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을 하지 않는 그리스도인은 무장하지 않은 군인, 연장 없는 직공과 같다.” 이것은 17세기 청교도 토머스 왓슨(Thomas Watson, 1620~1686)이 남긴 말이다. 그에 따르면, 그리스도인을 만드는 것은 묵상이다. 『창세기로 예배하다』는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모세오경의 첫 번째 책인 <창세기>를 묵상한 책이다.
첫째, 저자는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방식으로 <창세기>를 묵상한다. ‘렉시오 디비나’는 교회의 오랜 전통인 ‘거룩한 독서’ 방식이다.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먼저 집중해서 읽고(Lectio), 깊이 묵상한다(meditato). 묵상은 삶의 자리와 연결되며,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있기에 삶의 문제와 대면하게 한다. 우리를 기도의 세계로 인도하며(oratio), 말씀에서 출발한 기도는 진리의 세계로 이끈다. 하나님과 만나는 기회를 줄 것이며, 그 경험은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고 머무는 시간으로 인도한다(contemplato), 마지막으로 거룩한 독서는 신행으로 이끌 것이다(actio).
저자에 따르면, 이 ‘묵상’ 방식을 통해 “우리는 특정한 장소를 넘어 삶의 현장에서 진리와 영으로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다.” 이러한 깨달음을 바탕에 깔고 이 책에서 저자는 <창세기>의 메시지를 곰곰이 묵상하고 세밀하게 탐색하고 실천적으로 적용한다. 『창세기로 예배하다』에서 독자는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방식으로 성경을 묵상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둘째, 『창세기로 예배하다』는 창세기의 사건과 인물들을 새로운 지평에서 바라보게 한다. 이 책은 무엇보다 먼저 예배를 위한 목적으로 쓰였다. 구약의 신학적인 주석과 주해를 기본으로 했지만 어려운 신학적 용어를 탈피하고 일상적인 용어를 사용했다. 이 책은 ‘모세오경 1’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앞으로 발간될 모세오경의 나머지 책들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창세기>는 ‘세상을 만드신 하나님’을 선포하며 시작한다. 하나님의 “좋았다”는 끝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어가야 할 창조 사역이다. 하나님의 일꾼(agent)인 우리는 하나님 사역을 계승하여 더 좋은 세상, 아름다운 세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하나님의 창조가 여러 측면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저마다 가치 있게 만드신 세상이다. 다양한 세상에서 우리는 서로를 인정하면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 이것이 세상을 다양하게 만드신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또한 하나님은 인간이 혼자가 아니라 어울려 살아가는 존재로 만드셨다. 서로 돕고 의지하는 관계일 때 인간은 인간다워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 하나님은 남자와 여자를 만드셔시 인간의 기초적인 관계를 시작하셨다... 서로 다르면서 조화롭다는 것은 인생에 풍요로움을 더한다. 하나님이 우리를 서로 다르게 만드신 것은 삶에 긴장과 갈등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여유롭고 느긋하게 살아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22쪽)
『창세기로 예배하다』는 아브라함과 이삭, 그리고 야곱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들의 믿음과 삶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심도 있게 묵상한다. 뿐만 아니라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방식으로 본문을 음미하고 되새김질 하도록 인도한다. 더 나아가 묵상을 통해 기도와 하나님을 바라봄과 신행(信行)의 실천까지 이르도록 돕고 있다. 저자가 독자를 이끄는 방식은 구름 위에서 올라오라고 부르는 ‘지시’나 ‘훈계’가 아니다. 독자의 손을 잡고 동행하는 방식이다. 지치면 등을 밀어주면서 격려하는 방식으로 독자를 말씀의 향연으로 초대한다.
셋째, 독자는 저자가 전해주는 독특한 향미의 성경 해석을 맛볼 수 있다. 저자는 전에 맛보지 못한 성경의 향취를 경험하게 한다. 동시에 말씀이 삶의 현장에서 육화(肉化)되어야함을 거듭 강조하고 도전한다.
저자는 ‘선악과’라는 난제를 다루면서, ‘선악과나무의 의미는 멈춤’이라고 놀라운 통찰을 보여준다. “모든 행위가 멈춤 없이 가능하면 그 행위는 결국 우리를 파괴하고 죽음으로 이끌고 만다. 오늘 삶의 위기는 바로 선악과나무 앞에서 멈추지 않기에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 에덴은 우리에게 “여기까지!”라는 멈춤의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신앙은 멈추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가 멈춤의 가치를 올바르게 실현할 때 진정한 생명나무의 열매를 즐길 수 있다... 멈춤은 우리에게 쉬지 말고 기도하고,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다. 멈춤은 우리에게 또 다른 삶의 방법과 세계를 만나게 한 것이다.”(30쪽) 저자의 통찰은 신선하고 의미심장하다.
저자는 이삭을 ‘평화의 사람’이라고 부른다. 이삭이 우물을 파고 정착하여 가축들을 사육하면 주민들은 우물을 막고 흙으로 메워버렸다. 이삭은 수차례 분쟁에 휘말렸다. “그는 떠돌이로 살다 정착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억울한 일을 많이 당했다. 이삭은 이민자로 살아가는 이들의 조상으로 불릴 만한 인물일지도 모른다. 조국을 떠나 먼 이국땅에서 온갖 어려움을 딛고 성공한 한국 이민자들에게 좋은 모범이 이삭이 아닐까. 이삭이 지역 주민들과의 싸움을 어떻게 대처했는지 살펴보는 것은 이민자로서 지혜로운 삶을 위한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138쪽) 이삭의 경험을 한국 이민자들에게 적용하는 저자의 시각은 참신하다.
“이삭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항변하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이 몰러와시 싸움을 걸어도 맞서 싸우지 않았다. 이러한 이삭의 행동은 좋은 열매를 맺는다. 세 차례나 양보 끝에 마침내 이삭은 평온을 되찾았다. 싸워서 이긴 평온이 아니다. 온화한 행동으로 되찾은 평온이었기에 그것은 진실 되고 값진 것이었다. 아무도 더는 시비를 걸지 않았다. 우리의 삶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성서의 기록이 아닐까. 결국 온유함이 땅을 차지한다는 주님의 가르침을 생각나게 하는 이삭의 일생이다.”(138-139쪽)
앞서 설명한바와 같이 『창세기로 예배하다』는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방식으로 <창세기>를 묵상한다. 저자를 가이드 삼아 떠나는 그 여정은 신뢰할만하고 유익하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소중한 선물들이 반짝거리며 곳곳에서 독자를 기다리는 책이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무엇보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서 성장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독자 자신의 영적 지평이 넓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리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왕 같은 제사장으로서 ‘세상’이라는 현실 가운데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는 법을 깨우치게 될 것이다. 성경 본문에 관한 깊은 묵상과 균형 있는 본문 이해 그리고 신학적 통찰이 잘 버무려진 이 책은 ‘현대적 고전’의 위치에 오를만한 양서다. 창세기를 배우고자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손 가까이 두고 천천히 음미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