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사회
“광장의 사람들에게 복음을”교회 건물 밖에서 만나는 영혼들
  • 임은묵 기자
  • 승인 2019.02.28 08:41
  • 댓글 0
  • 조회수 1,124

2019년 2월 24일 주일 오후, 봄이 온 것처럼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1호선 동암역 북광장을 찾았다. 이곳은 이강훈 전도사와 동역자가 햇살을 쬐며 앉아있던 독거 어르신들과 노숙인들, 그리고 분주하게 오가는 전철 이용객들을 상대로 아름다운 찬양과 은혜로운 말씀으로 복음을 전하는 장소다. 격주로 주일 오후 2시에 버스킹 예배를 드리는 이들은 한파가 서서히 한반도를 덮치려 하던 2018년 11월 말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광장에서의 예배를 이어가고 있다.

여러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한 이 전도사는 이제 건물 안의 교회가 아니라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주님이 세우시는 움직이는 교회”라는 이름으로 광장의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이들은 2시부터 20분 정도 음향장비와 영상장비를 설치했고, 2시 30분경부터 이 전도사의 찬양으로 예배를 시작했다. 광장 곳곳에 흩어져 있던 수십 명의 독거 어르신들과 노숙인들은 몇 달간 보았던 젊은이가 찬양을 하자 그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장소의 특성상 수천의 전철 이용객이 분주하게 오가는 중에도 찬양은 이어졌다. “약하고 추해도 주께로 나가면 힘주시고 내 추함을 곧 씻어주시네”라는 찬양이 흘러나오자, 바리케이드에 걸터앉은 한 노숙인이 슬리퍼를 신은 채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뼉을 쳤다.

“약하고 추해도 주께로 나가면 힘 주시고 내 추함을 곧 씻어주십니다.”

찬양 후 말씀을 전하는 시간이 되자, 더 많은 어르신이 이 전도사 앞으로 나아왔다. 전에 없던 현상이었다. 이 전도사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모세에 관하여 말씀을 전했다. 모세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을 때 자신의 연약함을 이유로 그 부르심에 곧장 응하지 못한 인물이었지만, 하나님께 붙잡힘을 받자 크게 쓰임 받았다고 했다. 또한, 믿음은 내 뜻과 경험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관점으로 사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끝으로 광장의 어르신들에게 건강을 기원하면서 말씀을 마쳤다.

버스킹 예배가 끝나면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준비한 쌀이나 생필품을 어르신들에게 나눠준다.

말씀을 마친 후 여러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준비한 쌀이나 생필품을 어르신들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모든 사역이 마쳐졌다. 다만, 현재의 재정 상황 때문에 더 많은 독거 어르신과 노숙인에게 양식을 더 많이 드리지 못하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쌀이 동나자, 줄을 늦게 선 몇몇 어르신은 쌀을 받지 못 하는 일이 벌어졌다. 새치기한 분들과 한 봉지 더 받으려고 다시 줄을 선 분들로 인하여 나눠줄 쌀이 부족하게 된 것이다. 이에 미처 받지 못한 어떤 어르신이 이 전도사에게 심하게 항의하며 낯 뜨거울 정도로 나무랐다. 이렇게 조금 가져올 바에 아예 가져오지 말라고까지 했다. 그러자 이 전도사는 5분여간 어르신에게 사과하고 위로하고 설득하느라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한 일을 할 때도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보면서 많은 지혜를 모아야 할 필요를 느꼈다.

광장에서 사역하다 보면 부득이한 일도 벌어지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일도 간혹 일어난다. 독거 어르신 중에는 장비를 설치하는 이 전도사에게 “젊은 양반, 잘 지냈어요?”라고 인사하는 분이 계신다. 낯익고 친근한 얼굴이라서 안부를 묻는 것이다. 이는 광장의 버스킹 예배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날은 봄을 알리는 듯한 따스한 햇살을 즐기기에 좋은 날이었다. 하지만 땅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는 노숙인의 모습은 아직도 우리 마음에서 한겨울의 차가운 바람을 사라지지 않게 한다.

또한, 이날 남루한 조끼를 입은 할머니 한 분은 “젊은 양반, 쌍화탕이라도 사먹어요.”라며 네 번 접힌 1천 원짜리 지폐를 이 전도사에게 건넸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마치 생활비의 전부였던 두 렙돈을 헌금함에 넣었던 어떤 가난한 과부의 모습을 연상하게 했다. 이들의 따스한 말 한마디와 마음 담긴 헌금은 사역자들의 마음에 큰 울림과 감동을 주기에 절대 부족하지 않았으리라.

한편, 이 전도사에게 건물에서 드리는 전통적인 예배에서 광장에서 드리는 버스킹 예배로 전환하게 된 특별한 사연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교회는 만인이 기도하고 예배하는 곳이지만, 정작 교회를 오는 것이 쉽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면서 “노숙자들과 독거 어르신들, 그리고 이들이 예배드리려고 방문하는 교회들이 서로 꺼려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노숙자들과 독거 어르신들은 몸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고 복장이 불결하다는 이유로 교회 사람들이 불편해할까 봐 교회에서의 예배를 주저하게 된다. 특수한 교회가 아니고서야 이들이 마음 편히 가서 예배 드릴 곳이 없는 게 현실이다.”라고 했다. 또한, 그는 “남녀노소, 빈자와 부자를 막론하고 함께 모여 예배할 수 있는 곳이 광장과 거리라는 마음을 하나님께서 주셔서 버스킹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라고 했다.

임은묵 기자  slem77@naver.com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임은묵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