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개월 동안의 삶은 한 마디로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 시인 이상화가 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가 생각난다. 우리의 국권은 빼앗겼지만 여전히 봄은 왔고 또 지나갔다.

코로나19로 봄을 빼앗겼다. 코로나19와 사투하고 있고, 운명을 달라한 인생들이 있고, 질병을 이겨내는 환자들도 있다. 그것은 코로나19를 막아보려고 몸을 던져 수고하는 의료인들과 공무원들의 헌신이었다. 그들의 눈물어린 모습은 빼앗긴 봄보다 더 따뜻했다. 고맙다는 말로 다 말할 수 없는 뜨거운 눈물이 쏟아진다. 세상에는 힘들고 어려운 일들만 있는 것이 아닌 것을 생각하며 감사한다. 세상에는 악한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선량들이 더 많기에 소망이 있음을 감사한다.

빼앗긴 봄일지라도 우리는 여전히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고 김을 맸어야 했다. 신록이 익어가는 계절 6월을 하루 앞두고 5월의 마지막 날, 빼앗긴 4개월의 봄에 심었던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그나마 휴식이라도 심었다면 회복을 거둘 수 있을 텐데…,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축적했을 텐데…,

고통 속에 있는 영혼들을 생각하며 긍휼의 마음을 심었다면 하나님께서 주시는 긍휼을 얻을 수 있겠지만, 불평불만의 마음만 가졌다면 원망의 열매를 거둘 것 밖에 없을 것이다.

빼앗긴 네 달은 이젠 지나간 세월이다. 그러나 아직 코로나는 물러가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한숨과 원망을 거두고 하나님께서 어떻게 행하실 것인지 생각하며, 머리를 조아리자.

코로나는 또 하나의 기회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우리에게 어떤 기회가 다가올 것인지 기대하자.

항상 기회는 준비한 자에게만 왔었다. 벌써 코로나의 열매를 거두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얼마나 행복한지를 코로나 정국을 통해 깨달았다.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환경 속에서도 하나님을 바라보며 소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른다.

한 숨이 아닌 기도로, 절망이 아닌 소망으로, 불평이 아닌 찬양으로, 두 손을 하나님께 향하고 기도 무릎으로 나아가자!

“우리가 사방으로 욱여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며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하며”(고린도후서 4:8). 주님은 앞문과 뒷문과 옆문이 모두 막혀 있을 때 하늘 문을 열어주신다.

임동헌 목사(첨단교회, 광주신학교 이사장)
임동헌 목사(첨단교회, 광주신학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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