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자살 예방 센타로 세우는 기획 칼럼(11)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중년의 자살

우리나라를 ‘자살 1위국’으로 만든 결정적 진원지는 바로 ‘40~60대 중년남성’들입니다. 통계청의 사망원인 분석에 따르면, 2015년 연령별 자살현황을 볼 때 40대와 50대가 가장 많았음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분석 결과를 보면 여성보다는 남성들이 거의 3배 이상 자살률이 높음을 봅니다. 특히 이러한 ‘4060’ 남성들의 ‘자살 러시’는 본격적인 노인 사회로 접어들수록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그 원인과 대책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도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 중년의 특성

중년의 시기에게 자살이 많은 이유를 알려면 먼저 그들의 특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중년기는 인생의 전환기로서 삶의 의미를 다시 마주하게 되는 시기로, 자신의 실체를 찾으려고 하며 실존에 대한 회의와 정서적 혼란 및 고통이 수반되는 중년의 위기를 맞게 됩니다. 이러한 위기감의 핵심에는 젊음이 사라져 가는 것을 애도하는 심정과 생명의 유한성에 대한 인식, 그리고 ‘내가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하는 실존에 대한 의문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개인의 삶에서 방향의식, 목적의식을 상실하면 인생에 대해 무가치감, 무의미감, 권태감, 고독,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허전하고 텅 빈 느낌의 ‘실존적 공허’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실존적 공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삶의 의미 또는 목적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중년남성은 장기적인 경제 불황과 사회구조의 변화로 구조조정, 조기퇴직, 실직 등으로 직․간접적인 심리적 부담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며, 또한 중년 여성은 폐경, 신체적 노화, 역할상실 등으로 우울함에 빠지게 되며, 우울은 곧 삶의 의미를 상실하게 만듭니다. 또한, 중년기는 가정에서 자녀와 부모간의 관계 그리고 부부관계에서의 변화 등 생활에서 많은 변화를 경험하는 시기로 이러한 때에 삶의 의미 또는 목적을 찾지 못하게 된다면 심리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특히 중년 남성들은 이런 과정 속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으며, 우울과 같은 정신적 문제가 발생하거나, 알코올 의존이나 흡연 등과 같이 건강을 해치는 행위를 하게 될 수 있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자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2. 중년의 역할

중년기는 젊은 시절에 꿈꾸던 인생의 목표와 성취의 절정이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는 모순, 그리고 자신이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과 죽음의 필연성에 대한 인식으로 인하여 삶의 무의미함과 공허감이 찾아드는 과도기입니다. 이로 인하여 중년기는 잠재된 자아의 출현과 발달 내적 통합, 변화에 대한 적응, 모호성에 대한 관용을 발달시켜 나가는 시기로서 개인적인 삶의 의미와 가치를 재평가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년기에는 자아정체감 위기와 실존적 공허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개인발달 관점에서 보면 중년기는 신체적, 생물학적 노화가 시작되는 시기로서, 인생의 유한성에 직면하여 본질적 자아에 대한 성찰에 관심을 가집니다. 또한 부모역할의 감소와 함께 독립적인 자율적 존재로서의 자아의 욕구나 성장발달에 관심이 증대되는 시기입니다.

인간이 출생하여 사망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볼 때, 중년기는 어느 주기보다 기간이 길고 다양한 환경과 사건에 직면합니다. 교회안에도 많은 중년들이 숫자를 채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년이나 청소년기에 비해 중년기와 관련한 연구와 관심, 활동 프로그램들이 부족한 것이 오늘 교회의 현실입니다. 인생 발달주기는 생리적, 심리적, 사회 환경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중년기의 시기를 설정하는 문제는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남성, 특히 중년이 자살을 많이 택하는 이유는 사회적, 경제적, 심리적 압박이 상대적으로 크다는데 있습니다. 전통적인 가부장적 사고와 역할 수행에서 책임을 진 중년들이 실직이나 사업실패 등 경제적인 문제에 직면하면 그간 돈을 번다는 핑계로 소원하게 지내던 가족들로부터 해결책을 얻지 못해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다는 것입니다.

 

3. 중년의 자아정체감

중년기는 가족관계, 직업, 사회적 역할을 재평가하여 삶의 의미를 찾는 시기입니다. 중년기에는 죽음의 문제에 직면하여 시간에 대한 전망이 축소되면서 내향성이 증가하고 기존 가치, 목표에 대한 재정의와 자아에 대한 성찰이 증가합니다. 또한 중년기에 이르면 사람들은 한 때 영원한 것으로 보이던 목표가 그 의미를 잃게 됨을 느끼고 지나온 생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합니다. 자아정체감이란 한 개인이 자기가 누구이며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이는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연속성을 인식하며, 자신을 독특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손재로 인지하표 자신의 능력, 위치, 역할 등에 대한 지각과 정의를 포함한 종합적인 자기상입니다. 그러므로 자아정체감은 자신의 능력, 위치, 역할에 대한 지각과 개념을 포함한 종합적인 자기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아정체감은 개인적 정체감과 심리사회적 정체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인적 정체감은 시간의 경과 속에서 유지되는 자아의 동질성과 연속성을 의미하며, 심리사회적 정체감은 자기와 관련 있는 어떤 집단에 대한 일치성으로서 고유한 역사에 의해 이룩된 가치에 대한 개인의 소속감, 자기가 소속된 소집단의 가치에 대한 소속감을 말합니다.

