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의 관계는 물론 가족관계에도 유익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가정예배는 그 가정의 신앙적 정체성을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가정예배는 드리기 쉬우나 정작 드리는 가정은 많지 않습니다. 가정예배는 당연한 성도의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현대 가정들에서는 외면되기 일쑤입니다. 이는 현대 가정 붕괴와 해체라든지, 가족들이 생활에 바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 실제로 가정예배를 드리기 어려운 가운데 있습니다. 이처럼 수많은 도전과 위기 가운데 처해있는 현대 가정들이 가정예배를 드리도록 돕기 위한 다각적이면서도 지속적인 연구가 요구됩니다.

그동안 한국교회의 성장과 정체, 침체를 지켜본 바로, 현대 한국교회의 위기는 가정의 위기에서 비롯되며, 기독교인 가정의 위기는 가정예배의 생략에서부터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가정예배를 회복하면 가정이 회복되고, 한국교회에도 다시 회복의 역사가 있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가정예배를 쉽게 드리도록 우리는 ‘식탁에서의 예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식탁에서 식사만을 위해 모이지 말고 예배하는 경건의 테이블로 전환하자는 것입니다. 여기서 가정예배, 혹은 식탁예배의 원리와 유익에 대해 나누고자 합니다. 또한 많은 가정에서 식탁예배가 정착되고 유지되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소개하려 합니다.

1. 식탁예배란 무엇인가?

예배의 한자어와 영어 표현은 기독교의 예배가 하나님께 존귀와 영광을 돌리기 위한 것임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영어로 service 라고 해서 봉사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예배를 이해하기도 합니다. 예배는 하나님을 섬기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정의에서 볼 때 가정예배는 무엇입니까? 가정예배는 ‘가정과 가족들을 위한 하나님의 일하심에 대한 가정 공동체의 신앙에 기반을 둔 봉사 행위’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 정의에 의하면 가정예배가 가정과 구성원들의 하나님을 향한 추구 또는 노력으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가정예배의 기원은 가정을 향한 하나님의 선재(先在)하시는 은혜인 것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은혜를 아는 것이 가정예배의 진정한 동기가 됩니다.

성경의 식탁들이 그것을 보입니다. 노아의 가정이 홍수 심판을 겪은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가족들이 모여 단을 쌓았고(창 8:18-21). 아브라함은 가는 곳마다 제단을 쌓고 하나님께 예배를 드렸습니다(창 12:7-8; 창 13:4; 창 13:8). 아브라함에게 있었던 신앙과 식탁예배의 전통이 이삭의 가정에도 전수되어 그의 가정에서도 예배가 이루어졌습니다(창 26:23-25). 야곱은 인생의 극적인 사건들 가운데 동행하시고 은혜를 주신 하나님의 이름을 고백하는 식탁예배를 드렸습니다(창 33:18-20; 창 34:1-35:7). 욥은 아들들의 생일잔치 후 혹시 그의 자녀들이 죄를 범하여 하나님을 욕되게 하였을까를 우려하여 자녀들의 명수대로 번제를 드렸습니다(욥 1:1-5).

찰스 이비(Charles Benton Eavey)는 “포로기 이후 유대인들이 민족적 정체성이 흔들리는 문제 상황에서 토라를 중심으로 한 유대주의적 가정교육을 강화하고자 애썼다고 하였다”고 했습니다. 그의 견해를 지지한다면 포로기 이후에도 유대인 가정들은 여전히 히브리적 전통을 견고히 하려는 노력 가운데 식탁예배를 자녀에게 전수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신약성경에서도 초대교회 신자들의 가정들이 예배의 장소로 활용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 식탁예배의 원리

식탁예배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는 가정예배의 원리를 파악함으로써 발견하게 됩니다. 첫째, 식탁예배의 목적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입니다. 기독교인의 의무는 모든 일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드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원칙은 식탁에서의 예배에서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식탁예배를 드릴 때, 하나님을 경외하고 경배하는 것 이외의 다른 목적이 우선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가정에서 결혼 예배, 각종 감사 예배(승진, 입학, 졸업, 생일, 승진), 환자를 위한 예배 등을 할 때, 하나님을 향한 예배의 초점이 흐려지지 않도록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식탁예배는 하나님과 가정 사이에서 발생됩니다. 예배할 때 하나님과 예배하는 자 사이의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하나님과 가정의 사이’가 바로 식탁예배의 공간이 됩니다. 식탁에서의 예배 가운데 창조주이신 하나님께서 피조물인 가족들에게 다가오시고, 가족들 역시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처럼 식탁예배에서는 쌍방향적 소통 즉, 하향적 움직임과 상향적 움직임이 있습니다. 식탁예배 가운데 은혜와 고백, 질문과 응답, 헌신과 축복이 오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이동의 주도권은 늘 하나님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셋째, 식탁예배는 중보자 되시는 예수님을 통하여 가능해집니다. 죄로 인해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된 인간은 스스로의 힘과 노력으로는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없습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혜로만 하나님과 인간의 만남이 가능해집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예배는 중보자 되시는 예수님을 통한 만남으로 이해됩니다. 정일웅 교수는 이것을 ‘예배의 기독론적 기초’로 표현하였습니다.

