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목사의 CDN 성경연구】 (33) 충만(fullness)

 

NC. Cumberland University(Ph.D.), LA. Fuller Theological Seminary(D.Min.Cand.) , 총신대학교 일반대학원(Th.M.), 고려신학대학원(M.Div.), 고신대학교 신학과(B.A.), 고신대학교 외래교수(2004-2011년), 현)한국실천신학원 교수(4년제 대학기관), 현)총회신학교 서울캠퍼스 교수, 현)서울성서대학 교수 현)대광교회 담임목사(서울서부노회, 금천구

인생 전체를 놓고 볼 때 그 이상적인 목표는 그 사람의 수명을 다하여 ‘나이 많이 늙어’ 죽는 것이다. 옛날 주나라 무왕은 기자라는 현인에게 복이 무엇인지 물었다. 다섯 가지를 말하였다. 첫째는 장수, 둘째는 부유, 셋째는 강녕(康寧), 넷째는 유호덕(攸好德), 다섯째는 고종명(考終命)이다. 제 명대로 살다가 편히 죽는 것이다. 고종명이란 천수를 누리고 편안하게 죽는 것을 가리킨다. 말하자면 잘 죽는 것이 고종명이다. 평온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이른다. 고독사나 비명횡사가 아니라 익숙한 공간인 집에서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바람이 담겼다. 요즘 말로 ‘품위 있는 죽음’ 혹은 ‘웰다잉’이다.

고전적 그리스와 헬레니즘적 헬라어에서 충만에 해당하는 ‘πλήρωμα’(플레로마)는 채우거나 완성하는 것을 뜻한다. 한 군대의 충분한 힘을 말하기도 하였고, 한 척의 배의 전체 정원을 말하기도 하였다. 신약에 나타난 플로레마의 첫 번째 의미는 예를 들면 화물, 승무원, 사람 등을 비롯한 ‘채우는 것, 내용물’이다. 채우는 것이라는 개념은 ‘완전성, 다수, 전체, 완전한 분량, 절정, 무리들’ 등의 의미를 제공해 준다. 이 단어의 17가지 용례 중 오병이어와 칠병이어의 기적으로 여러 바구니를 채운 남은 떡조각을 의미한다(막 6:43; 8:20). 자연에서 파라오의 꿈속에서 풍년의 해는 건강하고 ‘무성한’ 곡식 일곱 단으로 그려져 있다(창 41:7). 가족의 차원에서는 화살이, 곧 자녀들이 그 전통에 ‘가득 찬’ 부모는 든든할 것이다(시 127:5). 농경 사회에서 풍요는 ‘백곡이 가득 찬’ 곳간을 가지는 것이었다(시 144:13). 가뭄이 잘 드는 땅에서 이상적인 것은 ‘강에 물이 가득하게 하시고 이같이 땅을 예비하신 후에 곡식을 주시는’(시 65:9)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1등을 하는 분야는 반도체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엔 날벼락이다. 반도체를 만드는 핵심 기술은 소재·장비·제조다. 한국은 이 중 제조 기술에 온 화력을 집중했다. 반도체의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거나 고급스러운 질만을 내는 데 사용되는 것이 불화수소이다. ‘쓰리 나인(99.9%)’이나 ‘포나인(99.99%)’급은 확보하더라도 ‘파이브 나인’(99.999%) 급의 고순도 불화수소는 대부분 일본이 공급한다. 1억분의 1(나노) 반도체 공정에선 고순도의 불화수소를 써야 수율(생산량 대비 결함 없는 제품 비율)이 높아지고, 제품 품질도 담보할 수 있다. 낮은 순도의 불화수소는 라인 가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충만이라고 하면 파이브 나인이 아닌 100% 이다.

