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활천문학상 최우수상 수상(2018),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 졸, 동대학원 졸, 독일 베텔신학대학원 수학, 현재 독일 보쿰대학교 조직신학 박사과정 중, 독일 다름슈타트 중앙교회, 독일 이삭교회 담임목사 역임. 현 간동교회(강원도 화천) 담임목사

쾰른성당을 본 사람은 그 웅장한 크기와 규모에 압도되어 놀라게 됩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볼거리도 많습니다. 건물을 받치는 기둥을 보면 육중함이 느껴집니다. 커다란 창문에 아로새겨진 스테인드글라스는 화려한 색채로 빛을 뿜어냅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정교한 기물들은 존귀한 자태를 뽐냅니다. 아득해 보이는 천장의 아름다운 곡선은 하늘의 구름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모든 것에 탄성을 질렀었지만, 제가 인상 깊게 바라본 것은 오히려 바닥이었습니다. 쾰른성당은 십자가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십자가의 윗부분에 위치한 묘실의 복도 바닥은 모자이크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모두 작은 색깔의 돌을 짜 맞추어서 만든 각종 기호와 인물과 글자들입니다. 새끼손톱보다 작은 돌멩이들을 색깔별로 구별하여 그림과 글자를 새겼는데, 한눈에 보아도 정성과 시간이 오롯이 드러납니다.

워낙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차 있는 성당이기에 색돌로 만든 모자이크가 다른 것에 비해 미치지 못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제 눈에는 그 작은 돌멩이를 하나하나 배열하는 장인의 모습이 그려질 만큼 흥미로웠습니다. 독일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만들었던 것 같아요.

Cologne cathedral mosaic floor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은 모자이크와 같습니다. 나는 왜 하나님이 자꾸 까만색을 붙이라고 했는지 잘 몰랐습니다. 알고 보니 눈썹이요 눈동자였습니다. 지금도 내가 뭐가 될지, 자신의 그림을 까맣게 모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 그림을 처음부터 설계하고 진행하고 계신 분이 있습니다. 그분이 인도하는 대로 작은 조각을 붙이다보니까 점점 윤곽이 드러나게 됩니다. 아마 나중에 완성될 즈음에는 엄청난 작품이 될 것입니다.

인생을 오래 살았다고 해서, 공부를 엄청나게 잘하고 배운 것이 많다고 해서 인생에 대해, 미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실로 우리는 오늘 주어진 인생을 살아갈 뿐입니다. 내일은 나의 것이 아닙니다. 내일 어떤 일이 올지 우리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모자이크의 한 조각이 어디에 박혀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위해 기도하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일용할 양식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싶어 합니다. 내년, 2년 후, 10년 후를 생각하고 필요한 것을 달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교만해서 그런 것입니다. 고난의 프로그램이 예고 없이 작동되면 하루의 삶이, 한 끼의 식사가, 한모금의 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되고, 그것에 감사하게 되고, 살아있다는 사실마저 감격스럽습니다.

하루의 양식 안에 오늘을 살 수 있는 지혜와 능력과 건강이 다 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주어진 삶을 믿음으로 살아가면 됩니다. 오늘을 그렇게 살면 내일은 반드시 하나님이 도와주십니다. 오늘을 지켜주신 것 같이 내일도 감당할 수 있도록 하시고, 오히려 하나님의 능력으로 모든 상황을 바꿔주십니다. 이것이 기적입니다. 오늘 하루를 믿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누리는 기적입니다.

마스터플랜은 하나님의 것입니다. 우리는 하루하루 믿음으로 조각을 맞춰 갑니다. 빠지는 모양이나 색깔이 없도록 차근차근 성실하게 붙여나갑시다. 모자이크는 결국 하나님이 완성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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