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시일번한철골(不是一番寒徹骨), 쟁득매화박비향(爭得梅花撲鼻香)”

매화(梅花)

 

긴 겨울 찬바람, 속절없이 맞으며

잎 잃고 가지 말라, 회생할까 하였건만

입춘지나 봄눈내리니, 가지마다 꽃눈(花芽) 송이

긴 침묵 고요 속에, 하나둘 펴 보이며

인고의 응어리 풀어, 향기로 아늑하니

내 마음 그대를, 군자(君子)라 하네.

매화는 길고도 추운겨울동안 잎은 떨어지고 가지는 마르며 어렵사리 생존을 유지하지만 추위가 채 가시기도 전에 겨우네 겪어온 고난을 향기로 풀어 꽃잎에 담아낸다. 겨울동안 소진된 기력을 되찾으려는 잎새에 앞서 세상을 향해 꽃과 향기를 보내는 미덕은 되새겨 봄직하다.

매화는 사계절 중 봄에 핀다고 해서 사군자()중에서도 맨 먼저 일컬어지고 있다. 매화를 선비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이른 봄에 추위를 무릅쓰고 굳은 기개로 피어나 은은한 향기를 배어내는 것이 마치 행실이 어질며 덕과 학식이 높은 군자(君子)의 은은한 모습을 닮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비들은 매화를 사랑하며 화폭에 담았고 단원 김홍도역시 매화를 무척이나 사랑했다고 한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매화나무를 팔려고 왔지만 돈이 없어 살수가 없었다. 마침 어떤 사람이 김홍도에게 그림을 청하고 3,000냥을 주자 그는 2,000냥으로 매화나무를 사고 800냥으로 술을 사서 친구들과 함께 마셨다고 한다.

매화에 얽힌 얘기 중에 퇴계 이황의 유언에는 매화분재에 물을 주거라는 말씀을 남기셨다 고하니 우리 선비들의 매화사랑은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당나라 시인 황벽은 불시일번한철골(不是一番寒徹骨), 쟁득매화박비향(爭得梅花撲鼻香)”이라는 시를 남겼는데 이는 반듯이 한번은 뼈를 깎는 추위를 견뎌내야만 코를 찌를 듯 향기로운 매화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우리의 삶도 매화가 피어나는 것과 별 다름이 없는듯하다.

매화는 대개 춘삼월에 피어나지만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추운 날씨에 피는 동매(冬梅) 눈 속에 피는 설중매(雪中梅) 초봄에 피는 조매(早梅)가 있고. 색에 따라 희면 백매(白梅) 붉으면 홍매(紅梅)라 부른다. 매화는 고결한 아름다움과 맑은 마음, 인내와 충실을 상징하기도 한다.

[제공: 이석재, 단국대학교 경영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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