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자살 예방 센타로 세우는 기획 칼럼(3)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2. 자살에 대한 교리

자살이 구원받지 못하는 죄라는 통설은 중세 교회와 로마 가톨릭 교회가 제정한 교회법과 교리에서 기원하고 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561년 브라가 공의회에서 교회는 자살한 자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금하는 법을 제정했는데, 이는 자살한 자는 기도해도 효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 즉 지옥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86년 교황 니콜라스 1세는 자살한 자의 장례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서신에서 자살은 사탄의 사주로 말미암은 것임을 명시했습니다. 그 말은 자살자의 혼은 당연히 사탄이 취한다고 해석했음을 의미합니다.

중세 교회의 영향을 받고 당시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던 문호 단테가 그의 작품 신곡에서 자살자를 묘사한 것도 이런 인식을 심화시켰습니다. 단테에 따르면 자살한 자들은 9개 층으로 구성된 지옥에서 마귀가 있는 9번째 층에 가장 가까운 7번째 층에서 비참한 형벌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육신이 갈기갈기 찢겨진 상태로 그들의 영혼은 던져져 있는데 이들은 자기들이 육체를 내던졌기 때문에 최후의 심판 날을 맞아도 육체를 입을 수 없고, 결국 그 곳에 남아 있어 숲이 되어 통곡하며 지낸다는 것입니다.

단테는 살인자들보다 자살자를 사탄에 더 가까운 곳에 배치해 둠으로 자살이 더한 죄라는 인식을 드러낸 셈이 되었습니다. 이런 일련의 결정들과 역사적으로 교회가 가르쳤던 교리들은 자살하면 지옥가게 된다는 인식을 굳게 하는데 기여했습니다.

<The Wood of the Self-Murderers : The Harpies and the Suicides> William Blake, 1824~1827 <편집자주> 사진설명 : “자살자들의 나무 : 하아피들(여자의 머리와 새의 몸통을 가진 괴물)이 자살자들을 나무에 매달아 괴롭히고 있는 지옥의 모습” 단테의 신곡을 배경으로 그린 그림으로 중세이후 교인들은 자살자들은 이런 고통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종교개혁 이후 기독교는 이와는 달리, 교회법이나 교리 문답을 통해 자살에 관한 공식 입장을 거의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는 자살에 대해 그의 편지와 대화편에서 언급한 바 있는데, 자살자들은 자기 의지가 아니라 사탄의 힘에 사로잡혀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자살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칼빈은 어거스틴의 생각을 계승했기에 자살을 강하게 정죄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구원과 연결시켜 정죄하지는 않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웨슬리는 자살한 자들이 더 큰 수치를 당하게 함으로 사람들에게 경종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도 이것을 영원한 저주와 연관시켜 말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기독교인들은 자살을 하나님의 주권과 관련시켜 다루면서, 자살을 피조물의 월권인 죄로 취급해 왔습니다. 그러나 기독교회는 특별히 역사적으로 공식입장을 발표하거나 교리를 제정하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신교회 안에도 중세 교회부터 내려오던 이 통설이 여전히 자리를 잡고 영향을 미쳐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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