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활천문학상 최우수상 수상(2018),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 졸, 동대학원 졸, 독일 베텔신학대학원 수학, 현재 독일 보쿰대학교 조직신학 박사과정 중, 독일 다름슈타트 중앙교회, 독일 이삭교회 담임목사 역임. 현 간동교회(강원도 화천) 담임목사

어느 청소년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주인공은 학급의 반장이고 성적도 우수한 학생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늘 성적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발표를 위해 준비한 자신의 노트북이 고장나버리자, 반장은 다른 학생들의 노트북을 몰래 고장 내고, 시치미를 떼고 거짓말을 하며 위기를 넘깁니다. 그러면서 주인공은 자신의 양심을 누르며 고민합니다. 결국 인과관계를 파악한 선생님과 상담을 통해 권고를 받고 자신의 잘못을 밝히게 되었는데,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잘못된 길인 줄 알면서도 계속 그 길을 걸어간다면, 언젠가는 내가 잘못한 것도 잊어버리게 될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은 마치 마약에 취한 것처럼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최고로 소중한 자기 자신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러니 하나의 죄가 들어오게 되면 계속해서 죄를 짓게 되는 것입니다. 돌이키지 못할 일을 계속 이어서 하거나, 오히려 더 큰 죄를 지으면서도 의식하지 못하게 됩니다. 속이려고 하고, 사람의 입을 막으려고 하고, 양심은 굉장히 경직되어서 자신의 현실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일들을 주변에서 너무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텔레비전에, 신문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직장과 학교와 가정에서, 심지어는 교회에서 경험하게도 됩니다. 친구가 친구에게, 교수가 제자에게, 정치인이 시민에게, 사장이 직원에게, 목사가 성도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또 다른 거짓말로, 죄로, 모함으로 덮으려하고, 여전히 이권을 누리면서 정직하게 사는 사람을 비웃고 있습니다.

이런 잘못된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도 처음부터 그 길이 그렇게 비뚤어지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저 한번 자신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눈앞의 이득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원하던 자리를 얻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이기고 싶어서 잘못된 길에 들어선 것입니다. 그러나 돌이키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아니,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시편 기자는 이렇게 일갈합니다. “악인은 모태에서부터 멀어졌음이여 나면서부터 곁길로 나아가 거짓을 말하는도다”(시58,3)

우리가 외쳐야 하는 복음은 고장 난 것을 고치고 회복시키는 것입니다. 잘못을 지적하고, 잘못된 길을 돌이키도록,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심판을 드러내야 합니다. 회개하고 하나님께 돌아오도록 자극하고 적극적으로 평화를 지켜야 합니다. 하나님이 주신 자유를 누리도록, 묶고 있는 사슬을 부수고 억눌린 것을 풀어 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방향을 바꾸어 올바른 길을 걸어가게 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죄를 덮어두는 것이 사랑이 아닙니다. 썩은 고름을 도려내고 독이 퍼지지 않도록 약을 발라 소독하듯이,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의 길을 돌이켜 바른 길을 걷게 하는 것이 복음이요, 이 복음을 드러내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책임입니다. “여호와여 주의 도를 내게 보이시고 주의 길을 내게 가르치소서(시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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