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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생 詩】초겨울 / 두타연에서 / 단풍놀이 / 가을 노래/ 단풍 / 추석

초겨울

               장영생

 

산에 오른다
겉 옷 벗는 지점이 
점점 높아진다
몸이 정말 식었구나
아껴쓸까
군불이라도 땔까
몸이든 마음이든
쓰지 않은 곳
덜 사용한 곳
오르는 내내 살피다가
내려오며 지웠다
새 봄 기다리는
겨울눈 품은 목련
진달래 가지 꽃봉오리
고목을 넘어 내리는 햇살
차가운 바람을 타고
귓가에 속삭인다
지으시고
이 땅으로 보내신 
그 분의 뜻대로 순종하라고

두타연에서


               장영생


바람과
물이 같았고
하늘 빛
산세도 여느 곳처럼
늦가을의 스산한 바람이 노닌다
흔들리는 비포장도로
초겨울을 부르는 길엔
지뢰 품고 우뚝 선
억새도 찬바람을 흔든다
골이 깊어 닿기 힘든 햇살
사람의 손길이 그리운
칠십여년
꼬불 꼬불 잔가지들
반갑다고 흔드니 몸살나겠다
국토 정중앙
배꼽으로 자리한 양구
십년은 젊어지는 맑은 공기
고농도 산소는
동족끼리 겨누다
잉태한 슬픈 얼을 뿜는다
파주 철원 고성
같은 민통선이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군사작전지역 두타연
경사면마다
구르다만 너덜들
세찬 과거를 한으로 울지만
건드리지 않고
먹힐 천적 없는
천연기념물 열목어는
두타연에 떼지어 논다

단풍놀이

              장영생

 

몇 잎이나 남아 줄까
물들려는 이파리
시작도 안한 푸른 잎도 있는데
설마 고운 잎 없을라구
세찬 바람에
비까지 흩뿌리면
단풍도 꽃처럼
한꺼번에 떨어지려나
고운 잎 벗어버린 나무보다
염려가 묻은 낙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때를 놓쳐
늦게 잡은 단풍놀이
푸른 빛 하늘 보이는 날엔
오늘이 그 날이었으면
희뿌연 하늘이면
그 날 아닌게 다행이라고
맑은 날이 이어지면
궂은 날 만날까
을씨년스러운 추운 날 될까
주는대로
남은대로 즐기면되지
감당할 수 없는 
하늘을 고민하고 있다

 

가을 노래

               장영생

그가 들려준 가을 노래는
슬프지 않았습니다
쓸쓸함도
허전함도 어울리지 않는
눈이 부실
그림만 불렀습니다
물들다만 푸른 잎
화사한 가을 꽃
새벽부터
요란하던 천둥과 번개
따라 온 바람과 비
빨갛게
노랗게
주홍 빛 얼굴을
씻고 지나간
창문 밖에는
샛노란 모과 열매도
화려한
단풍잎 사이에서
뽐내고 있습니다

 

 

 

단풍

                장영생

 

홀로 피자니
어색하고
함께 피다 묻히는 
아쉬움에
눈치보고
꼬드기고
무성한 잎사귀들
언젠가부터
햇빛 섞어 빨갛게
달빛 넣어 노랗게
이른 밤
차가운 밤
늦도록 물들이다가
화려하니 가을 꽃
데리고 왔다
하이얀 눈 
앞에 둔 
잎몸들의 마지막 잔치

계간 국제문학 신인작가상 수상

추석

            장영생

 

찡그렸네
이그러진 볼
누가 울린거야
아니
보고픈 얼굴
만나려 몸 푸는거래
웃고
떠들 일 감당하려고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
저만큼 보일 때
달려가려면
종아리 힘도 키워야 되는데
볼살 핀 보름달
하늘이 방글방글
우리 맘도 덩실덩실

송광택  songrex@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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