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목사의 CDN 성경연구] (11) 우상(偶像)

NC. Cumberland University(Ph.D.), LA. Fuller Theological Seminary(D.Min.Cand.) , 총신대학교 일반대학원(Th.M.), 고려신학대학원(D.Min.), 고신대학교 신학과(B.A.), 고신대학교 외래교수(2004-2011년)현)한국실천신학원 교수(4년제 대학기관), 현)총회신학교 서울캠퍼스 교수, 현)대광교회 담임목사(서울서부노회, 금천구)

고린도는 그리스 본토에서 펠로폰네소스 반도로 이어지는 병목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본토와 반도를 이어주는 지협(地峽) 지점에 있다. 또한 에게해(海)와 아드리아해를 연결해주는 해상과 육상 물류의 십자로에 있다. 무역을 하려면 물류 중심지인 고린도를 통과해야만 했으니 번창 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고린도에는 전략적으로 그리스와 로마 신전 그리고 황제 신전까지 공존하는 종교의 도시였다. 바울과 다른 이들은 고린도 도시에 많은 신전이 있고 많은 신들을 섬기고 있는 고린도에 널리 펴져 있는 우상숭배에 주목하였다.

고린도 교회 내는 소위 믿음이 좋다는 ‘주요 그룹(significant group)’이 있었다. 그들은 고린도 시에 즐비한 ‘우상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허상이다’라고 주장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은 한 분 뿐이다’라는 분명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 지식을 소위 믿음이 적은 자들, 불안한 그룹의 신자들의 신앙과 태도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다.

바울시대 고린도 광장을 가 보자. 남쪽에는 길다란 중앙상가(shops), 서쪽에는 옥타비아 신전 앞 그리고 헤라 신전 앞에 늘여져 있는 서쪽 shops, 그리고 북측에 엄청 큰 아폴로 신전 뒤쪽에 대형마트 모양으로 북쪽 Market이 자리 잡고 있었다. Hera 여신의 로마 명칭은 Juno였다. 가수 주노는 김준호의 예명이다. 헤라 신은 하늘의 여왕이며 ‘결혼의 여신’으로 일컬어졌다. ‘공기, 땅, 달의 여신’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었다. 아고라 광장을 중심으로 상가로 둘러 싸여 있다. 남쪽을 제외하고는 뒤편에 신전들이 배치되어 있다.

B.C. 31년, 아우구스투스는 악티움(Actium) 해전을 승리로 이끈다. 개선하면서 이탈리아를 보우하는 신들에게 전 로마에 300개의 거대한 신전을 봉헌하겠다는 불멸의 서원을 한다. 실제 82개의 신전을 세웠다고 한다. 그중에 하나를 고린도 시에서 볼 수 있는 데 옥타비아 신전이다. 헤라 신전보다 크고 아폴로 신전보다 작다. 해발 700m의 바위산 언덕에 자리 잡은 델피 신전에는 운동경기를 하는 스타디움과 공연을 할 수 있는 계단식 극장이 언덕 위에 설치되어 있었다. 서양 고대문명에서 신을 섬기는 신전의 부속 건물이었던 스타디움과 극장은 시간이 흐르면서 신전에서 따로 떨어져 나왔다. 고기를 바친 우상은 객관적인 영적 실체가 없다. 원형극장에서 비극의 한 캐릭터로 등장할 뿐이다. 델피 신전의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뛰는 선수와 원형극장의 무대에서 연기하는 연기자들이 오늘의 스포츠 스타가 되고 아이돌(idol)이 되고 인기 연예인을 ‘우상(idol)’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1. 우상은 자신의 환영이 구체화된 것이다

