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청사진이 RNA가 아니라 DNA로 구성된 이유'가 마침내 해명

▶ 새로운 연구결과에 의하면, "(DNA의 나이든 사촌인) RNA가 변화를 흡수하려고 할 때는 두 토막이 나는 반면, DNA는 스스로 자신을 일그러뜨려 형태를 바꿈으로써 어떤 화학적 손상도 보상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연구로 인해, '생명의 청사진이 RNA가 아니라 DNA로 구성된 이유'가 마침내 해명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연구로 인해 생물학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판이다.(역자 주)

"이중나선구조와 같이 핵심적인 것에 대해, 이러한 기본적 속성이 뒤늦게 밝혀진 건 놀라운 일이다. 우리는 이 같은 기초적 생명분자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 계속 정진해야 한다"라고 듀크 의대의 하심 알-하시미 박사는 말했다. 새로운 연구결과에 의하면, "(DNA의 나이든 사촌인) RNA가 변화를 흡수하려고 할 때는 두 토막이 나는 반면, DNA는 스스로 자신을 일그러뜨려 형태를 바꿈으로써 어떤 화학적 손상도 보상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연구로 인해, '생명의 청사진이 RNA가 아니라 DNA로 구성된 이유'가 마침내 해명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연구로 인해 생물학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판이다.

1953년, 왓슨과 크릭은 세계 최초로 DNA의 이중나선구조 모델을 발표하고, A와 T, G와 C가 어떻게 서로 들어맞는지를 예측했다. 지금쯤 당신은 그 형성과정에 매우 익숙할 것이다. 두 개의 DNA 가닥이 염기쌍의 결합을 통해 연결되어 사다리 단(ladder rung)을 형성하고, 이것이 뒤틀린 DNA 사다리를 지탱하는 과정 말이다.

과학자들은 '염기쌍들이 왓슨과 크릭이 예측한 방식으로 결합한다'는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애썼고, 그것을 소위 왓슨-크릭 염기쌍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1959년 생화학자인 카르스트 후그스틴은 또 하나의 A-T 염기쌍 그림을 그리는 데 성공했다. 그것은 약간 더 뒤틀린 기하학적 모양으로, 하나의 염기가 다른 염기에 대해 180도 회전한 형태다. 그 이후로, 과학자들은 DNA의 이미지에서 왓슨-크릭 염기쌍과 후그스틴 염기쌍을 동시에 관찰해 왔다.

ⓒ Wikipedia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알-하시미가 이끄는 듀크 의대의 연구진은 지금껏 전혀 보지 못했던 뭔가를 발견했다. 내용인즉, DNA 염기쌍이 왓슨-크릭 결합형태와 후그스틴 결합형태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왔다갔다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DNA 구조에 완전히 다른 차원과 다른 수준의 유연성을 덧붙였다.

그때의 발견 내용은 이랬다: "DNA의 어떤 부위에 단백질 결합이 있거나 염기에 화학손상이 있을 경우, DNA는 후그스틴결합을 사용한다. 그러다가 손상이 수리되거나 단백질이 방출되고 나면, DNA는 다시 왓슨-크릭 결합으로 복귀한다.

5년 전의 발견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것이었지만, 이제 알-하시미가 이끄는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RNA는 그런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이는 과학자들이 수년간 궁금하게 여겨왔던 문제를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문제란 "DNA는 생명의 청사진을 형성할 수 있는데, RNA는 왜 안 되나?"라는 것이었다.

그 문제에 대한 답변은 이렇다. "DNA는 화학적 손상을 흡수하여 그것을 해결하는 데 적당한 반면, RNA는 너무 뻣뻣해서 손상을 흡수하려다가 망가지고 만다." 그렇다면, 유전정보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데 적절한 구조는 RNA가 아니라 DNA라는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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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의 경우, 이 같은 변형은 일종의 손상이며, 그것은 염기를 뒤집어서 후그스틴 염기쌍을 형성함으로써 쉽게 흡수할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RNA의 경우에는 동일한 변형이 이중나선구조를 심각하게 파괴한다"라고 이번 논문의 공저자 중 한 명인 주휘칭 박사는 말했다. "이번 연구는 '유전정보의 두 전달자(DNA와 RNA)의 차이점'에 대한 교과서 내용을 바꿀 것이다"라고 듀크 대학교의 보도자료는 언급했다(http://today.duke.edu/2016/08/dynamicdna).

알-하시미가 이끄는 연구진은 RNA와 DNA를 이용하여 이중나선 구조를 만들어 봄으로써 이상과 같은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고급 영상화 기법을 이용하여 염기쌍의 결합을 관찰했다. 관찰 결과, DNA 염기의 약 1%가 언제나 후그스틴 염기쌍으로 변하지만, RNA의 경우에는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연구진은 모든 조건 하에서 RNA 이중나선 구조를 테스트해 봤지만, 그중에서 후그스틴 염기쌍으로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RNA를 강제로 후그스틴 염기쌍으로 만들어 봤더니, RNA 가닥은 곧 망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RNA 이중나선 구조가 DNA 이중나선 구조보다 더 빽빽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염기가 방향을 바꾸려면 다른 염기를 건드리거나 원자들을 이동시켜, 전체 구조가 갈가리 찢어진다"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간단하고 아름다운 DNA 이중나선 구조에는 놀랄 만큼 복잡한 구조가 숨어 있고, 완전히 새로운 층(layer)과 차원(dimension)이 존재하지만, 우리는 지금껏 마땅한 도구가 없어서 그것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라고 알-하시미는 말했다. “'DNA가 RNA를 제치고 생명의 청사진이 된 것은, DNA가 매우 유연하기 때문이다'라는 가설을 검증하려면, 좀 더 많은 후속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결과가 검증된다면, 지구상의 생명체들이 DNA 이중나선 구조를 보유하는 쪽으로 진화한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왓슨과 크릭이 DNA 나선구조를 발견한 지 60여 년이 지났지만, '우리를 오늘날의 모습으로 만들어준 분자'에서 아직도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니, 참으로 멋진 일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8월 1일 《Nature Structural & Molecular Biology》에 실렸다.

※ 출처: http://www.sciencemag.org/news/2016/08/common-technique-prevent-premature-birth-could-actually-cause-it

※ 원문정보:
1. Huiqing Zhou, Hashim M. Al-Hashimi et al., "m1A and m1G Potently Disrupt A-RNA Structure Due to the Intrinsic Instability of Hoogsteen Base Pairs,” Nature Structural and Molecular Biology, Aug. 1, 2016 (http://www.nature.com/nsmb/journal/vaop/ncurrent/full/nsmb.3270.html)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풍부한 인생경험을 살려 의약학, 생명과학, 경영경제, 스포츠,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번역 출간했다. 매주 Nature와 Science에 실리는 특집기사 중에서 바이오와 의약학에 관한 것들을 엄선하여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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