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꽉 깨물고 다짐하지 마세요

 

이원유 원장 - 연세이원유치과의원원장, 전 연세대 교수, 교정전문의, 워싱턴주립대 교정과 초빙교수, 켄터키대학 구강안면통증센터 초빙교수, 세계치과교정학회, 미국치과교정학회, 구강안면통증학회, 아시아 임플란트학회 회원, 아시아 두개안면장애학회 회원, 대한치과교정학회 정회원, 대한치과이식임플란트학회 회원

아주 친한 친구와는 마음속 깊은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우리와 우리 인체는 떼어 놓을 수 없는 일심동체이니 더할 나위 없다. 우리 머리, 즉 뇌와 신체는 끊임없이 상호 교감과 신호로 주고받고 있다. 뇌에서 기쁨을 느끼면 감정을 표현하는 얼굴 근육이 저절로 움직인다.

그러면 우리 뇌와 치아는 어떤 관계에 있을까?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하게 되면 얼굴의 표정 근육은 굳어진다. 특히 음식을 씹는 근육은 표정 근육으로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주인공이 이를 뿌드득 소리 나게 갈거나 어금니를 꽉 깨물면 주인공이 어떤 상황에 부닥쳐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바로 스트레스가 매우 심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만약 심한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얼굴 표정근도 피로가 누적되어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얼굴 표정근의 통증은 턱과 얼굴 통증, 그리고 두통을 일으킨다.

예전에 부모님들은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입 벌리고 있으면, 즉 ‘위아래 입술을 닿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가르치셨다. 입을 벌리고 있으면 정신을 집중하지 않고, 넋이 빠진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으라고 하신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입 벌리면 안 된다’라는 생각에 입을 꼭 다물게 되면, 성인이 된 후에도 꼭 다물어 두통, 얼굴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자주 보게 된다.

구강 발육 면에서 보면, 어릴 때부터 입을 벌리는 습관이 있으면 호흡할 때 입으로 하게 되는 데, 이것을 구호흡이라고 한다. 구호흡이 습관이 되면, 턱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래턱이 아래쪽으로 길게 성장하여 길쭉한 얼굴이 되며, 앞니가 서로 물리지 않는 개교(open bite)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호흡이 코로 들락거리지 못하므로, 코의 발육이 늦어져 코와 주위 골, 즉 안면의 중앙부가 발육이 지연되어, 약간 꺼져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타고날 때부터 위아래 입술이 잘 안 다물어지는 경우가 있다. 돌출 입이거나 인중이 짧은 경우이다. 앞니가 너무 돌출되어있으면 위아래 입술이 닿지 않고 벌어지게 된다. 이런 경우, 만약 입술을 다물려고 입술에 힘을 주면 자연스럽게 이를 다물게 된다. 억지로 입술을 다물게 되면 어떻게 될까?

입술과 이를 억지로 다무는 습관이 배 이게 되면, 이 악물기 버릇이 된다. 입술을 다무는 습관은 어렸을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으나, 성장 중이거나 성인이 된 후에도 이 악물게 되면 이는 문제가 된다. 또한, 이 악무는 습관은 밤에 이갈이로 연결될 수 있다. 낮에 의식상태의 악무는 버릇은 밤에 무의식 상태에서 저절로 일어난다.

또한 입을 다물면 입술 주위 근육이 과잉 발육하는데, 특히 아래 입술 아래 골프공만 한 올록볼록한 턱 끝 근육의 과잉 발육이 나타난다. 이 근육은 보통 입을 벌리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거울을 보더라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입 다물기 즉, 이 악물기, 이갈이가 해로운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치아 파손이다. 치아 파손은 임플란트나 보철의 파손도 의미하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치료를 해도 계속 망가진다. 결국, 계속 치료해도 망가지면 발치하는 수밖에 없게 된다.

100세 시대에서 치아의 존재는 건강과 매우 밀접하다. 노년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식사하는 것인데, 식사를 못 하면 건강을 지킬 수 없다. 씹을 치아가 없으면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다. 그래서 우리 속담에 ‘치아는 오복 중의 하나’, ‘앞니의 틈이 벌어지면 복이 새어 나간다’라는 말이 있다. 치아의 중요성을 간파한 말이다.

두 번째, 턱의 씹는 근육이 비대해지고, 피로가 쌓여 턱 얼굴 통증이 생긴다. 안면 통증은 턱과 두통으로 나타나며, 목, 어깨 통증과 연관되어, 결국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씹는 근육 중 관자놀이 부분의 근육, 즉 ‘측두근’에 통증이 생기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두통’이 생긴다. 씹는 근육은 얼굴 표정근이기 때문에 스트레스와 감정에 매우 민감하다. 그러므로 스트레스가 많으면 얼굴이 굳어지듯이 측두근이 경직되면서 두통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원인이 스트레스라면 스트레스를 없애야 한다. 하지만 사람이 어떻게 스트레스 없이 살 수 있는가? 치아에 입장에 보면 억울한 면이 있다. 주인이 자기를 꽉 물어 일어난 일이니 치아로선 억울한 것이다. ‘내 청춘을 돌려다오’라고 따질 만하다. 그 옛날 청춘의 하얀 치아, 고운 치아가 그리워지면 치아는 생각한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바로 주인인데 내가 왜 깨지는가? ‘뇌가 문제구나’ 치아는 주인에게 말한다. ‘당신의 뇌가 속일지라도 절대 깨물지 마세요’

 

압구정역에서 가까운 <연세이원유치과> 이원유 원장(소망교회 장로)의 치료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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