우상이 넘쳐나는 북한으로 가 보자. 북한 주요 도시에 김일성 전신 동상은 70개가 넘고 학교와 기업소 '혁명사상연구실'의 김정은 석고동상까지 합치면 3만5000개나 된다. 그중에 최고 압권은 1972년 김일성 회갑에 맞춰 만수대에 들어선 김일성 동상은 높이가 23m에 이른다. 금 37㎏을 입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일성·김정일 동상의 개수나 크기 그리고 금으로 입혔기에 그 가치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하는 입장이다. 동상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금으로 입힌 수 백개의 동상이 김일성과 김정은이 아니다라는 말이다. 우리는 김일성·김정일 동상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북한 정권이나 주민들은 다르다. 숭배·신격화하기 위해 북한 주민들의 이성과 감성을 자극시켜 정치권력을 유지하는 통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신약성경은 우상에 대해 구약성경의 가르침을 강화하고 확대시킨다. 고린도전서 8:4은 당시 고린도도시가 종교다원주의라는 상황에서 작성된 중요한 교리 진술이다. 참되고 살아계신 유일한 하나님이 계시며 우상들은 아무 것도 아니며, 어떤 우상도 실제 없다. 그렇다고 그리스 로마의 신상들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우상들은 비실재하는 것들이다. 위험한 영적 잠재력을 지닌 존재들이라는 인식을 위해 지적되어 왔다. 당시 육류의 주된 공급원이었던 이방 신전에서 나온 고기를 먹는 문제에 적용해 보자. 시장에 나온 고기는 Zeus나 Aphrodite 여신과 같은 이방 신에게 바친 제물이었다.

우상에 해당하는 ‘ei[dwlon’(에이돌론)은 ‘그림, 사본’을 의미한다. 시쳇말로 진품이 아닌 짝퉁이다. 신들의 형상들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될 수 있으나 제의적 형상들을 가리키는 일반적인 용어는 아니다. 또한 그림자들이나 환영들을 가리킬 수 있다. 오늘날 그 환영들이 매스컴을 사로잡고 있다. 아이돌은 상상 속에서 즐기던 '나의 환영(幻影)'이 구체화된 것이다. 시카고 대학의 저명한 심리학자 칙센미하이(Csikszentmihalyi)가 말한 것처럼 주변 환경이 의식되지 않을 정도로 몰입되는 순간, 즉 '플로우(flow·물 흐르듯 빠져 들어감)'에 몰입되는 것이다. 아이돌 그룹을 정의하면 ‘10대들의 우상이 되기 위해 음악 콘텐츠를 활용하여 이미지화에 성공한 그룹’이다. 대중은 ‘떼샷’으로 등장한 아이돌 그룹에 환호하고 있다.

에이돌론은 LXX에서 거의 100회 등장한다. 주로 풍자적 논박에서 사용되며, 사실상 조롱의 표현이다. 이 단어는 비실체성과 위선과 관련되어 사용된다. 경멸적 의미를 나타낸다. 비록 그리스인들은 이 단어를 이러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 이 단어는 헛된 신들 자체를 가리키며 이교적 비신앙의 비실재성을 나타낸다. 그러나 오늘날 ‘아이돌(idol)’은 실체가 있다. 말도 하고 인기와 돈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그야말로 우상이다. 아이돌이란 10대 청소년들에게 추앙받는 연예인을 일컫는다. 그런데 이들이 언젠가부터 한국 사회 전체의 우상(偶像)이 되어 버렸다. 아이돌이 우상이다.

NRSV는 우상은 ‘아무 것도 아니며’를 ‘그 어느 곳에도 실제로 없다’(no idol really exists)라고 번역하고 있다. 정상의 아이돌 스타였던 샤이니의 종현은 자살하기 전 유서는 출구 없는 괴로움에 시달리는 우울증 환자임을 보여주었다. 그는 유서에서 ‘눈치채 주길 바랐지만 아무도 몰랐다’ ‘이미 이야기했잖아. 혹시 흘려들은 거 아니야’ 등 고통을 이해받지 못해 답답함을 호소했다. 빅뱅 지드래곤은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멋있게 공연을 한 뒤 호텔에 돌아가 혼자 있으면 찾아오는 공허함이 있다”고 털어놨다. ‘지금도 아이돌 스타가 등장하는 청춘물을 우상극(偶像劇)이라 한다. 요즈음 솔로나 듀엣이 아닌 7인조 방탄 소년단(BTS), 9인조 소녀시대, 11인조 워나원, 13인조 슈퍼주니어처럼 대중은 ’떼샷’으로 등장한 아이돌 그룹에 환호하고 있다. ‘떼샷’은 ‘그룹 샷(group shot)’을 뜻하는 촬영 현장 용어이다.