 

1. 그리스도는 모든 것을 채우는 하나님의 충만이다

바울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유일한 중재자이신 그리스도가 신성의 충만을 구현하며, 나아가 그가 또한 그러한 충만을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게 부여해 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나님이 그리스도를 교회에 대해 만물 위의 머리로 그리고 만물 안에서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자, 즉 하나님의 충만으로 주신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다. 또한 교회는 그리스도의 충만이다. 그리스도가 아버지께로부터 받으시는 완전한 충만을 교회가 부단히 머리되시는 그리스도에게서 받고 있다. 교회가 완전히 충만해질 때까지 교회를 충만케 하신다. 신성의 충만이 그리스도 안에 거하고, 그래서 그 충만으로 교회가 끊임없이 공급을 받는다. 그리스도께서 우주를 충만케 하시는 과정 중에 있으며, 지금은 실제로 그리스도의 충만을 말할 수 있는 곳은 유일하게 교회다. 그리하여 교회는 그리스도의 왕적 임재와 우주 안에서 통치를 위한, 그리고 이것을 중보하는 초점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구약성경은 ‘충만’을 이해하는데 적절한 배경을 제공해준다. 충만에 해당하는 ‘μέλο’(멜로)이다. 시편 24:1에 ‘땅에 충만한 것’에서 쓰인다. 요한의 로고스 그리스도론과 상당히 유사성을 갖고 있다. 즉 그리스도 안에서 총체적인 하나님의 거룩한 속성이 거하고, 인간에게 계시되고 전달된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쉐키나로 나중에 언급된 그의 영광인 하나님의 임재가 성막과 성전을 채웠고, 하나님의 영과 하나님의 지혜가 각 개인들을 채웠다. 다시 말해서 ‘충만’은 하나님이 그의 임재와 능력을 느끼게 만드신 것을 가리킨다. 예레미야 23:24에서는 하나님이 하늘과 땅에 충만하신다고 말한다. 이사야 6:3과 시편 72:19에서는 하나님의 영광이 온 땅에 충만하신다고 말한다.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역동적인 임재에 대한 이런 주장들이 중요한 배경을 제공할 수 있으나, 이들은 실제로 충만에 해당하는 ‘플레로마’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충만의 주요한 개념은 ‘완전함’이다. 이 용어는 ‘전체’나 ‘충만한 수’(롬 11:25), ‘완성된 것’(롬 13:10) 또는 ‘채워진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신약성경에서 7번 나타난다. 여기서는 여러 가지로 풀이될 수 있다. 첫째, 이것은 그리스도로 채워지는 것을 뜻한다. 둘째, 그리스도에 의해 채워지는 것을 뜻한다. 셋째, 그리스도를 충만케 한다는 뜻이다. 그리스도가 없다면 교회, 즉 그의 백성들은 다만 불완전한 단편들로 남을 수밖에 없다. 즉 그들은 그리스도로부터 채워지므로써 하나의 공통된 삶을 공유할 수 있다. 그 공통의 삶 안에서 그들과 그리스도는 마치 머리와 몸이 그렇듯이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 주게 되는 것이다.

플레로마는 수동적인 의미다. 교회가 그리스도를 채우며 완성시킨다기보다는, 교회가 그리스도에 의해 충만하게 되며 혹은 완성된다. 그리스도는 신자들에 의해 채워지시는 존재라기보다는 오히려 그리스도가 신자들을 능동적으로 채우신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생명과 그의 속성과 능력으로 채워진다. 에베소서 3:19 기도의 일부다. “하나님의 모든 충만하신 것으로 너희에게 충만하게 하시기를 구하노라.”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하나님의 명령으로 예수님 안에 거하는 모든 충만(골 1:19)이다. 이는 곧 예수님 안에 구현된 신성의 충만을 말한다(골 2:9). 신적인 충만함을 지니고 있는 그리스도(골 1:18 이하)로부터 생명력이 교회에 흘러 들어간다. 따라서 교회는 그리스도의 능력있는 역사하심에 의해 충만케되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그의 충만함이다(3:19).

