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목사의 교회개척스토리 ( 9 )

최원영목사. 본푸른교회담임,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박사. 본국제신학교학장. 본월드미션(재)이사. 새길과 새일(사) 부이사장. 본헤럴드 편집인 및 발행인. 저서: 충성된일꾼되어가기, 주기도문연구. 제자세우기 40일 영적순례.

은행문을 열다

우리 교회에 나오는 젊은 청년중에 부모의 유산을 상속받은 청년이 있었다. 가난하게 살던 친구에게 5천만 원이란 큰 돈이 생겼다. 당시 그 청년은 사택에서 함께 지내고 있었다. 청년은 5천만 원을 교회에 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청년의 제안이 고마웠지만 왠지 쑥스럽고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은지 안 좋은지 고민스러웠다. 결국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성도의 돈을 빌리게 되었다. 그 당시 15%의 비싼 이자를 지불하고 있었기에 5천만 원은 아주 큰돈이었다. 5천만 원으로 인해 교회가 부담해야 할 이자가 대폭 줄어들었다. 그리고 언제든지 필요하다면 돌려주겠다고 구두 약속을 하였다.

그런데 1년 만에 청년이 약국을 개업하기 위해 부동산을 계약했고, 오천만 원을 돌려주어야 할 상황이었다. 1주일 안에 돌려주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실로 난감했다.

당시 교회 건물은 00은행에서 대출을 최대한 받은 상태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은행에 갔지만, 오히려 대출 액수를 줄여야 한다고 통보를 받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은행 직원의 반응은 싸늘했다. 13년전 이 땅에 카드대란이 일어났다. 회사마다 신용카드 과다 발급으로 인해 서민들의 대출이 늘어나면서 한계 상황에 이르자, 정부는 원칙도 없이 무조건 신용카드 금액을 줄였다. 나도 교회를 운영하면서 신용카드 돌려막기를 하던 시절이었다. 한 번도 이자를 밀린 적도 없는데 오히려 대출 액수를 줄일 것을 요청받았다.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5천만 원을 되돌려주어야 한다. 난감한 일이다. 전체 담보물을 보면 충분히 5천만 원은 추가 대출이 가능했는데, 갑자기 카드 대란으로 인해 엄한 불통이 튀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0일 작정기도를 선포하고 혼자 성전에서 기도를 시작했다. 첫날 혼자 성전에 앉아 기도를 하는데 대책은 전혀 없었다. 오직 기도할 뿐이다. 기도를 하면서, "하나님! 처음으로 성도들의 돈을 썼는데, 1주일 안에 준다고 약속했습니다. 주여 종의 언어가 땅에 떨어지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주의 종이 망신을 당하지 않도록 주님 해결할 방도를 주십시오."

40일을 선포하고 처음 기도하는 날, 해군 제독으로 계셨던 김덕수 장로가 주최한  부부 모임 선약되어 있었다. 모임에 서울신학대학교 조ㅇㅇ 교수 부부, 은행에 계셨던 권택명 장로 부부 이렇게  4가정이 모였다. 아내는 약속했기에 모임에 참석해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모임보다 더 급한 일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도하는 일이 우선이었다. 초청한 장로님에게는 실례이지만, 나는 그날부터 40일 작정기도 시작하는 첫날이라 교회를 지키고 아내만 그 모임에 보냈다.

아내가  모임에 갔다가 은행에 근무하시는 장로님을 만났는데,  장로님이 명함을 주시면서 은행에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전화하라고 하셨고 한다. 장로님에게 초면에 전화하는 것이 실례이지만, 우리 사정이 급해 전화를 드렸다. 전화를 받으신 장로님은 젊은 사역자를 위해 본인이 신용담보자가 되어 기쁜 마음으로 추가 대출을 약속해주셨다. 당시 우리 교회는 00은행 구리지점을 이용했다. 그런데 구리 지점에 근무하는 지점장이 과거 장로님과 함께 일본 지점에서 근무했던 직원이라고 하시면서, 지점장에게 전화를 해놓겠다고 하셨다. 기쁜 마음으로  은행에 가니 따뜻한 마음으로 지점장과 직원들이 맞이해주셨고, 빠른 시간 안에 추가 대출을 해주었다. 40일 작정기도 시작한 후 3일 만에 5천만 원을 추가 대출을 받아 문제가 해결되었다.

하나님은 종의 마음을 아시고 낯 뜨거운 실수를 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도우셨다. 젊은 청년에게 1주일 안에 돌려줄게 걱정하지 말라고 확신 있게 말했는데, 하나님이 나의 말을 지켜주셨다.

또한 권택명 장로님은 처음본 사역자를 위해 스스로 신용담보자가 되어 주셨다. 그분의 깊은 배려 앞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외모도, 성격도, 믿음도 타인에 대한 배려도 깔끔하신 분이다. 뵐때마다 느끼는 감정이 있다. 푸른 소나무처럼 언제나 깔끔한 모습으로 서 있는 모습이 늘 아름다워보인다. 이 사건은 본푸른교회 역사에 늘 기억함이 되는 큰 기적이며 은혜이며 감동의 사건이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번제로 드릴 때 미리 양을 준비하시고 기다리고 계셨던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이 기억난다. 또한 이삭의 아내를 구하러 갔던 종 엘리에셀의 길을 철저하게 인도하셨던 하나님의 섭리를 기억한다.

그 날 이후 37일은 기쁜 마음으로 저녁 기도를 드렸다. 종의 마음을 아시고, 종이 실수하지 않도록 세밀하게 인도하시고 도와주시는 주님의 은혜에 감사할 뿐이다.

기도는 우리 인생의 맨 마지막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할 항목이 아니라 가장 우선으로 선택해야 할 필수과정인 것을 경험시켰다. 부모는 자녀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과 해결할 수 없는 일의 차이를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주님도 알고 계신다. 주님도 우리들이 해결하지 못할 삶의 무거운 짐들이 무엇인지를 알고 계신다. 또한 주님은 해결할 방법도 알고 계신다. 우리들의 삶의 여정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무게들을 과감하게 맡기는 것이 지혜이고 신앙이다.

우리 주님의 계획은 일점일획도 어긋남이 없이 정확하게 이루어 가신다. 주님을 신뢰하는 것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주님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선하게 인도하시기에 주님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주님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주님의 답이 더디다고 할지라도 주님을 원망할 수 없다. 그것은 주님의 더 깊은 뜻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주님을 신뢰하라. 이것이 제자의 기본적인 자세이며, 양은냄비와 같은 가벼움에서 쇠솥같이 영적으로 깊어져가는 길이며, 분주함의 그늘에서 지쳐가는 자신을 추수리는 힘이며, 성령님의 세미한 음성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아멘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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