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구 박사(전 총신대, 대신대 총장)

30여 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나는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 간 일이 있다. 잠시 그곳을 지나는 동안 오슬로 장로교회 목사님을 만나러 갔다. 사실 북유럽에서 장로교회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고, 주로 루터교가 대부분이었다. 나는 그곳의 장로교 목사님의 초대를 받은 것이다. 그는 이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나에게 오슬로를 여행하면 꼭 한 번 들러달라고 나를 초대한 것이다. 하도 오래되어서 그 목사님의 이름이 기억도 나질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는 한국 고아 여자아이를 입양해서 키우고 있어서, 유난히도 한국과 한국교회에 관심이 많아 서울을 자주 찾았었다.

나는 오슬로에서 그를 만나 그의 집에 초대되었다. 그의 거실에는 한국에 대한 온갖 기념품과 그림엽서와 작은 인형이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노르웨이식 성찬을 대접받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나에게는 뼈아픈 몇 마디 대화도 있었다. 그 중에도 그는 말하기를 “한국교회는 크게 부흥했고 성장했으며 성도들도 많고 해외선교도 많이 한다던데, 왜 고아들은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담당하지 않고, 우리가 입양해서 키워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했다. 나는 말문이 막혀 아무 대답을 못 했다.

1970년대 초에 화란 유학을 가면서 비행기 표 살 돈이 없어서 홀트양자회의 일일 도우미로 취직해서 고아 10여 명을 데리고 벨기에의 브라셀까지 데려다준 나로서는 한국교회의 목사로서 참으로 민망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점심을 먹은 후 그 목사님은 나에게 선물 줄 것이 있다면서 조그마한 보자기에 싼 것을 내게 가져왔다. 나는 무슨 진기한 보물을 주는 줄 알고 잔뜩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그 선물이란 굵고 투박한 무쇠로 만든 녹슨 바늘 하나였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목사님! 우리는 이 낚싯바늘로 고기를 잡아먹던 바이킹 족입니다. 우리는 해적이었고 도적놈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생명의 복음을 받고 새로운 문화민족, 새사람이 되었습니다.」라고 했다. 나는 지금도 그 「녹슨 무쇠 낚싯바늘」을 잘 간직하고, 가끔 부흥회 때나 청소년 특강 할 때 그것을 보여주고 시청각 교재로 쓰기도 한다.

결국 인간의 변화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뿐이며, 인간이 변해야 민족도 국가도 변한다는 진리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19세기 말 한국, 가난과 질병, 도적이 우글거리고, 희망이 없던 우리에게 선교사로부터 전해 받은 복음이 오늘의 한국을 만들었음을 고백하면서, 오슬로에서 선물로 받아온 「녹슨 무쇠 낚싯바늘」을 보고 있다.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