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자살 예방 센타로 세우는 기획 칼럼(7)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
한국인은 다른 나라 국민들에 비해 덜 행복하며 더 많이 자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높습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다른 나라와 달리 나이가 많아질수록 자살률도 높아집니다. 왜 한국인들은 자살하는가? 왜 다른 나라와는 달리 노인 자살률이 높은가? 이런 상황을 설명하려면 먼저 원인을 파악하여 자살률을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되어야 합니다.
1. 문화적인 이유
그동안 자살을 설명할 때 주로 정신적 문제나 사회적 문제로 설명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문화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즉, 한국적 문화 상황에서 자살자들이 발생하지 않는가? 하는 분석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문화를 분류한 여러 기준들에서 한국은 집단주의 문화가 지배적인 문화권으로 분류되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한국인의 문화적 분류를 조사한 연구들에서 한국인은 개인주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상호 독립적 자기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의 문화가 변하고 있음을 말합니다. 이런 변화의 요인으로 주목하는 것 중의 하나는 한국의 교육체계와 대중매체에서 제시하는 인간상의 변화에서 기인된 것으로 보는 견해입니다.
실제로 오늘날 한국의 교육기관에서 공식적인 교육체계로 제시하는 인간상은 교육과정이 변화하면서 점차 개인주의적 가치를 지향하는 것으로 제시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국가에서 제시한 제1차 교육과정에서는 ‘홍익인간의 교육이념’, 제4차 교육과정에서는 ‘건전한 심신의 육성, 지력과 기술의 배양, 도덕적 인격의 형성, 민족공동체 의식의 고양’,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세계화와 정보 시대를 주도할 자율적이며 창의적 한국인 육성’입니다. 특히 2015년에 발표된 개정교육과정에서 수정된 인간상은 ‘자주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 ‘교양 있는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으로 집단주의 문화에서 지향하는 인간상과는 거리가 먼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중매체에서 보이는 가치관의 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드라마들을 연구 조사한 결과를 보면, 과거에 비해 현대에 와서는 자기발견과 자아실현을 중시하는 경향이 증가함과 동시에 금전적 가치, 출세, 외모 등을 중시하는 물질주의 가치체계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개인주의 문화의 인간상은 ‘교과서’ 또는 ‘드라마’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이상적 인간상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중들은 이상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을 구분하지 않고 교육에 몰입되거나 드라마, 대중연예프로그램에 몰입되어 자기중심적 사고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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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한국문화의 유행을 쫓는 아노미적 특징으로 개인의 정체감 형성에서 지향해야 하는 가치와 관련해 제시되는 대립되는 두 방향의 메시지들(개성 있는 vs. 조화로운, 독립적 vs. 상호의존적)이 주는 혼란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두 문화에서 제시하는 메시지를 모두 거부하면서 이들은 단순하게 물질적 자기를 정체감으로 형성하게 됩니다. 즉 물질적 자기(material self)는 자기의 소유물(명성, 집, 옷, 외모 등)에 근거해 자기를 정의하여 정체감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증거가 한국사회의 소유 욕구와 금전만능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보여줍니다.
물질적 자기는 그 구조의 단순성으로 인해 스트레스나 좌절에 매우 취약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소유물이 사라지는 것은 여러 역할들의 통합성의 상실이라는 결과를 낳게 되어 정체감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심리적 자기가 사라진 상황, 즉 인지적 몰락으로 인해 이들은 자살을 선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2. 심리적 이유
자살완결에 이른 사람은 심리 조사를 할 수 없으므로 자살 시도자들 중 생존자 또는 자살사고를 하는 사람, 자살자가 남긴 문헌들을 대상으로 자료를 수집하여 소위 ‘심리부검’ 이라는 연구가 진행됩니다.
심리부검을 통해 자살의 위험요인으로 결혼생활 파탄, 실직, 낮은 사회경제적 수준, 생활 스트레스 등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심리적 부검을 실시한 연구에서는 상실경험, 직계가족의 자살, 우울증,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성격장애, 물질 남용 등이 자살의 5대 위험요인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 의하면 자살자 심리부검의 주요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자살자들은 93.4%가 이미 자살 전 경고 신호를 보냈다고 합니다. 반대로 유가족 80.9%는 경고신호를 알지 못했습니다. 자살자의 대부분은 정신건강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합니다(8.4%).