 

4. 중년의 스트레스

인생주기로 볼 때 중년기는 정상적인 성장 발달의 한 과정이면서 여러 신체, 심리, 사회적 역할 변화로 건강 상태의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중년남성의 경우 신체, 심리적으로 다양한 역할수행과 신체 변화에 의한 체력 저하에서 부터 신체장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됩니다. 남성의 갱년기는 여성의 폐경기에 해당하는 사건은 없지만 남성호르몬의 분비 감소 및 건강 상태나 개인의 적응에 영향을 받아 청각장애, 노안증상, 흰머리, 복부 비만증, 소화기능, 감각기능, 반응속도 저하 등 노화 현상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특히 중년기 남성은 심장병, 암, 고혈압, 전립선 등의 성인병이 빈번해 집니다. 중년기 남성의 심리적 변화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통합됨으로서 양성적인 시기가 되어 남성은 더욱 의존적이며 감정적인 존재로 변화하게 됩니다. 또한 중년기 남성은 유친성이 높아져 가족구성원, 사회적 관계망을 재인식하게 되고 중요하게 여기게 됩니다. 경제적, 심리적 안정을 이루고자 하는 중년기는 독립하지 못한 자녀의 요구와 노부모의 경제, 심리, 사회적 부양의 요구, 자신의 노화과정에 적응해야 하는 등 다양한 가족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와 더불어 남성에게 있어 직업은 매우 중요한 영역으로서 중년기는 자신의 직업에서 성취가 절정에 달하는 시기입니다. 일에 대한 압력 증가, 제한된 직업 선택의 가능성, 반복되는 일에 대한 권태감, 곧 다가올 은퇴에 대한 상실감, 젊은 동료의 승진 등으로 위기감을 느끼게 되고, 직장에서의 승진, 좌천 등에 대해서 민감하게 되며 일에 대한 긴장과 부담을 경험하게 됨으로서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됩니다. 문제는 중년들이 겪는 이런 다양한 스트레스를 관리하지 못하면 자살 위험군에 들어가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교회와 가정, 사회단체에서는 이런 중년들의 특성과 그들이 직면하는 스트레스 상황을 이해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5. 중년의 위기감

중년기에 대한 견해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중년기를 사춘기와 같이 격동과 혼돈, 위기의 시기로 보는 견해로서 긴장과 갈등, 상실감의 시기로 인식합니다. 또 하나는 중년기를 안정되고 성숙한 시기로 보는 견해로서 일시적인 적응을 필요로 하는 전환기로 인식합니다. 중년기에는 지금까지 외부세계에 가졌던 관심이 내면의 세계로 향하고 육체적, 물질적 관심에서 종교적, 철학적, 직관적 관심으로 변화하면서 그동안 소홀히 했던 자신의 일부분을 수응하여 조화로운 성격을 발달시켜 나갑니다. 중년기를 '빈둥지 시기, 또는, 제2의 사춘기'라고 부릅니다. 이 시기에는 자녀의 독립이 시작되고 자녀양육의 역할이 감소되며 가족의 구조가 재조직화 되어 가는 과정에서 심리적 분리감을 겪게 되는데, 중년기 위기감이 가장 부각되는 문제입니다. 중년기는 외모의 변화, 자녀의 출가, 부모의 죽음, 직급의 변동 등 다양한 생활사건을 경험합니다. 이런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 우울해지고 노후나 건강에 대한 걱정, 불안정한 직장생활에 대한 염려와 성적 능력의 감퇴 등으로 인하여 더욱 위축이 됩니다. 이와 같이 ‘중년기 위기'란, "개인의 인생이 중반에 이르렀을 때 자신의 인생 목표와 우선순위, 그리고 목표 성취정도를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성격 내에서의 급진적인 변화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6. 중년의 자살생각

WHO는 자살을 고의적으로 자신을 살해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이러한 자살은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회의 현실을 담고 있는 사회적 현상으로 규정되면서 학문적 탐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자살행동(suicidality)이란 자살생각, 자살계획, 자살시도, 자살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연속적 개념입니다. 자살생각과 자살과의 직접적 관련성이 적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나 통상적으로 자살생각은 실제의 자살위험과 같은 것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서구에서 자살생각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자살행동을 이해하려는 움직임은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자살생각은 미래의 자해행위와 관련된 중요한 위험요인으로서 자살연구의 중요한 주제입니다. 자살생각이 반드시 자살행위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나중에 자살시도를 일으키는 한 가지 예측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살생각에 영향을 주는 관련변수를 연구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세대별 자살 사망자 수 및 자살 충동요인 통계들을 보면, 40대와 50대 자살 이유에서 경제생활 문제와 가정불화를 1, 2위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이것은 교회가 중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목회사역에 있어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를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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