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병 목사의 산골마을 팡세 (1)

 

제7회 활천문학상 최우수상 수상(2018),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 졸, 동대학원 졸, 독일 베텔신학대학원 수학, 현재 독일 보쿰대학교 조직신학 박사과정 중, 독일 다름슈타트 중앙교회, 독일 이삭교회 담임목사 역임. 현 간동교회(강원도 화천) 담임목사

영국 남부의 작은 도시 포츠머스의 골목 한 귀퉁이에서 열심히 구두를 닦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이 소년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나가는 사람들의 구두를 닦으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소년은 늘 재잘거리면서, 흥얼거리면서, 노래를 부르면서 구두 닦는 일을 즐겁게 했습니다. 사람들은 소년에게 물었습니다. “구두 닦는 일이 뭐가 그렇게 재미있니?” 그러자 소년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즐겁고말고요. 저는 지금 구두를 닦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닦고 있거든요.” 이 소년의 이름은 ‘찰스 디킨즈’ 입니다. 그는 ‘올리버 트위스트’라는 명작으로 유명한데요, 그의 소설은 많은 사람에게 큰 감명을 주었습니다.

소년 찰스는 반짝 반짝 빛나는 구두코에서 희망을 보았던 것일까요? 구두 닦는 소년에게 하루하루가 결코 만만치는 않았을 텐데, 쉴 새 없이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나오는 비결은 뭔지 저도 한번 묻고 싶습니다. 자신을 무시하거나 환대하거나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떠벌리고 있는 찰스 디킨즈의 밝은 얼굴을 떠올려 봅니다. 소년 찰스는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희망이라는 에너지가 있었다는 뜻인데, 도대체 그것이 뭘까요?

나를 돌아봅니다. 처음에 가졌던 희망과 용기를 잊어버리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봅니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기뻐하고 웃고 다녔던 시간이 분명히 있었는데 말이지요. 오히려 지금이 훨씬 나은데, 나는 여전히 현실에 감사하지 못하고 불평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봅니다.

작은 소년이 가진 희망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겠지요. 세상을 위해 위대한 일을 해내야 하고, 교회를 위해 엄청난 희생을 해야 하는 무거운 부담은 분명히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저 하루하루 양식에 감사하고, 소소한 일에 마음 다해 기뻐하고, 이웃과 함께 웃고, 슬퍼하고, 친구와 함께 자기 물건을 나눠 쓰는 것이지요.

하나님이 주신 소명과 비전은 거창하고 대단한 일을 해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겨자씨와 누룩처럼 아주 작은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그 작은 것 안에 하나님 나라의 비밀이 다 들어있다라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은 아주 작은 것 안에도 우주의 모든 DNA를 심어 놓으셨습니다.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라는 것은 엄청난 일을 하라, 남이 해내지 못하는 대업을 이루라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작은 일에 감사하고 기뻐할 수 있다면 분명히 소금의 일과 빛의 일을 감당할 충분한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오늘 당신은 작은 희망에 웃으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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