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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생詩】달동네계간 국제문학 신인작가상 수상

달동네

                        장영생

 

동네 앞에

달이 있어

아무나 못사는 동네

아이들 뛰는 소리

온종일이 좁아도

라일락 한 그루면

온 동네가 꽃동네

앞집 구운 삼겹살

뒷집 키운 상추

정으로 넘치는 밥상

눈빛으로 껴안고

웃음으로 푸는 언덕

별꽃 질 때 내려가면

달빛 동무삼아 오르는 동네

시대 유감

                  장영생

앓을 때도 되었지
오랜동안 젖어 살았으니
당연히 그러려니
모두들 좋아하려니
유유자적으로 느슨해진 몸

장벽을 부수며
동서가 하나가 되고
백곰이 거느리던 새끼들이
저마다의 길에 살겠다며
하나 둘 분가할 때
당연하다며
올 것이 왔다고 박수를 치고
바다 건너 여러 곳이
배고프고 헐벗을 때
그 것 보라며 쾌재를 부르고
윗 동네도 곧 문을 열리라는
큰 꿈을 그렸지만

움트려다 주저않고
내밀다가 철퇴 맞고
없어진 듯
숨어서 조심조심
호시탐탐 엿보던 그 힘
작고 미지근한 불을 지펴
광장을 채우고 
사방 팔방 퍼뜨리고
온 세상을
붉은 생각들로 뭉쳤구나

어떤 것이 옳고
진실은 무엇인가
누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우매한 민초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
건강한 몸으로 
바꾸는 기회를 만난 것인가
미래로 가는 바른 길인가

여름산4

 

                      장영생

그리워서 간다
이대로 익어 가을이 되면
서운할까
놓치지 않으려 오른다

몇 걸음만 올라도
턱에 차는 숨
지친 눈 감았다 뜨면
보랏빛 이파리가 반짝이고
진한 녹색 그늘은
주저앉으라는 꼬드김
깊은 들숨과 날숨으로
온 몸 삭이니
그제야
오르느라 놓친 여름 산

팔월은 여름이지만
절반은 가을인 것을
입추를 아는
푸르고 푸른 하늘이
독하고 질긴 심술 부리겠는가

여름이 익으면
고운 옷 입혀주마
뜨거운 햇살은 약속하는데
내일이 궁금한 나에게는
이렇다 저렇다 한마디도 없구나

산다는 것 3

             

                         장영생

살아보니 알겠더라
크게 손해 본 일도
이익 난 일도 없지만
편편한 길 보다는
오르막이 많고
오르막 보다는 내리막이
더 길다는 것을

무거운 짐도
오르막에선
목적이 되지만
내리막이 되니
거추장스럽고
넘어지기 십상이라는 것

궂은 날이 길어도
맑은 날은 오고
힘든 일도
지나고 보니 
별 일 아니라는 것

이제 더 산다 해도
새삼스러울 일 없고
모자람이 없으니
서운할 일 없고
두 번 살 일 없으니
살아낸 것 만으로도
대견하다는 것
살아보니 알겠더라

그릇

             장영생

없는 한을
있는 것으로 만들어
이웃을 찌르는 당신은 
무슨 그릇입니까
당신의 민족에게서만 
받는 칭송이
그리도 탐이 나는 겁니까

과거의 과오를 넘고
새로운 이웃으로 변하는 길은
끊임없는 
사랑과 베품이 기본이련만
악의 괴수같은 파렴치를
그리도 당당히 꺼내십니까

우리가 사는 지금이
당신 나라의 덕이라고
듣고 싶다면
베풀고 
잘못을 구하는 마음이면
충분할텐데
어쩌면
감지덕지한 심정으로
당신을 바라보련만
 
당신 나라의
번영과 영광을 
든든하게 약속받는 길
진정 모르십니까
훌룽하고 따뜻한 인물로
남을 수 있는 기회를
차버리는 당신은
과연 일본이라는 나라를
지킬 수 있는 그릇입니까

어머니

                  장영생

이제는 
첫 소절도 못부르겠다
예전엔 부르다가 울컥해서
못불렀는데
지금은 제목만 보아도
눈물이 흐르고
크게 부르다가는 큰 소리로 
울 것만 같아
눈으로만 따라가는 가사
-304장 어머니의 넓은 사랑

믿음의 가정에서
어쩌다
방탕한 길로 빠진 둘째
밤낮을 거꾸로 살고
술과 유희로 보내는 아들
돌아오라고
새벽부터 철야까지 
성경 앞에서
우시던 눈물과 기도 생생하구나

-원기아범 일월 4일부터
주님 압헤 나오기 시작
(음력 십이월 오일 신년주일 87년)-

어머니가 읽으시던
성경책에 끼워둔 한줄 메모

그 한 줄
기쁨으로 간직하더니
하늘나라로 가신
어머니의 넓은 사랑

나이 2
       
                 장영생

 

이른을 넘기면
나이 좀 들었다 하고
여든부터 늙었다 하자

나이가 대수냐
그 나이나
저 나이나
채워지고 들면
나이인게지

오므린 손 
피고 베풀고
미련 버리는 나잇값이
어찌 사치품이랴

송광택  songrex@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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