청소년의 경우, 2014년 조사에 의하면, 자살의 대표적 위험요인은 학교성적(42.7%)이며, 가족 간의 갈등도 24.2%가 되었습니다. 선후배 친구들과의 갈등도 1.1%로 나왔고,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비관으로 자살시도는 1.9%였습니다. 학교성적에 대한 염려나 가족 간의 갈등은 모두 청소년기 우울증상으로 나타나며 우울은 자살충동의 가장 강력한 예측변인이 됩니다.
노인의 경우에도 여러 가지 요인이 있으나 경제문제로 인한 불안이나 건강문제로 인한 불안, 그리고 외로움 등이 우울증을 낳게 되고 결국 그것은 자살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울증이나 장기간 유지되는 우울감이 자살의 원인들 중 하나일 수는 있으나 핵심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 중 우울감이나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자살자 또는 자살시도자들이 모두 우울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3. 개인적인 이유
일반적으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청소년의 자살률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된 이론이 자기감상실(the los of self)이론입니다. 이 이론은 Candler과 그 동료들(Bal & Candler, 1989; Candler, 194; Candler & Proulx)이 제안하였습니다. 자기감상실 이론에 따르면, 청소년 시기는 일반적으로 역할구체적이 아닌 모든 역할을 관통하는 보편적이면서 추상적 가치(예, 정의, 진보적, 도덕적 등 )에서 자기체계를 재구성하는 시기로 자기를 더 높은 수준에서 업그레이드하거나 더 분화시켜야 하는 단계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청소년기 이전에는 ‘숙제 잘하는 학생 ’ ‘엄마 잘 듣는 학생’ 등의 상황과 역할에 따른 구체적 역할에 한정되는 정체성만으로도 충분하였으나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정직한’ ‘도덕적’ ‘정의로운’ ‘착한’ 등의 개인적 측면이나 대인 관계적 측면에서 모든 상황 및 역할을 뛰어 넘는 보편적이면서 추상적 가치 수준에서 자신을 정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수준에서 자기를 정의하는 일은 쉽지 않는 과제이며 이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자기개념은 그 이전 단계에 머물거나 추상적 정체감을 형성하는데 실패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전자는 미숙함으로, 후자는 공허감으로 그 결과가 나타납니다.
자기감상실 이론에서는 공허함에 초점을 둡니다. 새로운 자기를 세우는데 성공하지 못한 이는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시간의 연속선 위에서 자신을 위치시키는 것이 어려우며 이는 현재 작동할 자기체계가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과거의 나는 너무 어리므로 내가 아니고 현재의 나는 아직 없는’ 상태로 과거의 나와 단절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단절은 과거와의 단절뿐만 아니라 현재를 바탕으로 구성할수 있는 미래의 나에 대한 상상을 할 수 없게 만들어 미래와의 단절도 발생시킵니다. 정체감의 핵심기능 중 하나는 시간 연속선 위에서 내가 일정하게 존재한다는 느낌인데 이들은 자기의 연속감을 가질 수 없게됩니다. 이런 청소년은 현재라는 단절된 시간 속에서만 존재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자기 파괴적 행동을 합니다. 자기 파괴적 행동은 매우 강렬한 경험을 제공하므로 이들은 ‘현재’ 살고 있다는 자신을 분명하게 지각할 수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현재의 자기를 분명하게 지각하려는 이들의 노력으로 미래의 자신은 더 위험에 빠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즉 발달적 과제인 정체감을 형성하지 못한 결과로 자신을(의도하지 않게) 죽음에 이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4. 자기 역할에서의 이유
한국은 청소년기가 지난 후 자살률이 급작스럽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취업선택을 고민하는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진정한 정체감 발달을 위한 노력을 시작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청소년과 달리 정체감이 완성된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가정되는 성인의 자살은 자기감상실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성인의 자살을 설명하기 위해 Baumeister는 ‘혐오적 자기로부터의 도피’라는 개념을 제안하였습니다. 자기도피이론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상황-구체적 수준에서보다 상황-보편적(추상적 수준)에서 해석하려 합니다. 즉 ‘한 친구의 가방을 들어준 나’가 아니라 ‘친구를 도와준 착한 나’로 정의하려 합니다. 이렇게 추상적 수준에서 자기를 정의하는 것은 한 번의 행동으로도 자기개념에서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동인이 됩니다. 하지만 이런 심리적 경향이 항상 정적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극심한 스트레스 또는 좌절된 상황에 처한 개인에게는 자아를 위협하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즉 대학입학에 실패한 상황에서 추상적 수준에서 이 상황을 해석하게 되면 ‘나는 실패한 인간’으로 해석되어 자기 전체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내려집니다.
