이 활동하던 시대와 같다고 본다. 욥에 대한 전승은 분명히 외국적인 기원에서 비롯된다. 욥이 먼 나라, 오늘날 터키 지역(수리아 안디옥 지역)에 있다는 전승도 있다. 욥은 동방 사람 중에 한 사람이었다(욥1:3). 하지만 우스 땅에서 살았고, 아마도 에돔 지역의 남동쪽에 위치한 곳이었다(애4:21). 욥의 친구들인 데만 사람 엘리바스(에돔?), 수아 사람 빌닷(유프라데스?), 나아마 사람 소발(북쪽 사람)은 아마도 모두 외국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욥의 이야기는 거의 에돔이나 아라비아 혹은 이스라엘, 그 밖의 지역에서 일어난 것 같지 않다. “우스 땅에 욥이라 이름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순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더라”(욥1:1).

욥기의 이야기와 유사한 이야기가 있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천상회의 장면에서 사단이 하나님과 대화해서 욥을 시험을 주는 것과 비슷하다. 신과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대화에서 시작하여 '파우스트'라는 이름의 학자를 두고 내기를 벌인다. 그가 과연 세속적인 유혹을 이길 수 있는지 시험한다.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신을 닮은 인간을 타락시켜 신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겠다고 신에 대한 도전을 한다. 신은 파우스트의 인간적 향상을 위해 악마를 이용하려는 의도 하에서 내기를 수락한다. 파우스트는 관능적 쾌락(그레트 헨), 미의 추구(헬레네)에서 벗어나서 진정한 인간성을 추구하고, 권력욕과 정치욕을 좆는 삶이 아닌 남을 위해 사는 삶이 가치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파우스트는 구원에 이르는, 인간 영혼의 고귀함을 깨닫게 된다. 결국 파우스트의 영혼은 메피스토펠레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구원받는다. 주로 희곡 대사로 된 ‘파우스트’에서 유명한 말이 나온다, ‘멈추어라, 너는 아름답다!’ 이 말은 욥기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나님이 좋은 것으로 그 집에 채우셨느니라 악인의 계획은 나와 판이 하니라”(욥22:18). “너는 하나님과 화목하고 평안하라 그리하면 복이 네게 임하리라”(욥22:21). “네가 무엇을 경영하면 이루어질 것이요 네 길에 빛이 비취리라”(욥22:28). “하나님은 사람의 길을 주목하시며 사람의 모든 걸음을 감찰하시나니”(욥34:21).

욥기 이야기는 고대 전승을 포함하고 있다. 욥은 가족들의 아버지로서 자녀들의 죄를 위해 제사 드린다. 그는 족장 시대처럼 희생 제물을 드렸다. “그 잔치 날이 지나면 욥이 그들을 불러다가 성결케 하되 아침에 일어나서 그들의 명수대로 번제를 드렸으니 이는 욥이 말하기를 혹시 내 아들들이 죄를 범하여 마음으로 하나님을 배반하였을까 함이라 욥의 행사가 항상 이러 하였더라”(욥1:5).

또 한편, 보다 최근의 개념으로 유혹자나 대적자로서 나타나는 사단의 등장이 있다(슥3장; 대상21:1). 다윗이 인구 조사하게 되는 배경이 사단의 역사(役事)로 행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다윗을 교만하게 하여 자신의 치적을 과시하려는 마음을 사단이 불어넣어 주었다고 말한다. “사단이 일어나 이스라엘을 대적하고 다윗을 격동하여 이스라엘을 계수하게 하니라”(대상21:1). 결국 고난의 문제가 사단과의 관계에서 비롯되어 믿음과 기도생활을 잃고, 거룩과 경건을 상실하면서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욥은 그 죄의 뿌리를 찾아 발본색원(拔本塞源)하는 뜻에서 번제를 드렸던 것이다.

이 사단에 대한 언급 속에서 또한 죄와 더러움을 씻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스가랴 선지자가 본 여덟 개의 환상 중에 네 번째 환상에서 그 사단을 본다. “대제사장 여호수아는 여호와의 사자 앞에 섰고 사단은 그의 우편에 서서 그를 대적하는 것을 여호와께서 내게 보이시니 여호와께서 사단에게 이르시되 사단아 여호와가 너를 책망하노라 예루살렘을 택한 여호와가 너를 책망하노라 이는 불에서 꺼낸 그슬린 나무가 아니냐 하실 때에 여호수아가 더러운 옷을 입고 천사 앞에 섰는지라 여호와께서 자기 앞에 선 자 들에게 명하사 그 더러운 옷을 벗기라 하시고 또 여호수아에게 이르시되 내가 네 죄과를 제하여 버렸으니 네게 아름다운 옷을 입히리라 하시니로 내가 말하되 정한 관을 그 머리에 씌우소서 하매 곧 정한 관을 그 머리에 씌우며 옷을 입히고 여호와의 사자는 곁에 섰더라”(슥3:1-5). 이 스가랴서는 욥기 이야기의 구조를 요약적으로 보여주고 해석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우리 인생의 삶이 정한 관을 쓰기 위한 삶의 여정이라고 보게 한다.

이 사단의 언급은 요나서와 같은 시기에 쓰여진, 기록된 형태에서 욥기가 포로기 이후에서만 아마도 실존하게 된다. 에스겔 예언자도 노아와 다니엘과 욥을, 옛날에 살았던 의로운 사람과 덕있는 사람의 모델로서 언급한다(겔14:14,20). 아마도 에스겔은 현재의 이야기가 아니라 보다 오래된 구전 전승에서 기원하고 있음을 염두해 두고 있다. 현재의 지배적인 견해는 전체 이야기로서 욥기가 주전 5-3세기 사이에, 페르시아 시대나 혹은 초기 헬라시대에 기록된 것으로 본다. 하지만 더 나아가 욥기의 기록 연대를 보다 정확하게 정하는 것은 어렵다. 사단은 오늘도 우리를 넘어뜨리려고 시험을 한다. 우리는 믿음으로 이 사단의 궤계를 이겨야 하는 과제 앞에 놓여 있다. 우리에게는 오늘도 이 믿음이 요구된다. “열 둘 중에 하나인 가룟인이라 부르는 유다에게 사단이 들어가니”(눅22:3). “시몬아, 시몬아 보라 사단이 밀 까부르듯 하려고 너희를 청구하였으나 그러나 내가 너를 위하여 네 믿음이 떨어지지 않기를 기도하였노니 너는 돌이킨 후에 네 형제를 굳게 하라”(눅22: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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