넷째, 식탁예배 가운데 선포되어야 하는 핵심적인 내용은 ‘하나님은 누구시며 어떤 일을 하셨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하나님에 대한 선포는 반드시 성경에 근거를 둔 것이어야 합니다. 아이리스 컬리(Iris V. Cully)는 성경이 하나님과 하나님께서 인간을 다루심에 대한 내용이 기록된 계시의 책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성경에 나타난 내용이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라면(knowledge about God), 그것은 더 나아가서 하나님을 아는 지식(knowledge of God)으로 연결된다고 하였습니다.

다섯째, 식탁예배 가운데 하나님께서 임재 하시게 됩니다. 식탁예배는 임마누엘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예배 가운데 하나님께서 임재 하신다는 사실은 구약의 성막제도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성막은 여호와의 명령으로 지어진 것으로서 이동식 예배 장소였습니다. 제사를 드리는 성막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하나님 임재의 자리라는 것입니다. 예배의 자리에 하나님이 임재 하신다는 것은 가정에서 예배드릴 때도 마찬가지 은혜로 임하시는 것입니다.

3. 식탁예배의 유익

식탁예배는 많은 유익이 있습니다. 몇 가지만 열거해 보면, 우선 신앙인격의 교육 방법이 됩니다. 부모들이 자녀에게 물려주어야 할 유산은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믿는 신앙입니다. 식탁예배를 드림으로 자녀들과 부모 양쪽 다 신앙인격이 성숙하게 되는 유익이 있습니다.

둘째로 식탁예배는 기독교 진리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그것은 식탁예배를 통해 성경에 기반을 둔 기독교 진리가 소개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식탁예배가 교리교육의 시간처럼 긴 시간 가르치는 장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루에 한 번씩 들려지는 말씀이 머릿속에 오랫동안 기억됨으로 결국 기독교 진리에 대한 많은 지식과 정보를 축적하게 될 것입니다. 청교도들이 식탁예배를 드림으로 기독교 신앙을 후손들에게 전수하게 되어 오늘날의 미국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셋째로 식탁예배는 가족 간의 관계에 영향을 줍니다. 가족들은 예배를 드릴 때 친밀함과 화목함을 느끼게 됩니다. 가족 관계의 변화는 신앙의 성숙과 관련된 매우 의미 있는 현상입니다. 가족 관계의 중요성은 기독교교육학자 밀러(Randolph C. Miller)는 ‘관계’를 중심으로 한 신앙교육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는 깨어진 가족 관계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기독교 신앙의 능력이 나타난다고 하였습니다.

4. 교회에서의 식탁예배 지원

가정들이 계속해서 식탁예배를 지속하도록 교회는 도와야 합니다. 한두 번 시행하다 중단하게 되면 그만 오랫동안 멈추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가정에서 예배하는 일은 다른 일보다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함에도 일부의 경우에는 다른 가사 일에 밀려 식탁예배를 소홀히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로, 교회교육 지도자들에게 먼저 식탁예배가 지닌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가정이 지닌 신앙 교육적 기능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교회교육 지도자들은 교회교육이 교회 안으로만 한정된다는 제한된 관점을 극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도의 가정에서 식탁예배가 중요하게 인식되도록 주지시켜 주어야 합니다.

둘째로, 교회는 식탁예배를 주제로 한 부모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물론 교회가 차세대인 자녀들에게 식탁예배에 대한 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예배를 결심하고 준비하여 인도할 실제적인 주체는 부모입니다. 이 때문에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식탁예배 강화주일을 지킬 수 있고, 5월 가정의 달과 같은 시즌에 외부강사를 초청해 식탁예배를 강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로, 교회는 식탁예배를 위한 다양한 자원들을 제공해야 합니다. 부모들이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 찬송가와 성경본문 등을 선택하고 순서를 짜는 일에 번거로움과 어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회는 식탁예배를 위한 자원들을 찾거나 개발해서 공급해야 합니다. 우리들의 경우 매일 성경 한 구절씩 읽고 예배하는 ‘365일 말씀 카렌더’를 이용하는 쉬운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드릴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방안은 더 연구되어야 합니다.

넷째로, 교회는 식탁예배를 위한 지속적인 관리와 격려를 해야 합니다. 식탁예배에 대한 교회의 교육이 일회성 행사에 그칠 경우, 식탁예배가 각 가정에 뿌리내리기 어렵습니다. 교회는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신앙생활의 중심에 예배가 있고, 예배가 매우 중요한 신앙적 통로가 된다는 점을 늘 강조해야 합니다. 식탁예배에 대한 실태파악은 가정예배 지지에 도움을 주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설문조사 등을 통해 가정예배를 실시하는 가정의 수, 예배의 횟수, 예배의 방법, 예배에 대한 만족도, 예배와 관련된 애로점 등이 파악되어야 합니다. 또한, 교회는 시각적인 도구들을 활용하여 신자들이 가정예배에 대한 관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배너(banner) 설치, 광고시간의 동영상 방영, 가정예배 사진 전시가 이를 위한 방법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식탁에서의 예배를 통하여 긍정적인 소감을 갖게 된 사람에게 발표(간증)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가정예배를 잘 드리는 가정들을 표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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