구약성경에서 하나님이 성전을 충만케 하셨던 반면에 이제 그는 그리스도를 충만케 하시고 나아가서 그리스도는 교회가 거룩한 충만을 공유할 수 있도록 그 자신을 충만케 하신다. 그 초점은 계시와 구원에서 하나님의 선물에 있다.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교회는 그분을 세상에 명백히 드러낸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스도가 자신으로 교회를 충만케 하여(골 3:16), 교회가 그분이 내리시는 은혜의 선물로 가득 채워질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교회는 그리스도로 충만하다. 그리스도는 우주를 완전하게 충만하게 하시는 분이다. 교회론적 관점과 우주론적 관점이 교회의 특별한 지위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나란히 놓여 있다.

 

2. 그리스도는 만물을 충만하게 한다

‘충만하게 하는’에 해당하는 ‘plhroumevnou’(플레루메누)는 ‘채우다, 충만하다’를 뜻하는 ‘plhrovw’(플레로오)의 중간태(fills)인가, 아니면 수동태(is being filled)인가. 둘 다 의미할 수 있다. 전자의 의미에서 만물 안에서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아버지의 충만이 그리스도 안에서 있는 것을 가리킨다. 즉 하나님이 자기 영광을 위해서 우주를 충만하게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후자의 의미에서 교회는 그리스도의 생명과 그의 속성과 능력으로 채워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간태(충만케 하는)이건, 수동태(채워지고 있는)이건간에, 충만이라는 말이 ‘몸’이란 말과 동격이라는 사실은 확실하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충만이다. 그리스도는 곧 하나님에 의해서 완전히 충만하게 된 존재다. 그리스도는 이미 하나님의 충만이다. 신성의 모든 것이 그 안에 거한다(골 1:19; 2:9). 3:19에서 바울은 “하나님의 모든 충만하신 것으로 너희에게 충만하게 하시기를 구하노라.”는 기도에서 말한다.

그리스도는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즉 모든 면에서 우주를 충만케 하시는 분이다. 에베소서 4:10에서 “내리셨던 그가 곧 모든 하늘 위에 오르신 자니 이는 만물을 충만하게 하려 하심이라”고 선언한다. 그리스도는 만물을 신적으로 지정한 목적, 즉 만물의 의미의 회복과 조화로 인도하면서 만물을 그의 주권적 통치로 충만케 하신다(1:10 참조). 플레로마는 그리스도를 지칭한다. 만물로 채워지는 자, 혹은 중간태로 하여, ‘우주를 만물로 채우는 자의 충만으로서 그리스도를 주셨다’는 말이다. ‘만물로 충만하는 자의 충만’, 곧 하나님의 충만이 바로 그리스도인 것이다(골 1:18). 그리스도가 자신의 몸의 지체들로 머리를 보완하고, 함께 완전한 그리스도를 형성하는 그리스도인들에 의해 충만하심을 받는다.

교회를 충만케 하시는 그리스도는 또한 우주를 충만하게 하신다. 따라서 교회는 ‘온갖 피조물을 충만케 하시는 자의 충만함’이다. 그리스도는 우주 안에 계시며 동시에 우주 위에 계시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분은 교회 안에 내재하시는 분이시며 또한 교회 위에 계신 분이다. 이같이 교회에서의 그리스도의 역할을 조화 있게 설명함으로써 지상에서 선교하고 있는 교회를 격려하고자 하였다.

플레로마를 이해하는 데 있어 골로새서 2:9-10의 ‘그리스도 안에 신성의 모든 충만이 육체로 거하시고 너희도 그 안에서 충만하여졌다’는 말씀과 평행은 유익하다. 골로새서와 에베소서에서 충만은 하나님과 그리스도에 대해 사용된다.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와 관련하여 삶으로써 충만해지고, 그들은 그리스도의 충만으로 인도된다. 그리스도가 아버지께로부터 받으시는 완전한 충만을 교회가 부단히 머리되시는 그리스도에게서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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