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설날(2020. 1. 25)이 왔습니다. '설'은 새해의 시작으로서 묵은해를 정리하여 떨쳐버리고 새로운 계획과 다짐으로 새 출발을 하는 첫날입니다.

이 '설'은 순수 우리말로서 '설다. 낯설다'의 '설'이라는 어근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새해를 시작하는 첫날은 시간적․정신적․문화적으로 낯'설은 날'로 생각되었고, '설은 날'이 '설날'로 정착되었습니다.

곧 묵은해에서 분리되어 새해로 통합되어 가는 전이과정에 있는 다소 익숙하지 못하고 낯 설은 날이라는 뜻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이 쓴 세시기(歲時記)에서 '설'을 '신일'(愼日)이라 하여 '삼가고 조심하는 날'로 기술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날, 곧 시간의 본질은 몰랐으나, 그 현상은 잘 파악하였습니다. 마치 어거스틴의 말처럼 "우리의 날들은 오자마자 지나가고 있습니다. 한 번 지나가버린 과거는 다시 회복할 수 없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지나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아직 오지 않았을 때는 우리는 그것을 소유하지 못하고, 이미 왔을 때는 우리는 그것을 붙잡고 있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시간의 무상성은 인간이 하나님께 범죄하여 시간의 창조자시오 시간의 원천자이신 하나님으로부터 분리되었기 때문에 생긴 현상입니다. 이러한 실낙원의 시간은 분열과 분화, 대립, 생성소멸, 죄와 죽음의 시간이 된 것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실낙원의 시간 속에서 "삼가고 조심하는 날"로 생각하고 설날을 맞이했으나, 그들에게는 하나님의 계시가 주어지지 않았으므로 구속의 시간을 몰랐습니다. 하나님의 계시는 유대인에게만 주어졌습니다.

창세기는 실낙원의 시간을 말하면서 동시에 시간의 구속적 성격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창세기 3장 15절에는 "여자의 후손인 예수 그리스도"가 뱀의 후손인 사탄에게 결정적으로 승리할 것이라는 약속이 주어져 있습니다. 시간의 구속자로서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시간(역사) 속에 들어오시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구원은 죄악에 대한 심판을 통해서만 다가옵니다."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막 1:15)고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임덕규 목사(충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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