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활천문학상 최우수상 수상(2018),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 졸, 동대학원 졸, 독일 베텔신학대학원 수학, 현재 독일 보쿰대학교 조직신학 박사과정 중, 독일 다름슈타트 중앙교회, 독일 이삭교회 담임목사 역임. 현 간동교회(강원도 화천) 담임목사

예수님이 뽑으신 제자들은 모두 열두 명인데, 이들을 연구해보면 너무나도 평범해서 오히려 놀라게 됩니다. 그들 가운데에는 많이 배운 사람이 없습니다. 재능 있는 사람도 없습니다. 선생으로 불리는 랍비나 제사장, 서기관, 바리새인, 사두개인, 심지어 회당장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내세울 만한 가문의 사람, 엘리트 출신은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당대의 걸출한 학자들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살고 있었습니다. 가장 탁월한 철학자들은 아테네에 살고 있었습니다. 권력가와 정치가는 로마에 살고 있었습니다. 성경학자들은 예루살렘에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들 대신에 평범하고도, 많이 모자란 사람들을 택하셨습니다. 명품 도자기를 택하지 않으시고, 흔한 질그릇들을 택하셨습니다. 그들 가운데 대략 절반은 어부였고, 나머지 사람들도 평범한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유대인의 율법으로 따져도 한참 모자란 사람도 있고, 사상이나 인격이 올바르지 못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는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세리 마태가 있었습니다. 열심당원 시몬은 무력으로 정권을 뒤집으려는 테러리스트 집단에 속한 사람입니다. 열심당원은 옷 속에 단도를 숨기고 길을 가다가 로마인이 보이면 몰래 암살하는 무시무시한 사람들입니다. 결정적으로 그들 가운데는 범죄자 중의 범죄자인 가룟 유다도 있었습니다. 유다는 셈이 빨라 돈궤를 맡았지만, 동료들 몰래 돈을 빼돌리는 후안무치한 사람이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제자들』 ,안드레이 미르노프(A.N. Mironov), 2016

그들의 평범함은 인간의 모든 논리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주님은 대체 무슨 일을 하신 것일까요? 주님은 제자들을 택하시기 위해 홀로 오랜 시간동안 기도하셨는데, 주님이 제자들을 뽑는 기준은 무엇이었을까요? 사람들은 이 열두 명 중에서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을 선택하셨고, 하나님은 그들을 사용하셨습니다.

무엇이 그들을 제자와 사도가 되도록 했을까요? 복음입니다.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사도는 그들 자신의 힘이나 자격이나 공로가 아닌, 십자가와 부활을 드러내는 자입니다. 사도는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요, 사도는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의 증인입니다. 복음으로 변화된 자신을 드러내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복음만 나타내는 사람입니다. 바울은 자신의 약함으로 하나님의 강함을 드러냅니다. 바울은 죽을 위기를 당하면서, 그리고 자신의 죽음으로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나타냈습니다.

오늘날 많은 복음 증거자들이 복음을 전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자신을 드러내려고 애쓰고, 복음을 잘 전해서 자신이 유명해지기를 바라고, 복음장사로 부귀영화를 얻으려 하고, 성공한 목회자라는 칭찬을 들으려 합니다. 사도들은 순교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말했는데,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무엇으로 그 가치를 말하려고 하십니까? 하나님은 믿기 어려운 구원의 메시지를 전파할 사람들을 지금도 택하십니다. 부르십니다. 하나님은 금그릇과 은그릇을 제쳐두시고 질그릇을 고르는 일을 계속하십니다. 바로 저와 여러분과 같은 질그릇 말입니다. 그러나 질그릇이 명품 도자기로 변하기를 바라시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이 쓰시기 원하시는 그릇은 단지 깨끗한 그릇입니다. 질그릇 속에 보배가 있음을 감사하십시오. 깨끗한 그릇이 되어 그 보배를 드러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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