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창섭,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중국에서는 홍콩보안법을 결국 가결하였고, 며칠 전 미국은 중국에 대하여 "중화인민공화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중국과의 신냉전을 선포하였다. 급기야는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결정을 내렸고, 우방 국가들의 동참을 요청하였다. 여러 전문가들은 그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모호한 입장을 취해왔던 한국에 대하여 두 나라로부터 최후 선택의 압력을 받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북한과 전쟁 중에 있는 나라이다. 궁극적으로 우리나라는 통일이 되어야 하고, 그 때까지는 평화를 유지하여야 한다는 것은 우리 민족과 우리 나라의 생존과 발전을 위하여 매우 중요한 선결 요건이다. 이에 더불어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보릿고개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엄청난 노력을 하였고 그 결과 세계에서 인정받는 경제발전을 이루어 온 것은 세계 속에서 우리의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하여 또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외교부장관은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대하여 아무런 입장을 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 말은 곧 중국 입장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수출로 살아가는 나라에서 제일의 교역상대국인 중국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고민스러운 속내를 내비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데 중국이 우리의 경제를 책임져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입장을 지지해 주지도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하여 사드를 도입했을 때 중국은 어떠한 조치들을 취했었는지 생각해 보자. 롯데는 중국에서 철퇴를 맞았고, 중국에서는 한국으로의 여행을 금지시켰다. 만일 비슷한 일이 일본이 아니면 지난번 비행기 착륙을 거부했다고 엄청나게 욕을 먹고 있는 베트남이 비슷한 일을 했다면 어떠했을까?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에도 정부는 감염원 차단이라는 제1의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자를 차단하거나 격리하지 않았다. 질병의 전파보다 중국과의 정치, 경제, 외교적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은 심내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물론 나는 이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자료들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니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 결과는 우리 정부는 굳이 아니라고 하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에 대하여 우한폐렴이나 CCP폐렴(중공폐렴)과 같은 특정 국가나 지역을 의미하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서도 대구코로나라는 말을 공식브리핑에서 사용하는 말도 안되는 일도 벌어졌었다. 사람들은 엄청 잘한다고 생각하고 국가를 칭찬하고 있지만, 그것의 인정 여부를 떠나, 이번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도 중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을 막아달라는 의협의 반복적인 요청을 거부했던 것을 보면 현 정부는 지극히 친중국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번 중국에 대한 미국의 중국해체 선언, 중국과의 냉전 선포, 우방들의 협조 요청에 대하여 정부는 과연 어떠한 결정을 내리고 대응을 할 지 고민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쉽게 하게 된다.

어려운 결정일수록 많이 고민할 수록 더 어려워진다.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따져보고, 그리고 빠르게 결정하고 대응해야 한다. 지금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가치들은 지난 수십년의 민주화 투쟁에서 얻어 낸 자유와 인권, 공정 들이다.

아침 해가 뜨고 위로 올라 갈 때 멀리 보이는 아파트 피뢰침 이에 살짝 올려보았다. 가늘고 길고 뾰족한 피뢰침 위에 얹혀진 해는 얼마나 고통스럽고 불안할까? 우리가 지금 그런 상태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여차 잘못하면 균형을 잃고 굴러 떨어질 수도 있다.

해가 뜨기를 기다리는 동안 날개가 긴 새가 하늘을 날아간다. 너무 멀리 있어서 어떤 새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장자못공원에 둥지를 틀고 살고 있는 목이 긴 새가 아닌가 짐작해 본다. 하늘을 나는 새는 균형을 잘 잡고 있어야 한다.

무엇에 대하여 우리는 균형을 잡고 있어야 하는가? 미래와 과거, 국민과 국가, 민주주의와 전체주의, 자유와 독재, ...

그런데 균형의 대상이 아니고 모두 지켜야 할 가치인 경우는 그 선택이 매우 어려워진다. 안보와 발전... 우리는 이 두가지를 모두 포기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 선택을 해야만 한다면, 우선 순위를 두어야만 한다면 답은 자명하다. 나는 고민할 것도 없는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과연 우리 정부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증과 걱정을 함께 가지고 사태의 흐름을 지켜본다.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잘 알고 있는 정부의 지도자들이 그 답을 설마 모르고 있지는 않을 터, 좌면우고하지 않고 이 나라를 위하여, 미국이나 중국이 아닌, 우리 스스로를 위하여 올바른 결정을 빨리 내렸으면 한다. 괜스레 걱정이 많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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