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친화적 교회로 준비하라 (20)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3. 사람을 바꾸지 않는다.

어느 요양시설에서 직원들의 배치를 전면적으로 교체하는 조치를 한적이 있습니다. 그 일이 있은 직후 입소 노인들이 잇따라 문제행동을 일으켜 시설 관계자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친근했던 얼굴들이 안 보이게 되면서 치매 환자들의 불안증세가 심해진 것입니다. 고령자들은 보통 요양시설에 입소하기 전에 여러 번 가족들과 방문을 합니다. 이때 시설에서는 입소자의 의사를 확인하거나 생활습관 등 정보 수집을 하게 됩니다. 이런 입소 예비과정에서 간병인들과 친해지면 입소 후에 새로운 인간관계로의 이행이 보다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습니다. 입소 후 가족방문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특히 입소 직후의 가족방문은 필수입니다. 요양시설에 따라 입소 노인들이 서둘러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도록 해야한다면서 일정기간 가족과의 면회를 금지하는 곳도 있습니다만 이건 잘못된 것일 수 있습니다. 시설 입소로 가족과의 공간적인 거리는 멀어지더라도 인간관계는 계속 유지된다는 것을 실감시켜주는 게 바로 가족 면회입니다.

 

4. 간병은 기본에 충실한다

간병의 기본은 식사, 배설, 입욕 이 세 가지입니다. 이 기본을 충실히 해내는 것이 환자들의 문제행동을 예방하는 최고의 비결입니다. 먼저 식사. 치매환자일수록 맛있는 음식에 대한 갈망이 큽니다. 치매환자들은 뭘 먹어도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입니다. 우리는 촉각 미각 취각 청각 시각 등 오감을 갖고 있습니다. 이 중에 미각과 촉각은 다른 감각들이 다 무뎌져도 최후까지 살아남는다고 합니다. 치매환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 마음이 차분해지고 안정을 유지합니다. 다음은 배설. 치매에 걸리더라도 오줌이 마렵거나 변의를 느끼는 감각은 예전 그대로입니다. 왜 배설에 실패하는가? 그건 감각의 식별이 잘 안되기 때문입니다. 뇌에 감각이 전해져도 그것이 요의(尿意)인지 변의(便意)인지 잘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또 대소변이 마려울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상황 판단이 잘 안 되거나 화장실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더 절박해지고 불안해하다 결국 배설에 실패하고 맙니다. 따라서 환자별로 배설의 실패 이유를 분석해 주위에서 배뇨나 배변의 의사를 확인하고 화장실로 바로 유도하는 돌봄이 요구됩니다.

 

5. 개성적인 공간을 제공한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주위를 정리 정돈해야 하고 집의 구조나 가구를 바꾸면 노인이 혼란에 빠지므로 되도록이면 익숙한 환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양시설 중에는 ‘관리가 쉽지 않아서, 보안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등등의 이유로 입거 노인들의 개인 물건을 반입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곳이 있습니다. 개인 물건 하나 없는 모두가 똑같은 방 흰색 커버의 침대 생활에서 치매환자들은 절대안정을 취할 수가 없습니다. 개인 물품은 가능한 많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 병원도 마찬가지로 사진이나 기념품 등 환자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침대 곁에 둘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물며 장기간 생활하는 요양시설이라면 두말 할 필요가 없겠지요. 추억의 물건은 물론이고 평소에 사용하던 일상용품도 가급적 많이 지참해서 곁에 둬야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서 치매고령자는 여기(요양시설)가 자신의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게 되고 안정감을 느낍니다. 다른 사람의 침대와 헷갈리는 일도 줄어듭니다. 추억의 물건이야말로 치매환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간병용품이라는 것을 기억합시다.

 

6. 할 수 있는 역할을 준다

치매환자들 중에는 스스로 역할을 찾아 해냄으로써 문제행동이 없어지고 안정을 되찾는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일상생활을 잘 실천하도록 돕는다면 환자의 증상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역할 부여는 치매증상의 악화를 막는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합니다. 자신에게 할 일이 있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느끼면 표정이 밝아지고 치매증상도 개선되는 것이지요. 다만 어떤 역할이나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

역할을 통해 일상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고 인간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이 따라야 합니다. 우선 예전에 했던 익숙한 일을 하는 것입니다. 남자라면 직장시절의 일. 여성이라면 가사나 육아가 좋습니다. 오랫동안 해왔던 취미활동도 좋습니다. 또 현재의 신체기능이나 정신능력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할 일을 찾아야 합니다. 능력 이상의 일을 요구하거나 부담스러운 역할이 주어지면 오히려 자신감을 잃게 되고 치매증상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역할을 수행하면서 주위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칭찬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7. 좋은 인간관계를 만든다

인간관계는 치매환자의 안정된 생활을 위한 매우 중요한 수단입니다. 간병의 대원칙은 이해보다는 공감입니다. 치매환자의 요구를 무리하게 받아들이려고 애쓸 필요가 없습니다. 무리하는 모습은 치매환자들도 금방 알아차립니다. 치매환자들은 가족적인 관계를 원합니다. 다시 말해 정서적으로 매우 가까운 관계를 요구합니다. 간병인이 가족이라고 해서 반드시 가족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보장은 할 수 없습니다. 치매 환자에게는 3종류의 친구가 필요합니다.

1) 먼저 공감하는 친구입니다. 병을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치매환자끼리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이가 좋은 치매환자끼리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 이야기의 포인트는 잘 맞지 않아도 서로 강렬하게 공감하고 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감 친구가 있는 것만으로 치매환자들의 표정은 부드러워지고 안정을 찾습니다.

2) 규범을 제시해주는 친구나 동료도 중요합니다. 치매환자들의 욕구는 배회하고 싶거나 마루 구석에서 자고 싶다거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규범을 더 지키고 싶어 합니다. 제대로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싶고, 자기 침대에서 자고 싶어 합니다. 다만 화장실과 자기 방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화내지 않고 짜증내지 않으면서 규범을 제시해주는 ‘모범자’가 필요합니다.

3) 마지막으로 긴급한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는 친구입니다. 치매환자가 절박한 상황에서 기댈 수 있는 동료는 간병직원일 경우가 많습니다. 간병인들은 자격을 가지고 있고 능력도 있습니다. 치매환자가 안정감을 느끼며 생활하기 위해서는 동료, 친구라고 느낄 수 있는 믿을만한 간병 스탭들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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