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간은 주님의 십자가 고난을 기억하며 지내는 고난주간이다. 예년 같았으면 지난 2월 26일(재의 수요일)에 시작되어 4월 9일(목요일)에 끝나는 사순절에 대해 기독교 채널의 방송과 기독교계 신문에서 강조했을 것이지만, 코로나의 여파로 잠잠하게 지나간 것 같다. 사순절의 의미가 40일 동안 주님의 십자가의 고난을 새기며 지내는 데 의미를 둔 기간으로 삼았었다면 여느 때보다 금년은 고통 중에서 지낸 40일의 기간이었다.

우리가 속해 있는 교단(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은 사순절을 지키지 않는다. 제83회 총회(1998년)에서 사순절이 비성경적이므로 사순절을 지키지 말 것을 결의한바 있다. 신약의 가장 큰 절기는 성탄절과 부활절이다. 그리고 매주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주일이 가장 중요한 절기다. 이미 성도들은 매주일, 매일, 매시간, 주님의 고난과 부활을 묵상하며 살고 있다. 종교개혁자들은 의미 없이 전통적으로 지켜오던 절기를 폐한지 오래다. 존 칼빈은 그의 저서 ‘기독교 강요’에서 미신적 의미로 지키고 있는 사순절의 폐해를 지적하고 있다. 카톨릭과 성공회에만 남아있는 사순절을 최근에 개신교에서 지키겠다고 하는 것은 ‘말씀과 성례’만을 은혜의 방편으로 삼는 개혁교회에서 의식적 성례전으로 회귀하는 기현상 중의 하나다.

1522년 사순절 기간에 종교개혁자 츠빙글리와 몇몇 사람이 모여 ‘스위스 취리히에서 소시지를 먹은 사건’이 있었다. 로마 가톨릭에서는 사순절 기간에 육식을 금하는 전통이 있었는데 돼지고기로 만든 소시지를 사순절 기간에 먹은 것이 전통을 어기는 것으로 여겨 논쟁이 벌어졌다. 로마 가톨릭은 사순절 금식에 관한 규례를 어긴 사람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취리히 그로스 뮌스트 교회의 목회자 츠빙글리는 ‘먹거리의 자유에 관하여’라는 책을 통해 사순절에 육식을 금하는 것은 성경적 근거가 없으며 하나님이 주신 음식은 무엇이든 먹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사순절 소시지 사건’이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자세히 살펴보아 하나님의 말씀의 권위 외에 어떤 것도 경건의 이익의 재료로 삼지 말아야한다.

임동헌 목사(첨단교회)
임동헌 목사(첨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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