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 주말 저녁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우리가족 세 식구가 특별 외식을 한다. 우리 동네 박사마을에 백록관이란 중국집이 있든데, 짜장면과 짬뽕요리가 아주 일품이어서 그 곳이 우리 단골식당이다. 우리 세 식구는 우리 내외와 내게 양자로 온 여동생 아들 '주영'이다.

나와 곧 잘 티격태격해도 '마누라' 만한 지기지우(知己知友)가 어디 있을까? 음식도 입에 맞아야 하지만 같이 식사하는 것도 서로 죽이 맞아야 맛이 더 있다. 또 가끔은 소양대교 옆 '감자옹심이'도 아주 맛있다. 외식으로 무엇을 먹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한 주간에 한번정도 세 식구가 복잡한 요양원 집무에서 잠시 벗어나 한 식탁에 셋이 앉아 오순도순 셋 만의 시간을 갖다 보면 한 주간의 피로가 싹 가신다.

우리나라 굴지의 어느 재벌회장 이야기다. 어느 날 기자겸 중견작가가 이 재벌회장과 인터뷰 를 했다. 인터뷰를 마치자 회장이 그 기자에게 "저녁식사를 같이하면 좋겠는데, 제가 오늘 저녁 중요한 VIP와 선약(先約)이 있어서 오늘은 어렵고 다음에 꼭 시간을 만들겠습니다."라고 했다. 그 기자는 그게 누군지 궁금해서 물었다. "혹시 고위층 인사이거나 재벌회장입니까?" 회장이 웃으면서 대답하기를, "아닙니다. 부모님과 아내와 자식 등 제 가족입니다." 이 말에 작가겸 기자도 감동을 받아 자신도 그날 다른 약속을 모두 취소하고 VIP를 만나러 집으로 갔다고 한다.

당신에게 있어서 최고의 VIP는 누구인가? 진실로 내가 몸을 서로 기대며 같이 살고 있는 가족보다 더 소중한 VIP이 어디 있는가! 생각이 바로 된 자라면 이 땅위에 가족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가족말고 누가 있을까. 이 땅에서 최고의 기쁨은 아마도 사랑하는 가족으로부터 VIP의 대우를 받는 것일 게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서 최고의 VIP은 바로 '가족'인 거다.

그대는 혹여 말이라도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아내에게 "내일 주말은 저녁을 밖에서 먹어야 할 것 같아요. 내가 아는 최고의 VIP와 저녁을 같이하기로 했거든요" 하면, 아내가 물을것이다. "하 ~ 좋으시겠네 그게 누군데요?" "누구? 누군누구야 당신하고 내 아이들이지, 당신은 나의 영원한 Double VIP예요."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보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 먼저여야 사는 맛과 행복의 진수를 아는 자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위대한 업적 보다도 부모님과 가족을 위하는 배려있는 사랑이 가장 우선 순위에 있어야 한다고 유념해 본 적이 있는가?

어느 사업가가 부도를 당하여 목사를 찾아와, "목사님 저는 쫄딱 망했습니다. 제게 남아있는 것은 갚아야 할 부채밖에 없습니다." 목사가 묻습니다.
"몸은 건강은 어떠하십니까?" "예 충격받은 것 외엔 몸은 괜찮습니다."
"아내가 있습니까?" "아내야 있지요." 
"자녀는요?" "두 아들과 늦둥이 딸아이가 있습니다."
"교회 나가십니까?" "예 가족 모두 신앙생활하고 있습니다."
"친구들도 있습니까?" "예 나에 대해 안타까와 하는 친구들이야 많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사업에 대해 노하우가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어디보자. 조금전 내게 와서 "사업하다 모두 잃었고 남아 있는 것은 은행부채 밖에 없다"고 했는데 지금 당신하고 셈을 해보니 목록재산이 이렇게 많은데요? 이제 할일은 재기할 의욕을 키우는 겁니다. 재산목록 1위는 가족입니다.

젊은 날엔 장가간다는 친구들 소식이 전부이더니 목회하다가 무의탁 양로원과 요양원 20년 동안에 유명을 달리한 어르신들을 수없이 보고 있다. 엇그제만해도 최이비 할머니가 소천 하셨다. 평소 그렇게 죽기를 싫어하셨지만 운명하신 것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본인은 그렇게도 죽기를 싫어했는데 정작 딸 자식들은 어서 돌아가시기를 바랬다. 세상은 이렇게 모순투성이다.

나의 모친은 아흔 둘에 소천하셨는데, 나는 울 엄가 너무 일찍 돌아가신 것같아 지금도 엄마 생각만 나면 눈물이 흐르는데 말이다. 목회할 땐 서울에서, 하동에서, 부산 영도에서 엄마와 함께 살았다. 무의탁 양로원을 자비량으로 운영하면서 허리필 시간이 없다보니 어머님과 함께보내는 시간이 적어졌다. 그때 어머니가 소천하셨다.

김종근 목사
김종근 목사

"친구야! 나 먼저 간다!" 내가 갈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나 먼저 간다"고 작별 인사를 하고 갈 수 있는 사람! 그런 친구가 있는가! 그런 친구가 단 한 사람 이라도 있다면, 당신은 그래도 인생을 괜찮게 산 것이다.

나는 누구에게 전화를 해서 "친구야! 나 먼저 간다!"라고 할까? "내가 먼저 자리 잡아 놓을테니 너는 천천히 오라"고 누구에게 전화를 할까?

한송이 꽃도 알고 살아온 사람도 내 마음에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으면, 잠시 가는 발걸음을 멈추고 삶을 점검해 보시라! 옛말에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다. 가까운 곳에 소중한 벗들이 많이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보지 못하고, 엉뚱한 다른 것들에 눈길을 빼앗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금까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 앞으로도 오랫동안 내 곁을 지켜줄 사람, 그 사람이 가진 것이 있든 없든, 그 사람이 나이가 많든 적든, 내가 그 누구보다 소중하게 대하여야 할 사람, 그가 누구인가! 당신의 인생이 봄이라면 지경을 넗히되, 이미 가을에 와 있다면 수렴하시라. 오늘 저녁 당신은 누구와 저녁을 같이 하시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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