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가족의 감정을 이해하는 교회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치매환자들을 돌보는 일은 힘듭니다.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특징적으로 인지장애 및 행동장애로 인해 일반 환자들에 비해 과중한 보호와 도움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전통적 가족관계 때문에 시설에 보내거나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기보다 가족부양이 우선인 것처럼 여겨집니다. 셋째로, 국가나 사회단체의 돌봄보다 가족에게 의존도가 높습니다. 넷째로, 치매는 장기요양이 필요하므로 돌보는 가족들은 돌봄 스트레스로 여러 아픔들을 겪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족들은 치매환자들을 돌보는 의무가 있습니다. 특히 교회와 성도들은 특별히 그런 어려운 환자들을 돌보는 치매가족들을 전심으로 인정하고 격려해 주어야 합니다. 치매가족들이 돌봄 사역을 감당할 때 주의할 사항이 있습니다. 이것은 치매 가족뿐 아니라 성도들도 알고 이해하면 도움이 됩니다.

첫째로 환자들을 오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치매환자들이 움직이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의지하는 것을 보고 응석부리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신의 태도를 굽히지 않고 고집을 부리는 것을 보고 화를 내기도 합니다. 환자가 보이는 행동만 생각하지 말고, 왜 타인에게 의지하는가? 왜 옷을 벗으려하지 않거나 음식을 거부하는가 등의 이상행동의 배경을 생각하십시오. 치매환자의 정신-행동문제는 흔히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을 처리하는 능력이 저하됨으로 인하여 환자가 좌절하게 되어 당황과 초조로 이어져 파국 반응에(catastrophic reaction)까지 이르게 됩니다. 특히 전위 피질 병소에 의한 정서적 불안정을 가진 치매 환자에서는 파국반응이 더욱 빈번하고 사소한 사건에 의해서도 유발된다고 합니다.

둘째로 인식할 것은 치매는 병이라는 것입니다. 자연히 늙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일종의 질병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따라서 환자이지, 정상인과 같을 수 없음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치매는 질병이기 때문에 가르친다고 고쳐지거나, 야단을 쳐서 회복되는 것이 아닙니다. 환자 역시 병에 걸리고 싶어 걸린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환자가 하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증상입니다. 증상은 본인이 조절하기 어렵습니다. 환자로 여기고 대해야 합니다.

셋째로 아무리 가족들이 잘 돌본다 할지라도 병의 치료를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치매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어느 때는 큰 문제가 되는 병인 것처럼 보이다가 어느 때에는 일부러 하는 행동인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가족들의 대응방법에 따라 병은 더욱 악화될 수도, 때로는 회복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항상 전문가의 조언을 받고 결정하고 간병해야 합니다. 우리 가족은 내가 잘 알아! 하는 자신감은 때로 병을 짙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넷째로 환자의 자존심을 건드려서는 안 됩니다. 가족의 경우 특히 만만하게 여기고 쉽게 대할 수 있습니다. 건강할 때 아무리 좋은 관계로 지냈다할지라도 병이 들게 되면 모든 것이 서운하고, 아쉽고, 때로는 미운 감정도 들 때가 있습니다. 치매 환자는 한때 세상을 호령하며 살았던 적이 있고, 당당하게 자신의 일을 감당하며 사회인으로 정당하게 살았던 적도 있습니다. 말이나 행동이 어린아이 같이 변했다 할지라도 여전히 성인으로 감정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자존심도 있습니다. 어린아이처럼 취급하지 말고, 성인으로, 부모로, 가족으로 이해하고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다섯째로 가장 좋은 간병은 자연스럽게 대하는 것입니다. 흔히 환자가 되거나 노인이 되면 신체적인 도움을 자연스럽게 받으려 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을 바꾸려는 정신적인 도움에는 거부하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대하려면 환자에 집중하기보다 간병하는 가족이 먼저 마음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정신적인 도움보다는 신체적인 도움에 일차적으로 마음을 열고 도우십시오. 자연스럽게 돕다보면 점차 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여섯째로 가족들은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 치매가 무서운 가장 큰 이유는 회복이 어렵고, 병중 생활이 길다는 점입니다. 노인이기에, 때로는 환자이기에 도움을 받을 수 없고 매번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성급 하게 생각하면 차도가 없기에 지치기 쉽습니다. 간병 가족이 지치면 환자에게 치명적입니다. 따라서 장기전을 치룬다는 생각으로 인내심을 갖고 돌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간병은 적당하게 그러면서 조금씩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피곤을 느끼지 않고 환자를 돌볼 수 있습니다.

