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방지 기획기사】 한국인이 유독 자살률이 높은 이유

  • 입력 2020.09.0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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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자살 예방 센타로 세우는 기획 칼럼(7)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한국인은 다른 나라 국민들에 비해 덜 행복하며 더 많이 자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높습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다른 나라와 달리 나이가 많아질수록 자살률도 높아집니다. 왜 한국인들은 자살하는가? 왜 다른 나라와는 달리 노인 자살률이 높은가? 이런 상황을 설명하려면 먼저 원인을 파악하여 자살률을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되어야 합니다.

1. 문화적인 이유

그동안 자살을 설명할 때 주로 정신적 문제나 사회적 문제로 설명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문화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즉, 한국적 문화 상황에서 자살자들이 발생하지 않는가? 하는 분석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문화를 분류한 여러 기준들에서 한국은 집단주의 문화가 지배적인 문화권으로 분류되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한국인의 문화적 분류를 조사한 연구들에서 한국인은 개인주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상호 독립적 자기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의 문화가 변하고 있음을 말합니다. 이런 변화의 요인으로 주목하는 것 중의 하나는 한국의 교육체계와 대중매체에서 제시하는 인간상의 변화에서 기인된 것으로 보는 견해입니다.

실제로 오늘날 한국의 교육기관에서 공식적인 교육체계로 제시하는 인간상은 교육과정이 변화하면서 점차 개인주의적 가치를 지향하는 것으로 제시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국가에서 제시한 제1차 교육과정에서는 ‘홍익인간의 교육이념’, 제4차 교육과정에서는 ‘건전한 심신의 육성, 지력과 기술의 배양, 도덕적 인격의 형성, 민족공동체 의식의 고양’,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세계화와 정보 시대를 주도할 자율적이며 창의적 한국인 육성’입니다. 특히 2015년에 발표된 개정교육과정에서 수정된 인간상은 ‘자주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 ‘교양 있는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으로 집단주의 문화에서 지향하는 인간상과는 거리가 먼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중매체에서 보이는 가치관의 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드라마들을 연구 조사한 결과를 보면, 과거에 비해 현대에 와서는 자기발견과 자아실현을 중시하는 경향이 증가함과 동시에 금전적 가치, 출세, 외모 등을 중시하는 물질주의 가치체계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개인주의 문화의 인간상은 ‘교과서’ 또는 ‘드라마’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이상적 인간상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중들은 이상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을 구분하지 않고 교육에 몰입되거나 드라마, 대중연예프로그램에 몰입되어 자기중심적 사고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한국임상심리학과 발표 “대한민국고독지수” 조사 결과, 고독지수 78점으로 높아
한국임상심리학과 발표 “대한민국고독지수” 조사 결과, 고독지수 78점으로 높아

이런 한국문화의 유행을 쫓는 아노미적 특징으로 개인의 정체감 형성에서 지향해야 하는 가치와 관련해 제시되는 대립되는 두 방향의 메시지들(개성 있는 vs. 조화로운, 독립적 vs. 상호의존적)이 주는 혼란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두 문화에서 제시하는 메시지를 모두 거부하면서 이들은 단순하게 물질적 자기를 정체감으로 형성하게 됩니다. 즉 물질적 자기(material self)는 자기의 소유물(명성, 집, 옷, 외모 등)에 근거해 자기를 정의하여 정체감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증거가 한국사회의 소유 욕구와 금전만능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보여줍니다.

물질적 자기는 그 구조의 단순성으로 인해 스트레스나 좌절에 매우 취약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소유물이 사라지는 것은 여러 역할들의 통합성의 상실이라는 결과를 낳게 되어 정체감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심리적 자기가 사라진 상황, 즉 인지적 몰락으로 인해 이들은 자살을 선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2. 심리적 이유

자살완결에 이른 사람은 심리 조사를 할 수 없으므로 자살 시도자들 중 생존자 또는 자살사고를 하는 사람, 자살자가 남긴 문헌들을 대상으로 자료를 수집하여 소위 ‘심리부검’ 이라는 연구가 진행됩니다.