사람은 부정적 평가가 예상되는 상황, 타인의 거부나 무시를 경험한 직후, 자신의 태도와 대립되는 행동을 한 직후 등의 자기와 관련된 부정적 정보를 해석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을 관찰하지 않음으로써 자기에 대한 위협을 막아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은 더 낮은 수준, 즉 구체적 수준에서 자신의 행동을 해석합니다. 예를 들면, 한 과제에서 노력한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성취한 사람은 ‘나는 재능이 있다’라고 해석을 하면서, 다음 과제를 잘해야 하는 부담감을 예상하면 ‘나는 이번 일만 잘한 것이다.’ 라는 식으로 해석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상황을 인식하면, 다른 과제에서 성공하지 못해도 그 결과들 ‘특정 과제’에서의 실패로 제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정적 상황을 구체적 영역의 자기개념에서만 수용하는 것이 적응적 가치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시도가 늘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좌절이나 실패,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심리적 불편감에는 자기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부적 정서 경험도 들어 있게 됩니다. 자기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부정적 정서가 자기 전체로 퍼지게 되면, 인지적 몰락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따라서 물질적 자기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극심한 위기에 처할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자살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습니다.
5. 문화의 이중가치 이유
한국인은 일상의 삶에서 마치 문화 간 이동을 하는 것 같은 문화 변화를 경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공식교육 체계에서 제시하는 인간상은 개인주의 문화의 가치를 강조한 것이지만
일상의 삶에서 겪는 많은 상황들에서 요구받는 행동은 집단주의 문화의 가치-지향적 행동입니다. 이런 상황은 개인내 갈등과 함께 개인 간 갈등도 유발시키고 있습니다.
최근에 한국문화와 한국인의 자기관을 조사한 연구에서 개인주의 점수를 비교한 결과, 한국대학생이 미국대학생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30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서도 개인주의 성향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즉 한국인의 자기개념이 개인주의문화에 사는 사람들과 같다는 의미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한국인은 타인과의 독립성을 중요시여기며 자신만의 개성을 강조하고 집단의 성공보다는 자신의 성공을 더 우선시하였습니다. 또한 자신의 사생활을 공적 생활보다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이런 상반되는 한국문화에 대한 조사들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아마도 자기에 대한 진술과 타인에 대한 진술에서의 차이에 있을 것입니다. 한국인 자신은 개인주의적 가치지향에서 진술하지만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집단주의적 가치를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국인은 사회생활에서 독립된 개인으로 존재하지 않고 대인관계 속에서 존재합니다. 개인주의적 가치를 지향하는 개인이라면 어떤 역할을 수행하든 동일한 호칭, 즉 이름으로 호명하기를 원할 것 같지만 한국인을 이름으로 호명하는 것은 실례가 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이름으로 호명된다는 것은 그 상황에서 가장 낮은 지위에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거나 사회적 역할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지속적 관계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사회적 지위가 그리 높지 않는 경우, 예를 들어 가사도우미와 같은 사람들에게 가족관계에서 사용하는 호칭을 부여 합니다.
이와 비슷한 혼란이 쉽게 확인되는 영역이 또 있습니다. 바로 각 기업에서 제시한 인재상과 기업이 실제로 원하는 인재상이 다른 것을 보게 됩니다. 예를 들면, 한 취업사이트가 우리나라 30대 기업의 원하는 인재상을 기술한 39개의 단어들을 분석한 결과, ‘창의․창조’가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도전’이었습니다. 그러나 취업준비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한 블로그에서 제시한 입사면접가이드를 보면 1차 면접에서는 실무능력을 평가하고 2차 면접에서는 조직문화와 조화성을 평가한다고 안내되어 있습니다. 기업이 공식적으로 제시하는 인재상과 면접용 인재상은 다른 문화적 가치관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사회는 여전히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가 유효한 사회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사회에서 개인은 집단주의에 따른 행동을 하면 사회에 적응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지만 개인에게 이런 행동은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6. 대인관계 갈등에서의 이유
유독 한국인들은 대인관계 갈등에서 어려움들을 겪고 있습니다. 상황에 따른 다른 심리적 속성의 표현은 집단주의 문화에서 행동 규범으로 적합할 수 있으나 복잡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현대사회에서는 대인
간 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특히 특정 상황에 있는 사람들 간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대상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은 비합리적 행동으로 판단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적 대인 관계에서 갈등을 갖는 경우 자살충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