일곱째, 간병 자체에서 보람도 찾아야 합니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지나고 나면 기술이 붙고 요령이 생겨 간병도 전문가 못지않게 잘 감당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실패했지만, 방법을 터득하고 나면 또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어서 성취감도 생깁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부모님이나 가족들을 돌보는 이들에게 주시는 하늘의 상급이 있습니다.

여덟째, 치매환자를 돌보는 일은 한 사람 가족이 감당할 수 없습니다. 온 가족이 힘을 합쳐서 협력해야 합니다. 환자를 돌보기 위해서 가족 중 누군가 한 사람이 희생하는 것을 남은 가족들이 인정해주고 지원해 주어야 합니다. 가족들이 서로 융통성 있게 협조한다면 한 두 사람에게 실리는 부담을 덜어줄 수 있습니다. 그래야 중심이 되는 간병 가족도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자유를 누리게 됩니다. 치매에 친화적인 교회는 이런 가족들의 요구를 알고 가족을 대신하여 돌보는 사역팀을 두고 돕게 합니다.

아홉째, 간병하는 가족을 최대한 위로하고 높여주어야 합니다. 간호의 고통, 귀찮음, 구속감 등은 간병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일입니다. 노인의 이상행동은 직접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어쩌다 한 번씩 찾아와서 간병의 태도를 지적하거나, 환자 에게 이상한 일이 생겼다고 추궁하는 태도등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간병 가족 역시 주변에서 한 두마디 한다고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무책임한 말은 무시해야 합니다. 가족들 이 간병에 대한 대화를 많이 들어주고, 역할을 분담하며, 간병 가족을 위해 위로와 보상의 기회를 준다면 환자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환자들을 돌보는 가족들의 유형이 있습니다. 잘 살펴보고 간병 가족을 이해하는 일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1) 적극적 역할 분담형: 치매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직접 돌봄의 부담을 감소시키기 위해 가족이 아닌 다른 인력을 동원하여 역할 분담을하는 가정입니다. 이들은 '역할 조정하기' '애정으로 돌보기' '도움찾기' 등을 다른 가정들보다 잘 감당 하고 있습니다.

2) 의미부여형: 치매환자를 돌보는 상황을 인지적으로 재해석하여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의미를 부여하면서 돌봄에 대처하는 가정입니다. 대체적으로 전통적인 맏며느리들이 이런 유형에 속해 돌보게 됩니다. 치매환자 부양은 본인이 맡아야 한 다는 사명감으로 돌보는 가정입니다.

3) 헌신형: 겪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자신을 희생하면서 헌신적으로 환자를 돌보는 가정입니다. 고부관계나 부부관계에서 이런 유형을 찾기 쉽습니다. 치매 발병 이전부터 오래 함께 살아왔던 가정인 경우 재정적 어려움, 건강상 어려움이 있어도 돌보는 유형입니다. 그러나 배우자 돌봄이들의 경우 신체적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4) 의무방어형: 애정이나 기꺼움에서보다 의무감으로 환자를 돌보는 유형입니다. 다른 가족 구성원들의 눈치를 의식하면서 돌보게 됩니다. 아들이나 딸 보다는 며느리들이 이런 유형에 많습니다. 자신의 의지보다는 며느리라는 관계적 조건과 상황적 불가피 성에 의해 할 수 없이 돌봄의 역할을 맡는 경우입니다. 이들은 치매환자 들의 문제행동을 통제하는 측면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5) 비관형: 수발 책임을 맡은 가족이 경제 적 어려움이나 본인의 건강문제로 절망하면서 억지로 돌보는 유형입니다 . 많은 가정에서 혼자 부양책임을 맡는 경우 이런 비관형이 나타나게 됩니다. 대처유형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경제적 측면이 가장 큽니다. 치매환자 와의 관계, 치매에 대한 가족의 인식, 전통적 여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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