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초 어느 여름 날 뉴욕에 있는 피어슨 백화점으로 할머니 한 분이 타이어 하나를 들고 힘겹게 고객센터로 들어온다. 이를 본 점원은 그 타이어를 받아들고 할머니의 땀을 닦아주며 영수증을 건네 달라고 말한다. 금액을 확인한 직원은 타이어 값을 환불해 주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자 직원은 서둘러 타이어를 들고 근처에 있는 다른 유통업체로 찾아가 할머니가 들고 온 타이어를 환불받아 왔다. 사실, 피어슨 백화점에서는 타이어를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뒤 그 할머니가 헐레벌떡 백화점 고객센터로 들어선다. 집에 돌아가 생각해 보니 이 백화점에서 타이어를 산 것이 아닌 것을 알고 달려 온 것이다. “할머니가 너무 힘들 것 같아 대신 자기가 환불을 받아온 것”이라고 자초지종을 설명한 직원의 말을 들은 할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그 직원을 안아주며 몇 번이고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며칠 후 이 이야기는 신문에 실렸고 미국 전역으로 소문은 퍼져나갔다. 곧이어 방송에서 앞다퉈 그 서비스 센터 직원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고 격려 전화로 백화점 통신 수단은 마비되고 말았다. 당시 3류 백화점에 불과했던 피어슨 백화점은 몰려든 고객들로 장사진을 치러야 했다. 1년 후 피어슨 백화점은 최고 백화점으로 급상승했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1971년 여름,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금과 달러의 교환을 정지하는 조치를 발표하자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경제질서는 대혼란에 빠졌다. 금본위제를 폐지한 닉슨쇼크를 겪으며 미 국민들은 높은 실업률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정신은 피폐해졌고 지쳐있었다. 암울한 사회적분위기 속에서 피어슨 백화점의 미담은 신선한 감동으로 미국 전역을 적셨다. 이때를 기점으로 유통업기업들은 물론 제조업 그룹사들도 고객감동 경영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백화점들이나 은행 등 서비스 업체들이 앞다퉈 실시했던 고객감동경영도 이 스토리에서 전파된 것이다.
이 이야기는 필자가 기업이나 컨퍼런스에서 강연을 할 때 몇 번 인용한 사례이기도 하다. 급변하는 신산업의 패러다임에서 회사나 자영업자들도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서비스로 차별화된 경영전략을 세우고 있다. 울림 없는 행위와 표현은 어떤 목적을 염두에 두고 행해지는 수단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지금도 기업들은 경쟁하듯 감동경영을 주입식으로 교육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백화점이나 호텔에 가면 90도로 숙여 인사하고 고객에게 무조건 예스를 강조하는 보여주기 식 서비스 행태가 오히려 고객들에게 부담을 주기도 한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크게 놀란 문화도 지나친 친절서비스라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많은 기업의 경영진을 만나면서 느끼는 것은 경쟁력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신기술로 오직 하나뿐인 혁신제품을 개발했기에 쉽게 성공할 수 있다는 착각이다. 개인 사업을 준비하는 사업가들도 마찬가지다. 차별화된 인테리어를 꾸미고, 색다른 아이템을 만드는데 집중하는가 하면 경쟁 상대를 어떻게 해야 이기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에 골몰한다. 보다 크고, 화려한 디자인으로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다. 소비자에 대한 배려와 마음을 움직이는데는 정작 소홀히 하는 부분들을 볼 수 있다.
진정한 혁신이란 일상 속에서 불편함을 개선하고 익숙한 제품들을 보다 저렴하고 편리하게 개선시키는 것이 실속 있는 혁신이라 할 수 있다. 세상에서 본 적 없는 파괴적인 신제품과 서비스로 기존의 질서를 바꾸려면 거대한 자본과 인력이 갖춰져 있을 때 가능하다. 필자는 좁게 잡아 보편적인 기업이나 소상공인의 관점에서 말하는 것이다. 최근 기업들의 광고를 보면 특정한 제품을 선전하는 것에서 벗어나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홍보를 많이 하고 있다. 기업의 경영철학을 고취시키고 고객들의 마음에 다가간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가끔 감동의 스토리를 언론을 통해 들으며 이 세상은 이런 사람들로 인해 아름다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많은 대중에게 심금을 울리는 스토리는 어떤 목적을 두고 행해지는 혁신이나 서비스와는 완전히 다르다. 평소 근무지에서 또는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자연스런 휴머니즘적 행위들이다. 근무지에서 또는 퇴근길에서 우연히 실행하는 박애정신의 행동들은 그 기업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한다. 인관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갖고 공감하며 사소한 진심이 통했을 때 좋은 인연은 성장하는 것이리라.
●블루애플자산운용주식회사
●블루애플리츠펀드운용주식회사 CEO & 투자총책임자
●M&A전문가(기업인수합병 및 평가)
●한국문인협회 회원, 작가,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