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목의 연가
              - 어느 노목 아래서 - 

                         

                          조신권


 수십 년 흙먼지 묻은 덧거리
벗어 던지고
초연한 모습으로
새로운 연분을 바라며
노목은 옷매무새부터 매만진다.
긴 세월 지나 이제야
흙투성이 누더기가 부끄러워
바스스 일어난 무지렁이 노목은
어떤 미련도 없이
이제껏 맺어온 이음매를 푼다.
세월의 흔적 이리저리 엉켜
매듭 매듭마다 맺혀 있는
바닥난 기름 등불 켜는
어수룩한 노목 같은 노인이
영원의 길목에 서서
멀리서 빛으로 다가오는
당신을 위해
다소곳한 자세로
백조의 연가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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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신권 시인, 연세대 명예교수, 총신대 초빙교수, 총신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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