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에 사람들은 산으로 바다로 떠난다. 삶의 무게에 눌려지내다가, 다만 몇 일이지만 일상의 긴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여행 지도를 펼치기도 한다. 하지만 주어진 휴가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다. 

휴가는 일과 가사에서 벗어나 일정기간 동안 쉬는 겨를이다. 몸과 마음에 긴 호흡의 기회를 주고, 재충전의 틈을 얻는 호기이다. 주어진 날들은 '잠시 멈춤'의  시간이 될 수 있고, 자기성찰을 위한 기회도 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때때로 무리한 일정으로 쉼을 누리기 보다는 오히려 가중된 피로감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크리스천북뉴스 자문위원, 저서 다수

이제 휴가는 우리가 창조적으로 누려야할 생활문화의 한 부분이다. 특히 메마른 지성과 감성의 뜰에 정신적 자양분의 단비를 공급해 줄 수 있는 기간이다. 휴가는 우리에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줄 수 있고, 우리는 이 기회를 통해 책과의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책과 함께 보내는 휴가는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따라서 평상시에 읽고 싶었던 책을 옆에 두고 '독서휴가'를 계획하는 것은 창조적인 발상이 전환이 아니겠는가. 

일찍이 우리 문화의 전성기였던 세종 때에는 사가독서(賜暇讀書)라는 게 있었다. 나라에서 말미를 주어 관리에게 책을 읽게 하는 제도다. 세종은 이에 앞서 집현전을 설치하고 인재를 양성하려고 했으나 대부분이 조정 업무에 시달려 학문에 전념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재주 있고 행실이 좋은  젊은 선비들에게 긴 휴가를 주어 집에서 편안하게 글을 읽게 한 것이다.  이것을 '장기 독서 휴가'라고도 했는데 여기에 뽑히면 장래가 보장되어 모두들 부러워했다. 

영국에서는 빅토리아 여왕 치하에 셰익스피어 휴가(Shakespeare Vacation)로 불렸던 독서휴가 제도가 있었다.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공직자들에게 3년에 한번 꼴로 한달 남짓의 유급휴가를 주었다. 이때 주로 셰익스피어 작품 5편을 선택해 정독하게 하고 독후감을 써내도록 했다고 한다. 

아브라함 링컨도 휴가나 여가시간을 독서에 투자하였다. 그는 "자기가 읽은 책과 자신이 만난 사람과 우연한 사건들로부터 배우려는 습관을 길렀다"(W. 클레멘트 스토운). 윌리엄 바클레이에 의하면, 독서는 사람을 편협함에서 구출해 준다. 그리고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마음의 곳간을 채워 주는 일임에 틀림없다"고 했다. 

독서는 휴가 기간 동안에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위치 확인'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높은 이상으로 헌신한 사람의 전기, 현대문화 속에서의 자기 정체성을 일깨워주는 책, 그리고 따뜻한 감성을 소생시키는 시집과 수필 등, 사실 우리 곁에는 숨어있는 좋은 책들이 많이 있다. 휴가 기간을 이용해 책과 함께 독서여행(박물관 견학)을 하거나  독서 캠프에 참여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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