2. 우상은 세상에 아무 것도 아니다

바울은 고린도의 우상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과 함께 일신론에 대한 유대적인 이해와 하나님의 주권을 섭렵한(신 6:4; 10:17) 바울은 우주에는 오직 한분이시고 참되신 하나님만 계시다는 것을 직설적으로 선포한다. 하나님에 대한 유일신적 교리에 근거하여 우상들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의 태도는 결코 간과될 수 없다. 시편 95:3에서 ‘여호와는 크신 하나님이시요 모든 신들보다 크신 왕이시라’할 때 모든 신들의 존재를 겉으로 인정하는 것 같으나 실제적인 존재로 인정하지 않는다. 우상은 세상에서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아무 것도 아닌 것이 하나님의 백성들을 위협 또는 오염시킨다. 그래서 하나님의 백성의 종교와 종교적인 주변 환경의 배경에서 유일신관이 끝임없이 주장된다. 바울이 본문에서 ‘실재로 존재하는 우상이 없다’는 것과 ‘오직 하나님 한 분 밖에 다른 신이 없다’고 말함으로써, 이 두가지는 결과적으로 오직 유일하신 하나님만 살아계시고 우상들은 실제로 어떤 영적 또는 다른 실제를 나타낼 수 없다는 것을 논쟁하게 된다.

고린도에 있는 아폴로신전에는 맞은편에 원형극장이 있고 경기장은 떨어져 있다. 아폴로 신전 맞은편에 노천원형극장이 있다. 이곳에서 올려진 연극은 대체로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비극이었다. 델피와 마찬가지로 고린도에서도 아이스킬로스가 삼부작으로 구성한 ‘오레스테이아’ 비극을 원형극장에 올렸을 것이다.

내용인즉 이렇다. 아폴로에게 어머니 클리템네스트라를 죽인 오레스테스가 피투성이가 된 채 찾아온다. 신탁을 받는 장소인 델피 신전의 지성소(至聖所)엔 여사제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 그는 자신의 사정을 아폴로 신에게 직접 탄원하기 위해 터부의 표식이자 성스러움의 표식인 ‘옴팔로스’위에 걸터앉았다. 예언의 신인 아폴로와 그의 신전인 델피 신전을 관리하고, 신탁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순례자들에게 해답을 제시하는 ‘피티아(Pythia)’ 여사제가 그를 발견하고 아폴로에게 기도한다. 막대기 또는 대속의 의미를 지난 아폴로가 겁에 질려 탈진 상태에 있는 오레스테스를 보호한다. “나는 너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끝까지 너의 안내자가 될 것이다. 내가 너와 함께 있을 때나 네가 멀리 떨어져 있을 때에 모두 그렇다.” 아폴로는 오레스테스에게 아테네로 도망가 아테나 여신을 찾아가라고 말한다. 아테나 여신만이 오레스테스의 사정을 듣고 그가 어머니 살해의 죄가 유죄인지 무죄인지 판단할 수 있다. 이 비극을 보는 고린도 도시의 관객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원형극장에서 이 아폴로의 외침을 들은 관객들은 눈물을 훔쳤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도 오레스테스만큼의 큰 죄는 아니지만, 크고 작은 죄를 지으면서 스스로 불안하였기 때문이다. 고린도교회 교인들 가운데 일부는 원형극장에서 신화를 중심으로 한 비극을 보며 불안해 하는 것이 아니라 이방신전에서 열리는 저녁 만찬의 초대에 응하는 것만으로도 불안해 했다(고전 8:10).

연극을 보는 관객은 정말 아폴로 신이 존재하느냐, 아폴로 신이 어미를 죽인 죄인도 용서할 수 있느냐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자신들도 델피 신전에 있는 아폴로 신 앞에 나아가 문제를 내놓으면 자신을 보호해 주고 어떤 죄도 덮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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