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인 목사가 말하는 목회자의 고민 8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부끄러운 고백으로 시작하자면, 나는 나이도 들었고 많은 상황과 많은 사람들을 경험했음에도 여전히 쉽게 흥분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예전과 달리 성도들과 상대하면서 흥분하지는 않는다. 성도들이 아무리 힘들게 하고 공격적인 말을 건네도 이제는 물끄러미 쳐다보게 된다. 그리고 그를 이해하려고 애쓴다. 성도들에게는 무조건 져준다. 그러나 여전히 다른 환경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 화가 나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지고 머리가 뜨거워진다. 따라서 이글은 다른 사람보다 나 자신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이다.

공격받을지라도 말다툼은 무익하다. 다툼은 평화를 깬다. 가정과 직장, 교회의 평안을 깨기 쉽다. 온유한 사람들도 부당한 공격을 받을 때 자신도 모르게 자제력을 잃기 쉽다. 어느 해 새벽 잠언을 읽으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자신의 마음을 제어하지 않는 자는 성읍이 무너지고 성벽이 없는 것과 같다”(잠 25:28). “다툼을 멀리하는 것이 사람에게 영광이거늘 미련한 자마다 다툼을 일으키느니라”(잠 20:3). “싸움이 일어나기 전에 시비를 그치라”(잠 17:14).

이기려 하지 말고 이해하도록 한다.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화하다보면 전의(戰意)가 생길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이기려 들 때 오히려 지고 만다. 지도자는 자기가 승리하는 자가 아니라 모두 승리하게 만드는 자이다. 모두 승자되는 비결은 이해하는 것이다. 왜 상대가 그런 마음을 품는지? 왜 저렇게 대답하는지? 대화중에도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대답하면 흥분이 가라앉는다.

대화하는 상대 역시 동역자요, 하나님의 자녀이다. 서로 입장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다르고, 생각이나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에 논쟁이나 말다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대화는 하나님의 자녀들의 대화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께서 그를 사랑하셨고, 그를 만드셨으며, 그에게 많은 기대를 갖고 계신다. 그가 부족하고 내 맘에 들지 않아도 나보다 하나님이 그를 사랑하신다. 하나님의 소중한 사람에게 하나님의 종인 내가 흥분하고 소리지르고 화를 낼 수 없다. 주를 대하듯 그를 소중하게 대해 주어야 한다.

평정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대화중에 흥분한다면 벌써 지는 것이다. 차분하고 조용하게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 그가 흥분할 때라면 기다려 준다. 내 경우 성령께 의지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대화를 그가, 혹은 내가 이끄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이끄시도록 맡긴다. 성령님은 우리를 잘 아시고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신다. 각 상황에 맞게 대화를 나누도록 인도하실 것이다.

끝까지 친절해야 한다. 다시 안볼 사람처럼 대화하는 사람이 있다. 금방 후회할 터인데 큰 소리 치는 사람도 있다. 돌아서면 미안할 텐데 앞에서 끔찍한 저주를 퍼붓는 사람도 있다. 교회 지도자라면 누구에게든지 친절해야 한다. 우리는 어디서나 ‘그리스도의 향기’이다. 사람들은 리더의 공손함을 보고 배운다. 좋은 경청의 모습을 보고 감탄한다. 어려운 대화 시간임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고 부끄럽게 여기게 된다. 내가 옳고, 내가 우세해 보이고, 내가 윗사람일지라도 친절을 견지해야 한다. 적대감을 갖고 달려드는 사람에게도 예의를 보인다면 그를 당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다. 세상이 변했는지 선하게 대했음에도 악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의가 없는 사람, 정말 경우 없는 사람들도 만난다. 그래도 어떤 상황에서나 하나님의 종답게 침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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