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자살 예방 센타로 세우는 기획 칼럼(1)

【최종인 목사 기획 칼럼】

최근 유명 정치인의 자살은 한국 사회의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이유야 어찌 됐든지 자살이 갖는 부정적인 영향이 염려된다. 우리나라의 자살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교회라고 예외일 수 없다. 하지만 교회는 자살에 대해 일방적인 정죄나 터부시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본헤럴드는 최종인 목사의 책 『하나님이 막으시는 자살』의 글을 중심으로 <교회를 자살예방센타로 세우는 기획 칼럼>을 재연재한다.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사실 교회 안에서 이런 주제를 찾아 말씀을 연구하고 나누게 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오늘의 현실은 ‘자살’이라는 생소한 주제를 말하게 합니다. 살아가다보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살을 들을 수 있고, 또 안타깝지만 가까운 가족들에게서 충격적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럼에도 한국 교회와 성도들은 자살에 대한 언급을 피하거나 부정적으로 여길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미국 라이프웨이 조사연구소(LifeWay Reaserch)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미국인들은 교회에서 자살문제에 대해 80%가 듣기를 원하는 주제라고 했습니다.

htps:/lifewayresearch.com/2017/09/29/suicide-remains-a-tabo-topic-at-churches.

이것은 아마도 한국교회 역시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설문에 의하면, 누군가 자살의 징후를 알아차리는 사람은 가족이 제일 많이 알게 되고(28%), 두 번째는 친구들이며(19%), 교회 성도들이나 목사들이 인지하는 수준은 4%에 불과했습니다. 이만큼 교회와 성도들은 진정 다른 성도들의 고통이나 갈등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 우리 사회의 높은 자살률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자살은 “나와 상관없는 일”, 혹은 “특정한 누군가의 문제”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htps:/lifewayresearch.com/2017/09/29/suicide-remains-a-tabo-topic-at-churches.

오랫동안 자살은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되어 온 주제였습니다.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은 자연을 거스르는 행위로 간주되었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자살은 “비정상적인 일탈행위”로 인식되었으며, 자살자 및 자살 시도자들은 비난과 수치심의 대상이었습니다. 2019년 한국종합사회조사에 따르면, 전체 1,59명의 응답자 중 68.9%가 “자살은 윤리적 죄악이다”라고 답했으며, 60.1%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생명존중에 대한 국민태도 조사(한국자살예방협회, 205)에서도, 전체 1,025명의 응답자 중 82.9%가 “자살은 비정상적인 행동이다”라고 답했으며, 50.0%가 “가족이 자살하면 부끄러움을 느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와 같은 사회적 인식은 자살에 대한 은폐의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유족들에 의한 사망신고시 자살로 기재되는 경우가 전체 자살자 중 약 25%밖에 되지 않는다는 자료는 자살에 대한 한국 사회의 침묵을 잘 나타내 주는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도 자살은 부정적 사건으로 취급되었습니다.

자살은 그동안 기독교회 역사를 통해 범죄로 인식된 것입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생명을 피조물인 인간이 자기 뜻에 따라 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교회는 자살자의 장례를 교회장으로 치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기독교 신앙과 문화가 지배해왔던 서구 사회에서 자살에 관한 엄격한 분위기는 근세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기독교의 영향이 퇴조하고,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자살자 수가 늘어나게 됨으로 자살에 대한 교회의 생각도 관대하게 변하게 됩니다. 가톨릭교회 역시 자살자를 위한 추모예배를 허락합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자살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되었습니다. 최근 들어 자살자 수와 자살률이 급격히 늘면서 이미 심각한 사회적 과제가 된 것입니다. 특히 자살은 10대 20대 30대의 제1 사망원인이고 40대와 50대에서는 두 번째 원인을 차지할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아울러 교회안의 성도들의 자살도 늘어나면서 목회자들에게 큰 과제로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초신자들이 아니라 오랫동안 신앙했던 직분자들 역시 자살자로 발견되면서 교회와 성도들은 당황하게 됩니다. 자살은 본인 혼자 생을 마감하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교회에도 큰 고통을 안기는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실감으로 힘들어하는 가족들은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과 ‘자살한 자는 지옥 간다’라는 기계적인 성경해석에 따른 통설로 말미암아 더욱 고통을 받곤 합니다. 이런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가족들이 상처를 받아 교회를 떠나는 일도 발생합니다.

자살예방학교를 시작하면서 이 부분이 궁금했습니다. “소위 ‘자살한 이들은 구원받지 못한다’는 통설은 과연 어디서 기원했는가?” “이것에 관한 성경적인 근거는 무엇인가?” “한국 교회에서 이런 교리를 만들거나, 이와 관련된 신학 입장을 표명하거나 지침서를 만든 교단이 있는가?” 사실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통설은 오랫동안 교회를 지배해 왔습니다. 구원론은 기독교 신학의 중심에 속한 것인데, 신학 검증이 되지 않은 통설이 지배하다시피 한 것은 매우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클레먼스(James Clemons) 교수는 교회와 신자들이 자살문제로 크게 고통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마치 낮잠 자듯이 이 문제에 소홀해 왔다고 따끔하게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는 기독교 윤리학자들도 다른 윤리 주제들에 비해 이 문제는 현저히 소홀하게 다루었음을 통계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최근 한국 사회와 교회에서 자살이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면서, 신학자들도 이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활발하게 연구결과를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교회가 그동안 이해했던 자살문제를 다루려 합니다.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