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어김없이 손에는 커피 전문점에서 갓 뽑은 아메리카노 한잔씩 들려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일본도 이런 풍경은 다르지 않다. 젊은 세대들은 커피의 맛에 매료되어 직장에서도 학교에서도 데이트할 때도 커피를 주문하곤 한다. 언제부터인가 필자는 커피에 밀려 점점 그 모습이 사라져가는 고유의 차 문화에 대해 애틋한 향수를 느끼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다도 문화를 지켜가고 있는 이들이 많다. 그 절차와 예절이 사뭇 어렵고 엄숙하긴 하지만 시대에 타협하지 않고 꿋꿋하게 전통방식 그대로 삼삼오오 모여 향긋한 차와 함께 마음과 정신을 맑히는 예절을 이어오고 있기에 이를 소개하기로 하겠다.

일본 다도의 역사는 중국 당나라 시대에 유행했던 차 문화가 전래된 나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일반화된 것은 무로마치 시대 선종의 승려들 사이에서 정신 수양과 약용으로 차를 마신 이후였다. 그 후 귀족들이 자신의 호사로운 취향을 즐기기 위해 다도 문화를 정착시켰고 차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직업인 ‘다인(茶人)’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차를 마시는 데 엄격하고도 다양하며 세세한 격식과 절차가 생겨났으며, 다도를 통하여 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다선일미(茶禪一味)’사상이 성립되었다.

일본 다도의 예법은 주인이 다실에 손님을 모셔서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茶會’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우아한 찻잔에 좋은 차를 끓여 대접하는 방법과 이를 받아 마시는 손님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보통 다회를 한 차례 진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시간 이내이며 손님의 수는 다섯 명을 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한다. 다실에서는 세속적인 잡담은 삼가야 하며 예술이나 차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된다. 다실에는 반드시 족자를 걸거나 꽂꽂이 장식을 해 두는데 이는 차를 마시는 공간 뿐 아니라 예술 감상을 위한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다도예술을 통합하고 집대성한 센노 리큐는 다도인이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으로 ‘화’ ‘경’ ‘청’ ‘적’의 네 가지가 기본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첫째, ‘화(和)’는 서로 대등하게 사이좋게 지내며 한 마음으로 어우러지는 상태를 말한다. 다실에 모인 주인과 손님이 각기 개성을 발휘하는 독립적 존재이지만 다도를 통해 서로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하였다. 둘째, ‘경(敬)’은 주인이나 손님 모두가 존엄한 인격체임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말한다. 셋째, ‘청(淸)’은 늘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욕심을 떨쳐버림으로써 참된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마음 뿐 아니라 다실과 다도구의 청결도 중시한다. 넷째, ‘적(寂)’은 조용한 상태를 말하는데 이는 공간적인 조용함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고요함까지도 의미한다.

세대는 바뀌고 입맛과 기호도 달라졌지만 차를 대접하며 상대방을 존중하는 문화는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언젠가는 커피보다 녹차의 은은한 향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날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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