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살림이야기(21)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요즘 쇼핑할 때 비닐봉투(플라스틱 백)는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된 듯합니다. 비닐봉투는 1957년 미국에서 샌드위치 포장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여, 1970년대 이후 마트 계산대에서 사용되면서 크게 확산되었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5,000억 개 이상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190억 개 이상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1년 동안 사용하는 양으로 보면, 약 370여 장이나 됩니다(스페인 120여 장, 독일 70여 장). 매일 약 5천만 장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지난 10년 간 1.5배나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많이 사용되고 있는 비닐봉투가 갖는 문제점은 이렇습니다. 버려져 분해되는 데 100~500년이 걸리고, 분해되는 동안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여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실제로 247만 톤에 이릅니다. 게다가 비닐봉투를 9장 만드는 데 드는 석유면 승용차 한 대가 1km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때로 그냥 바다로 흘러들면 해양생태계를 위협하는데, 해양생물들이 플라스틱을 먹고 영양부족으로 죽어가게 하고 있습니다. 특히 바다거북은 비닐봉투를 해파리로 착각하고 먹기 때문에 멸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태평양 환류지역에 형성된 한반도 크기의 7배나 되는 쓰레기 섬의 경우 80%가 플라스틱과 비닐봉투입니다.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우리나라에서도 비닐봉투 상당수가 가정용 종량제봉투에 그냥 버려지고 있습니다. 무게로 보면 종량제봉투의 17.4%나 됩니다. 재활용품 선별장에 반입되는 재활용품으로 보면 약 50~60%가 비닐쓰레기입니다. 그래서 환경부와 대형할인점은 ‘1회용 비닐쇼핑백 없는 점포’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고 2010년부터 그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야할 길은 멉니다. 중소규모 점포는 물론 전통시장, 그리고 대형마트의 속비닐, 우산비닐과 세탁소 비닐 등 그 사용량은 늘어만 갑니다.

1년에 단 며칠만이라도 ‘비닐봉투 없이’ 지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가 ‘비닐봉투 없이’ 지내는 날을 하루씩 더 늘려나가면... 이미 아일랜드에서는 ‘비닐봉투 없는 날’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2003년부터 무상 비닐봉투 제공이 금지되고 세금이 부과되었는데, 5개월 만에 90%까지 사용량이 줄어들었습니다. 1인당 1년 평균 사용량이 18개입니다. 세계 최초로 1회용 비닐봉투에 세금을 부과한 덴마크는 더 작은데 4개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나라는 1988년부터 플라스틱으로 만든 1회용 부엌용품이나 종이접시에 판매가의 50%에 달하는 세금이 부과되고 있습니다.

비닐에 싸여 신음하는 지구를 생각하면 우리도 가야할 길이긴 한데 어떤 방법이 좋은 걸까요? 지난 달 서울시와 ‘쓰레기 함께 줄이기 시민 운동본부’와 더불어 전통시장, 생협 매장, 그리고 교회들이 ‘비닐봉투 사용 줄이기 캠페인’으로 첫발을 뗐으니 우리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들 매장과 시민 개인이 ‘장바구니 미리 준비하기, 비닐봉투 거절하기, 비닐봉투 반으로 줄이기’의 3대 실천과제를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것만으로는 큰 효과를 볼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과 제도의 지원이 있으면 다를 것입니다. 유럽연합이 지난 해 2025년까지 2010년 대비 포장재를 80% 줄이는 목표(연간 1인당 40개) 아래 포장지침 개정안을 마련하였듯이 한다면, 그 바탕 위에 시민들 각자가 습관적으로 비닐을 사용하는 생활습관에서 깨어나는 연습을 한다면,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모두가 함께 깨어서 장바구니를 미리 준비해서 들고 다니며, ‘비닐봉투가 필요하지 않다’고 분명히 말할 줄 안다면 우리도 가능한 일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2016년 06월 28일)

-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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