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시대의 심벌이 된 마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는 자신의 설교문들을 토대로 하여 1529년에 성인들과 목회자들을 위한 ‘대교리 문답’과 청소년들을 위한 ‘소교리문답’을 작성했는데, 그 가운데서 다루는 내용들은 공히 십계명, 사도신경, 주기도문, 세례, 성만찬의 순서로 되어 있다. 반면에 1541년에 작성한 존 칼빈(John Calvin, 1509-1564)의 ‘제네바 교리문답’은 사도신경, 십계명, 주기도문, 말씀과 성례의 순으로 다루고 있다. 그런가하면 1563년에 작성한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의 경우에는 사도신경, 성례, 십계명, 주기도문의 순서로 된 주제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또한 1647년에 작성된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의 경우에는 사도신경, 십계명, 은혜의 방편인 말씀·성례·기도의 순서로 된 주제를 문답식으로 다루고 있다.

독특하게도 윌리엄 트위스(William Twisse, 1578-1646)의 그야말로 간략한 ‘기독교 교리에 대한 간략한 교리문답’은 먼저 성례를 다룬 뒤에 주기도문, 십계명, 사도신경의 순으로 된 문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루터의 대·소교리문답이나 칼빈의 제네바 교리문답, 그리고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과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에 이르기까지 공통적으로 사도신경의 내용을 다루는 것으로 시작하여 십계명 혹은 성례에 관한 문답과 이후의 주제들로 된 문답형식인 것과 다르게, 트위스의 교리문답은 처음부터 성례에 관련된 교리문답으로 시작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대부분의 교리문답들이 기독교 신앙의 핵심적인 내용들을 다룬 사도신경(신조)의 이해를 바탕으로 실천에 관한 주제들(십계명 혹은 성례)을 다루는 것과는 상당히 구별되게, 트위스의 교리문답은 처음부터 실천적인 주제(은혜의 수단)라고 볼 수 있는 성례를 다룸으로써 문답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트위스의 교리문답에서 초반에 다루고 있는 성례에 관한 교리문답은, 율법과 복음에 관한 분명하고도 간략한 문답들을 통해 성례를 이해하도록 되어 있다. 특히 복음과 관련해서 성례를 설명하도록 되어 있어서, 성례가 어떤 의미에서 은혜의 수단인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성례(세례와 성찬)는 복음의 은혜를 나타내는 표(sign)와 인(seal)인 것이다.

그런가하면 율법과 관련해서는 루터의 교리문답은 율법(십계명)을 통해 인간(타인들이 아니라 나 자신으로서의 인간)의 죄인 됨을 알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믿게 해 줌으로써 하나님을 알고(인식하고) 하나님께 나아가도록 하는 것으로 다루고 있다. 반면에 칼빈의 제네바 교리문답에서는 불신자들의 죄를 확증하고 신자들에게는 구원을 갈망하도록 해주는 이중적 구조 가운데서 율법이 제시하는 죄(sin)론을 설명토록 한다. 

한편,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과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은 율법(십계명)을 공히 성화와 연관하여 이해하도록 제시하고 있는데, 루터나 칼빈의 교리문답에서 다루는 율법의 이해(죄를 인식하고 하나님과 구원을 찾게 하는)와 다른 각도에서, 즉 더욱 진전하여 성화와 관련지어서 율법을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과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이 율법을 성화와 관련지어서 이해하도록 하는 것은, 결코 율법을 지키는 것으로서 성화에 이르게 되는 율법주의의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리스도 안에서의 참된 위로(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와 그리스도 안에서 택함을 입도록 한 작정과 섭리에 따라 비로소 율법이 성화의 수단이 되는 것인데, 트위스의 교리문답은 초반에 기록한 간단하면서도 지극히 명료한 문답으로 율법과 복음, 그리고 성화를 위한 은혜의 수단으로서의 성례에 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아울러 답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 하나님의 말씀은 천국에 이르도록 얼마나 많은 길들을 우리에게 가르칩니까? 
답: 둘입니다.
문: 그것들은 무엇입니까?
답: 율법과 복음입니다.
문: 율법은 무엇을 말합니까?
답: 이것을 행하라, 그리하면 너희가 살 것이니라.
문: 복음은 무엇을 말합니까?
답: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희가 구원받을 것이니라.(중략)”

이처럼 간명하면서도 다른 교리문답들이 가르치는 바의 요지를 정확하게 제시하고 있는 웨스트민스터 총회 의장이었던 윌리엄 트위스 박사의 교리문답은, 소교리문답마저도 버거워하는 현대의 신앙인들에게 소교리문답의 요지를 간명하게 숙지시킴으로서, 대교리문답이나 신앙고백서와 같은 더욱 높고 깊으며 넓고 긴 신앙(신학)으로 향하도록 하는 초석이요 지름길인 것이다. 그러니 주머니에 늘 넣고 다니면서 이 교리문답을 암송할 수 있는 정도가 된다면, 필시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 뿐만이 아니라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이나 웨스트민스터 대교리문답과 같은 더욱 길고 높은 교리문답의 체계들을 숙지할 수 있는 은총의 수단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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