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회복 연구소장 고 영애 박사(Th.D 목회상담 전공)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40대 여성을 상담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폭언과 폭력으로 인한 불안, 두려움 그리고 열등감으로 고통스런 성장기를 보냈다. 그 후 대학을 졸업하고 건실한 남편과 결혼하여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편안한 삶을 살 수가 있었지만 정작 본인은 우울하고, 삶에 의욕이 없으며, 때때로 화가 나고, 무엇보다 행복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녀를 상담하면서 드러난 것은 열등감과 낮은 자존감으로 많이 위축된 삶을 살고 있고, 무엇보다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그로 인한 죄책감으로 정서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상담 현장에 오는 사람들 또한 교회 공동체내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해결되지 않은 과거의 상처나 아픔이 현재에 지속적인 영향을 줌으로써 충분히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이 지금과 같은 상처의 늪에서 빠져 나와서 영, 혼, 육이 건강하고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그들의 상처를 다루어 주어야 한다. 목회상담에서 상처를 다루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을 수정해서 새로운 관점으로 사건이나 사람을 보게 하고, 또한 성령의 인도하심을 의지하여 신앙 안에서 성경적 사고를 하도록 하여 치유와 성장을 일어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고방식의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나님을 만난다는 것은 교회에 다닌다는 것보다는 전인격적으로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인적인 하나님 경험은 개인에게 인간중심 가치에서 하나님 중심 가치로 사고의 변화가 생기게 한다. 그리고 하나님 중심 가치로 사고가 변화되면 상대적인 것, 물질적인 것, 비본질적인 것에 집착함으로 고통스럽던 것에서 자유함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기도, 말씀, 묵상, 영적 독서 등의 영적 훈련이 필요하다.

또한 사고방식의 변화를 위해 중요한 심리학적 기제는 ‘유언적 사고’이다. ‘유언(遺言)’은 죽음에 이르러 후세에 남기는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유언적 사고는 자신의 죽음을 예상해 보고, 하나님과의 관계 그리고 자신이나 타인과의 관계를 점검해 보는 것이다. 우리들은 일상에서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많은 일을 겪고, 그 과정에서 기쁨과 보람, 행복뿐 아니라 분노, 슬픔, 섭섭함, 외로움, 불안, 갈등 등 온갖 부정적 감정들을 느낀다. 어떤 인생도 슬픔만 있지 않고 어떤 인생도 기쁨만 있지 않다. 양가감정들이 적절히 섞여 있으나 문제는 자신의 관점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느낌과 태도는 많이 달라진다.

여호수아가 나이 많아 늙었을 때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고별 설교를 하였다.(여23장) 이 설교를 하는 여호수아나 듣는 백성들의 마음이 어떠했을까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일평생 백성을 치리하고 권면한 여호수아이었지만 이때의 유언적 설교는 진실하고 절실한 사랑과 용서의 마음으로 하였을 것이다. 또한 백성들은 오랜 세월 동안 여호수아에게 불순종하기도 하고, 도전하기도 하였지만 이때만큼은 진지함으로 그의 권면을 수용하였을 것이다.

이렇듯 인식의 전환을 위한 유언적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이 세상을 떠나갈 상황을 생각해 보고, 두고 갈 사람들 그리고 자신이 직면한 문제나 삶의 상황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글로 써 보는 것 즉 ‘유언장’을 작성해 보는 것이다. 목회상담자인 한 목사님은 집단 상담을 하실 때 가끔 관을 사용하신다. 그에 의하면 아무리 무뎌지고 닫혀있던 사람이라도 유서를 쓰고 관에 들어가 누워보는 ‘관 체험’을 하고 나면 마음의 변화를 경험하며, 지금 자신이 고민하고 갈등하고 있는 것들이 의미 없어 보이고, 용서 못할 것이 없음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실상 모든 사람은 내일을 보장받지 못하는 순간적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 유언적 사고의 결론은 주님께로 돌아갈 존재라는 것으로 귀결되어진다. 따라서 이러한 유언적 사고는 하나님 앞에 신실하게 하고, 사람에게 개방적이고 우호적이게 하며, 사건이나 상황에 의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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