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자살 예방 센타로 세우는 기획 칼럼(6)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자살위험요인

자살위험요인을 평가하고 파악하는 것은 자살예방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전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을 때 자살위험성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남성, 고령, 이혼, 신체질병, 경제적 어려움, 최근 정신건강의학과에 입원 치료 후 퇴원한 경우, 자살의 가족력, 자살시도 경험 등입니다.

한편, 변화 가능하여 중재가 필요한 자살위험요인으로는 우울증, 알코올 문제, 상실에 대한 반응, 절망감, 비합리적 또는 비현실적 생각, 환청과 같은 정신병적 증상, 자살의 구체적 계획, 자살도구의 접근성 등이 있습니다. 이들 요소 중 교회와 성도들이 도울 수 있는 문제들을 다루려 합니다.

우울증

자살은 정신의학적 질병과 관련성이 매우 높습니다. 자살희생자의 약 90%에서 진단 가능한 정신의학적 질병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특히 자살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정신의학적 질병은 우울증 및 조울병과 같은 기분장애, 조현병(schizophrenia), 알코올 의존, 불안장애, 인격장애 등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때문에 효과적인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자살의 원인이 되는 기저 정신의학적 질병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필수적일 것입니다.

일반인에 비해 우울증 환자는 자살 위험성이 13-26배 높습니다. 우울증상을 포함하는 양극성 기분장애는 일반인에 비해 자살위험성이 약 25배 높습니다. 자살희생자를 대상으로 한 20개 이상의 심리적 부검 연구에서 자살시도자의 30-90%가 우울증을 가지고 있었음이 보고되었습니다. 우울증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한 723명을 대상으로 한 국내의 우울증 코호트연구에서는 19.8%가 과거 한 번 이상의 자살시도를 하였고, 약 70%에서 연구기간 중 자살생각을 보고하였습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우울증상이 자살위험도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고, 우울증에 대한 적극적 대처가 자살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높은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우울증에 대한 교육과 선별검사 및 적절한 치료의 제공이 중요할 것입니다.

 

과거 자살시도 경험

과거 자살시도는 자살의 재시도와 미래의 자살사망의 가장 강력한 예측인자 중 하나가 됩니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1년 이내에 12-30%가 자살을 재시도하고, 1-3%는 이로 인해 사망하게 됩니다.

자살을 시도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10여 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자살시도자의 5%가 자살을 재시도 하였고,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자살시도 후 1년 동안 23.8%가 자살을 재시도하였으며 12.7%가 결국 자살로 인해 사망하였습니다. 자살사망자의 약 40%는 두 번 이상의 자살시도에서 사망하였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국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시도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자살사망자의 36.4%는 이전 자살시도 경험이 있는 재시도에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른 연구에서도 과거 자살시도 경험이 있는 사람은 현재도 67.2%가 자살을 생각하고 있었고, 자주 자살을 생각하는 빈도(35.9%)는 자살시도 경험이 없는 사람(3.5%)에 비해 10배 이상 높았습니다. 국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과거 자살시도 경험자 중 85.2%가 현재도 자살생각이 있었고, 이는 대조군에 비해 7.6배 높았습니다. 때문에 자살시도 경험이 있는 사람은 자살의 최고 위험군이라고 할 수 있고, 자살위험도를 평가할 때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사항입니다. 때문에 자살시도 후 응급실을 방문했을 때, 우울증 선별검사를 포함한 정신의학적 개입이 꼭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신과 치료에 대한 우리사회의 편견과 낙인현상 때문에 자살시도 후 정신의학적 평가 및 치료를 꾸준히 받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때문에 자살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응급실을 방문하는 자살시도자에 대한 정신의학적 개입을 체계화하고 더 나아가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알코올 중독

알코올 의존 환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자살률이 6배 정도 높고, 특히 여성 알코올 의존 환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자살위험성이 약 20배 증가 한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알코올 의존환자의 약 40%에서 자살시도 경험을 보고하고, 10-15%는 자살로 사망하게 됩니다. 자살로 사망한 사람의 50% 이상에서 알코올남용이 확인되었고, 많게는 약 70%에서 음주상태에서 자살을 시도한다고 보고되었습니다. 특히 충동적 자살은 술이 관련될 가능성이 더욱 높습니다.

알코올은 중독이나 남용 수준이 아니라도 자살과 관련성이 높습니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사회 전체의 알코올 소모량과 비례해서 자살이 증가하였습니다. 일본에서도 알코올 중독 수준이 아닌 사회적 음주를 하는 경우에도 개인의 알코올 섭취 양과 자살위험도는 비례한다고 보고된바 있습니다. 이처럼 술이 자살위험성을 증가시키는 이유는 알코올이 충동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음주는 치명도가 더 높은 자살방법을 선택하게 해 자살로 사망할 가능성을 증가시키게 됩니다. 또한 음주는 합리적 판단을 약화시켜 자살방어요인이 작동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따라서 자살생각이 있는 사람의 음주패턴을 확인하는 것이 꼭 필요하고 금주를 권해야 합니다.

우리사회에서는 누군가 우울해하며 죽고 싶다고 호소할 때, 술을 권하며 위로하는 것이 매우 보편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이는 자살위험성을 증가시키는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자살생각이 있는 사람에게 술은 꺼져가는 불씨에 붓는 기름과 같은 것으로 우리 사회의 음주문화 개선이 자살률 감소를 위해 필요할 것입니다.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