심리부검을 통해 자살의 위험요인으로 결혼생활 파탄, 실직, 낮은 사회경제적 수준, 생활 스트레스 등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심리적 부검을 실시한 연구에서는 상실경험, 직계가족의 자살, 우울증,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성격장애, 물질 남용 등이 자살의 5대 위험요인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 의하면 자살자 심리부검의 주요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자살자들은 93.4%가 이미 자살 전 경고 신호를 보냈다고 합니다. 반대로 유가족 80.9%는 경고신호를 알지 못했습니다. 자살자의 대부분은 정신건강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합니다(8.4%).

청소년의 경우, 2014년 조사에 의하면, 자살의 대표적 위험요인은 학교성적(42.7%)이며, 가족 간의 갈등도 24.2%가 되었습니다. 선후배 친구들과의 갈등도 1.1%로 나왔고,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비관으로 자살시도는 1.9%였습니다. 학교성적에 대한 염려나 가족 간의 갈등은 모두 청소년기 우울증상으로 나타나며 우울은 자살충동의 가장 강력한 예측변인이 됩니다.

자료출처 : pickpik.com
자료출처 : pickpik.com

노인의 경우에도 여러 가지 요인이 있으나 경제문제로 인한 불안이나 건강문제로 인한 불안, 그리고 외로움 등이 우울증을 낳게 되고 결국 그것은 자살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울증이나 장기간 유지되는 우울감이 자살의 원인들 중 하나일 수는 있으나 핵심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 중 우울감이나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자살자 또는 자살시도자들이 모두 우울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3. 개인적인 이유

일반적으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청소년의 자살률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된 이론이 자기감상실(the los of self)이론입니다. 이 이론은 Candler과 그 동료들(Bal & Candler, 1989; Candler, 194; Candler & Proulx)이 제안하였습니다. 자기감상실 이론에 따르면, 청소년 시기는 일반적으로 역할구체적이 아닌 모든 역할을 관통하는 보편적이면서 추상적 가치(예, 정의, 진보적, 도덕적 등 )에서 자기체계를 재구성하는 시기로 자기를 더 높은 수준에서 업그레이드하거나 더 분화시켜야 하는 단계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청소년기 이전에는 ‘숙제 잘하는 학생 ’ ‘엄마 잘 듣는 학생’ 등의 상황과 역할에 따른 구체적 역할에 한정되는 정체성만으로도 충분하였으나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정직한’ ‘도덕적’ ‘정의로운’ ‘착한’ 등의 개인적 측면이나 대인 관계적 측면에서 모든 상황 및 역할을 뛰어 넘는 보편적이면서 추상적 가치 수준에서 자신을 정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수준에서 자기를 정의하는 일은 쉽지 않는 과제이며 이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자기개념은 그 이전 단계에 머물거나 추상적 정체감을 형성하는데 실패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전자는 미숙함으로, 후자는 공허감으로 그 결과가 나타납니다.

자기감상실 이론에서는 공허함에 초점을 둡니다. 새로운 자기를 세우는데 성공하지 못한 이는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시간의 연속선 위에서 자신을 위치시키는 것이 어려우며 이는 현재 작동할 자기체계가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과거의 나는 너무 어리므로 내가 아니고 현재의 나는 아직 없는’ 상태로 과거의 나와 단절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단절은 과거와의 단절뿐만 아니라 현재를 바탕으로 구성 할수 있는 미래의 나에 대한 상상을 할 수 없게 만들어 미래와의 단절도 발생시킵니다. 정체감의 핵심기능 중 하나는 시간 연속선 위에서 내가 일정하게 존재한다는 느낌인데 이들은 자기의 연속감을 가질 수 없게됩니다. 이런 청소년은 현재라는 단절된 시간 속에서만 존재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자기 파괴적 행동을 합니다. 자기 파괴적 행동은 매우 강렬한 경험을 제공하므로 이들은 ‘현재’ 살고 있다는 자신을 분명하게 지각할 수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현재의 자기를 분명하게 지각하려는 이들의 노력으로 미래의 자신은 더 위험에 빠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즉 발달적 과제인 정체감을 형성하지 못한 결과로 자신을(의도하지 않게) 죽음에 이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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