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살되 세상 너머 하늘의 복

 

이원유 원장 - 연세이원유치과의원원장, 전 연세대 교수, 교정전문의, 워싱턴주립대 교정과 초빙교수, 켄터키대학 구강안면통증센터 초빙교수, 세계치과교정학회, 미국치과교정학회, 구강안면통증학회, 아시아 임플란트학회 회원, 아시아 두개안면장애학회 회원, 대한치과교정학회 정회원, 대한치과이식임플란트학회 회원

새해가 되면 만나는 사람에게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말 중 하나도 복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부터 오복(五福)을 갖춘다고 한다.

중국의 서경(書經)에서 나오는 오복(五福)은 ‘장수(長壽), 풍족함(富), 건강함(康寧), 후덕(함攸好德), 천명을 다하고 죽음(考終命)’을 말한다. 그런데 민간에서는 귀하게 되는 것과 자손이 많은 것을 오복에 넣기도 한다. 또한 속담에는 사람의 치아가 오복에 든다고도 하는 데 치아가 좋아야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의미라고 본다.

복(福)자를 분석하면 신에게 바친다는 示, 하나 一, 사람을 뜻하는 口, 밭 田으로 구성되어있다. 신에게 기도해서 밭에서 나는 양식으로 편안하게 산다는 뜻이다. 이렇듯 동양의 철학과 유교적 관점이 반영된 오복의 관념은 물질과 육체의 축복, 마음의 평화인 현실적인 복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념은 근대에 이르러 무슨 수를 써서라도 출세하여 편안한 삶을 사는 것으로 잘못 이해되어, 어릴 때부터 관료가 되어 출세하여 권세를 누리는 것이 가문의 경사라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하였다.

서양은 복을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신약성경에 나타난 예수의 산상수훈 중 팔복은 동양의 오복과 많이 다르다. 마태복음 5장 2절~12절 "1.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2. 애통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3.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4.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 5.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이요 6.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7.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 8. 나로 말미암아 너희를 욕하고 박해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슬러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큼이라 너의 전에 있던 선지자들도 이같이 박해하였느니라."

산상수훈의 팔복은 ‘편안하게 덕을 끼치며 살다가 천명을 다하는 오복’과 다른 뉘앙스를 갖고 있다. 팔복은 결코 현실의 풍족하고 편한 삶을 말하지 않고 오히려 심령이 가난하고, 애통하며 핍박받는 사람들을 복이 있다고 한다. 현실의 편안한 삶보다는 영원한 하늘의 상이 복이라고 하는 것은 매우 역설적인 비유이다. 팔복은 ‘세상에 살되 세상에 속하지 않고 하늘에 속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구약성경의 창세기 12장 1절~3절에서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나타나 이렇게 축복한다.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 하신지라”

아브라함에게는 하나님의 지시대로 갈 바를 알지 못하고 고향을 떠나 약속을 땅으로 갈 때, 복이 된다. 너 자체가 복이라는 것이다. 복 있는 사람은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고 묵상하며, 시냇가에 심은 나무처럼 철을 따라 열매 맺으며 하는 모든 일이 형통하게 되는 사람이다. 우리의 존재가 복이면 우리 사회는 얼마나 복되게 될 것인가? 나로 인해 주변과 가정과 사회가 복을 받으면 좋겠다. 2020년을 시작하는 모든 분들과 같이 복 있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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