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호텔서 '일본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 · 10일, 일본 위안부 피해자 유희남 할머니 '별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유희남 할머니가 지난 10일 오전 8시 23분에 향년 8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유희남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8명 가운데 생존자는 40명으로 줄었다.

유희남 할머니는 1928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하여 15살이 되던 해인 1943년 일본 시모노세키로 끌려가 1년간 ‘성 노예’ 피해를 당했다. 이후 오사카에서 싱가포르로 이동하던 중 종전이 됐고, 광복 후 귀국했다. 이후에도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 후유증으로 오랜 기간 불면증과 심장질환을 겪었고, 2009년 폐암 판정을 받았음에도 2012년 6월 나눔의 집으로 들어와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하여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지난해 12월 28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한일 당국 합의 당시에도 “우리는 돈 없어도 살 수 있다”며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진행된 합의내용은 인정할 수 없다”고 강하게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할머니의 발인이 엄수되던 12일에는 서울 중구에 있는 M 호텔에서 ‘일본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가 개최됐다.

3년 전 ‘일본 자위대 창설 60주년 기념행사’가 있기 전까지 대다수 국민은 서울에서 일본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가 열린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2014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역사 왜곡 등 한·일 관계가 악화되며 이 행사는 국민적 비판의 대상이 됐고,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호텔 측에서 대여 방침을 철회해 이 행사는 주한일본대사관저에서 축소 개최됐다. 그 후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는 2년간 주한일본대사관저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일본 측은 올해에는 서울 시내 호텔에서 행사를 열겠다고 밝힌 것.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외교적인 차원에서 국방부 국장급 인사 및 외교부 과장급 실무자를 참석시킬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독도’ 등 일본의 교과서 왜곡이 진행되고 있고, 피해자의 동의 없이 진행돼 국민의 분노를 샀던 ‘12.28 한일 합의’와 합의 사항에 포함된다는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 문제 외에도 여러 외교적인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하필 자위대 행사가 열리는 M호텔은 백범 광장과 안중근의사기념관과 인접한 곳이기도 하여 우리 민족성을 기만하는 행위라는 국민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11일 M호텔 앞에는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 행위예술가 이 랑 씨의 눈물겨운 1인 단식 시위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랑 씨는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굳이 이곳에서 행사를 진행하려는 의도가 불순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하며, “대한민국을 기만하는 일본의 행동에 우리가 반대하고 있다는 소리를 확실하게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사가 열리는 12일에도 여러 시민단체 회원이 나와 집회를 벌였다.

우리 정부가 ‘외교’라는 이름으로 한 국가를 기만하는 일본의 행위를 어물쩍 눈감아줘 일본이 버젓이 서울 시내 호텔에서 행사를 진행할 동안 대한민국의 국민은 끓는 아스팔트에 앉아 주권을 지키기 위해 울부짖고 있다. 이는 정부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제1조 2항의 지엄한 가치를 무시한 것이 아닐까?

올해만 6명의 위안부 피해자가 세상을 떠났고, 살아생전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바랐던 유희남 할머니는 결국 소원을 이루지 못했다. 이제 40명의 할머니만이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때에 더는 상처받는 국민이 생겨나지 않도록 정부는 자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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