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목사]제가 그런 게 아니에요. 우리 남편이 몰래 선악과를 따먹어요.”

  • 입력 2025.11.21 09:05
  • 수정 2025.11.2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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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남편을 뚱뚱하게 만들었느냐고“

매주 수요일 오전, 본푸른교회에서는 TBMC(12광주리비즈니스미션공동체) 사역예배가 열린다. 일부 목회자와 사업가들이 함께 모여, 일터를 단순한 ‘밥벌이’가 아닌 하나님이 주신 콜링(CALLING)의 자리로 세우는 시간이다. 소문자 calling은 단순한 직업이지만, 대문자 Calling은 하늘이 맡기신 소명. 천직이다. 우리는 그 소명을 회복하기 위해 모인다.

금주 2부 순서에는 한의사이자 사업가인 이우재 대표가 회사를 소개했다. 이 대표는 유튜브 금단미인을 운영하며, 한방 차, 건기류, 화장품을 개발 판매한다. 이 대표는 다이어트에 관한 책도 쓰고 많은 임상을 통해 다이어트 성공비결을 알려주었다. 자연스럽게 모두의 관심을 끄는 이야기-다이어트 비결-를 나누었다.

이 대표는 “아침에 밥을 든든히 먹으면 절대 다이어트가 안 됩니다. 빵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복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아내_김경자 목사, 더 힐 피부과 마포 공덕점
아내_김경자 목사, 더 힐 피부과 마포 공덕점

사회자로 앉아 있던 나는, 그 말을 듣고 슬며시 고백을 꺼냈다.

“사실… 제가 체중이 좀 나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때는 날씬했다. 그러나 결혼 후, 우리 아내에게는 철칙이 하나 있다.

‘남편 아침밥은 아내의 사명인줄 알고 반드시 밥을 먹인다.’

아침 경건회를 마치고 글을 쓰다 지쳐 잠시 눈을 붙이면, 아내는 살그머니 밥을 가져와 내 입에 넣는다. 때로는 잠결에 씹으며 먹는다. 한 시간 뒤에 일어나면 몸은 무거워지고 얼굴은 붓는다. 그렇게 쌓이고 쌓여 지금의 ‘풍성한 체형’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예배가 끝난 뒤 아내가 말하기를, 처음 방문한 한 여자 목사님이 아내를 붙잡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왜 남편을 뚱뚱하게 만들었어요? 본인만 예쁘고 날씬하면 됩니까?”

아내는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제가 그런 게 아니에요. 우리 남편이 몰래 선악과를 따먹어요.”

노 목사님은 그 말을 듣고 호탕하게 웃으셨다고 한다.

이 짧은 대화 속에 문득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창세기 3장에서 하나님이 아담에게 물으신다. “네가 먹지 말라 한 그 열매를 먹었느냐?” 아담은 대답한다.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그 여자가… 그 여자가 주어서 먹었습니다.”

책임을 피하고 싶은 인간의 모습은 시대를 초월한다.

누가 먹였느냐를 따지기보다 중요한 건, ‘나는 무엇을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는가?’이다.

잠언은 말한다. “사람은 입의 열매로 말미암아 배부르게 된다”(잠 18:20). 결국 우리의 삶은 ‘입에 넣는 것’보다 ‘입에서 나오는 것’, 즉 말과 태도와 선택이 만들어간다.

그리고 전도자는 말한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니…”(전 3:4). 살다 보면 찌는 때가 있고, 빼야 할 때가 있다. 중요한 것은 때를 따라 지혜롭게 살아가는 일이다.

남편의 살은 아내의 사랑이고, 아내의 해명은 유머와 지혜였다.

어쩌면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날씬한 몸보다 풍성한 관계, 칼로리 계산보다 사랑의 무게, 다이어트보다 지혜로운 웃음일지도 모른다.

선악과는 몰래 따먹어도, 은혜는 함께 나누어야 한다.

최원영 목사, 본푸른교회, 본헤럴드&TBMC 대표, 서울신대 신학박사
최원영 목사, 본푸른교회, 본헤럴드&TBMC 대표, 서울신대 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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